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돈 세는 일을 좋아했다. 계산에 능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동전이나 지폐를 한가득 쌓아 놓고 세는 일은 좋아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작은 햄버거 가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가게 앞에 자판기를 놓고 운영했었다. 밀크커피나 코코아 한 잔에 150원이나 200원쯤 하는 커피 자판기였다. 밤이 되고 가게 마감이 끝나면 하루 동안 자판기에 모인 동전을 꺼내 그날의 매상을 계산하고는 했다. 100원짜리를 10개씩 모으고, 500원짜리를 2개씩 모으면서 그날의 매상이 몇만 원인지 세던 기억. 그 장면은 나름대로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돈 계산을 좋아하던 나였으니까.
그렇지만 처음 책을 쓸 때는 돈에 관련된 생각을 골똘히 하지 않았다. 공저로 책을 쓸 때에는 몇 쇄를 찍어도 N분의 1을 하니 몇 십만 원 정도의 돈이 1년에 1~2번 들어오는 정도였고, 월급을 규칙적으로 벌고 있을 때에는 부수입에 큰 관심이 없었다. 휴직 후 혼자 첫 책을 계약할 당시에는 돈보다 ‘마감 있는 일’에 더 큰 관심을 둔 상태였다. 육아와 살림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일이고 끝맺음이 없었기에 당시에는 마감과 결과물이 있는 일에 목말라 있었다. 나에게 마감이 정해진 일을 맡겨준다면 누구에게든 충성을 외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글 쓰는 일은 고귀한 작업이라 돈 따위가 중요치 않아!'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나는 돈을 꽤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돈이 인생의 주인은 아닐지라도,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대가가 따르면 그만큼 작업 의욕도 샘솟는다. 실제로 원고료나 인세가 들어오는 날 의욕이 생겨 글이 잘 풀릴 때도 많다.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글쓰기로 버는 돈, 특히 책 쓰기로 버는 돈에 대해 간단히 말해볼까 한다.
인세, 책 쓰기로 버는 돈
많은 분이 알겠지만 책을 쓰며 버는 돈을‘인세’라 한다. 기획출판을 할 때, 저자는 출판사로부터 책 정가의 6~10% 정도의 인세를 받는다. 물론 초보 저자라면 6,7,8 정도 