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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Sep 18. 2022

둘째 낳는 대신 책을 출산하고 있는 여자

<책쓰기가 취미입니다> 프롤로그

2년 전인 2020년 7월, '둘째 낳는 대신 책을 낳기로 결심한 여자'라는 글을 브런치에 발행했다. 외동아이를 기르고 있지만, 둘째 생각은 1도 없고, 대신 책을 출간하겠다는 다소 유치하지만 당당한 다짐을 글로 썼다.


https://brunch.co.kr/@aring/40


 글 쓸 당시의 나는 2권의 청소년 책을 출간한 상태였고, 세 번째 원고를 탈고한 뒤 브런치 입문자로서 한창 의욕적으로 글을 발행하고 있던 상태였다. 이 글을 쓴 이후 대략 2년 간 청소년 책 4권, 브런치를 통해 성인 대상 에세이 3권을 더 출간했다. 혼자 처음으로 집필한 원고가 책으로 세상에 나온 게 2019년 4월이었으니, 이후 3년 반 동안 지금까지 총 9권의 책을 출간한 셈이다.


앞으로 청소년 책 원고 세 권이 더 계약되어 있어 내년 초까지 일정대로 원고를  집필할 경우, 적어도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12번째 책까지 출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름대로 성과를 올린 부분도 있다. 2020년에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해 작년에 명화 에세이를 냈고, 출간한 도서 중 하나는 최근에 8쇄를 찍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4~5쇄 정도를 찍은 책들도 있고. 이제는 출판사에 투고하는 것보다 먼저 원고 청탁을 받거나, 함께 작업해본 편집자분과 아이템을 의논해 원고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책쓰기를 시작할 무렵 유명한 작가를 꿈꿨다기 보다 안정적인 저자로 자리잡고 싶다는 소망  나였다. 재 상황은 책 쓰기의 해피엔딩인 듯 느껴지기도 지만, 당연하게도 인생은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동화가 아니 좋은 떡을 양손에 모두 쥐고 사는 사람은 없다. 나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쓸 때는 퇴고를 적어도 5~7번 정도 하고, 출판사에 초고를 보내기 전에 적어도 원고를 쓰고 2번 정도 원고를 다시 훑어본 뒤 보낸다. '먹이를  개처럼 글이든 글감이든 최대한 물고 늘어져야 한다'는 게 내 신조였다.  이 신조 덕분에 원고나 글을 쓸 때마다 미친 듯이 노력한 결과 글 쓰는 일을 지속적으로 맡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부작용도 있었다. 작년에는 한꺼번에 일이 몰려와 스트레스를 받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증상이 두세 번 정도 찾아왔다. 


 뿐만 아니라 책 쓰는 원고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동시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다는 건, 일상의 즐거운 부분이나 마음 편안한 시간을 대다수 포기하고,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한다는 의미도 된다. 글쓰기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깜박이는 전구가 머릿속에 있다면 내 머릿속 전구는 거의 3년 간 OFF로 내려가지 않고 계속 On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이런 상태가 생각보다 괴롭다).


 


당연하게도 3~4년간 번아웃은 여러 번 찾아왔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를 돌보며 자판을 두드려야 하니, 단절된 시간에 쫓기는 초조함도 여전히 존재한다. 외로움 역시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한 감정이 되었다. 원고를 끝내려면 오롯이 혼자 몇 달을 버티며 노트북 앞에 앉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때는 몸서리칠 정도로 이 외로움이 지긋지긋했지만 이제는 그냥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책을 쓰면서 이따금 불평 불만을 일삼고 감정 기복이 커지기도 했지만, 이렇게 일을 이어오고 있는 건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니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임을 깨달았다. 글 쓰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건 100% 내 노력과 의지 덕분이 아니라, 대단히 운이 좋아 가능한 부분도 있었으니까.


  책을 9번 출간했다는 건 바꾸어 말하면 책 쓰기의 산전수전을 어느 정도 겪어봤다는 이야기도 된다. 초창기에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했을 때 바로 연락을 받은 적도 있지만, 당연히 거절도 당해 봤다. 내가 낸 책이 잘 팔리는 경험만큼 팔리지 않는 경험도 못지않게 했다. 편집자의 피드백을 수백 개 받고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글을 고쳐도 봤고, 출판사의 실수로 인세 입금이 안 되어서 "돈 언제 나오냐"는 질문도 어렵게 해 봤다. (이건 출판사의 고의가 아니라 정말 실수였긴 했지만, 그래도 글과 관련해 돈 얘기 꺼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우여곡절이 있었던 만큼 이런저런 노하우를 쌓은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책을 쓰면서 내 인생 속 이야기가 풍부해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책을 쓰면서 내가 이전에 만나보지 못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일도 있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출판사 분들과 가끔 만나 책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  나와 다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호기심을 채우는 게 내 삶의 주요한 즐거움 중 하나다 - 책을 쓰면서 간간이 도서관이나 학교 강연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덕분에 가보지 않았던 장소에 가볼 기회도 생기고, 쑥스럽지만 가끔은 내 책에 사인을 하는 일도 생긴다.


 그리고 원고를 한 편 쓰면 주섬주섬 새로운 생각이나 정보를 수집하게 되니 좋다. 책쓰기는 거대한 공부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몇 달간 한 가지 주제로 생각을 하거나 자료를 수집하게 되면 뭐라도 얻는 게 있다. 지식 글을 쓰면 자료 조사를 해야 하니, 일상생활 유지에 1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지식을 머릿속에 주워 담는 게 즐겁다. 에세이의 경우 내 생각을 활자로 끄적이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나는 주변 분들께 대체로 책 쓰기를 권하는 편이다. 책을 쓰는 게 생각보다 화려하거나 근사한 순간으로 점철되어 있는 과정은 아니지만 인생의 어떤 부분이 조금씩 바뀌는 변곡점이나 자그마한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 브런치에서 만난 이웃분들께 책 쓰기에 대한 질문을 듣기도 해서 애초에 이 글을 쓰기 시작하기도 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책 쓰기에 도움드릴 만한 이야기를 적고 싶었다.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으면 매거진에 계속 글을 이어갈 생각이다.) 내가 책을 쓰면서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고 그걸 수정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대다수 쓸 수 있는 노하우를 적었다.






 


내 글을 읽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는 대책 없이 꿈과 희망을 부르짖는 긍정주의자 캐릭터는 아니다. 현실에 발 딛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책 쓰기 의욕을 북돋는 글을 쓰는 이유가 있다.


 나는 내가 비교적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쓰며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시행착오를 수정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  처음에 비해 글 쓰는 실력이 개선된 부분 있다.



 

 내 경험을 되돌아 보, 많은 분들이 자신의 책을 쓸 수 있고 글 쓰는 실력 점점 키울 수 있다는 믿음생겼다. 글쓰기나 책 쓰기의 순간은 불현듯 영감을 받아서 자판을 술술 두드리는 장면으로 채워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글쓰기 천재가 될 필요도, 책 쓰기의 일인자가 될 필요도 없다고도 생각한다.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꾸준히 쓰다 보면 책도 낼 수 있고 글 쓰는 실력도 꾸준히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만큼은 가지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브런치북 프로젝트 응모 역시 책을 기획하거나 목차를 짜는 것, 집필 요령에 있어서는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부분에서 출판사 투고뿐 아니라 브런치북 공모전에도 충분히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이 브런치북의 글이 처음부터 하나의 브런치북으로 엮을 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서, 1. 글투에 일관성이 있는 게 아니고 2. 책을 지속적으로 출간하던 중간중간 쓰던 거라 글마다 쓴 시점이(책을 몇 권 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시점이 뒤섞여 있다) 뒤죽박죽인 부분이 있다. 이런 점에 읽는 분들께 양해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나는 수상자이기 때문에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가할 자격이 없으므로 공모전에 응모할 의도로 브런치북을 내는 건 아님을 말씀드린다.


이 브런치북 속 글이 '내 책의 출간을 원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어 드리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p.s. 구독자분들이나 이웃분들께 부담을 드릴 수 있어서;;; 이 글은 댓글을 닫아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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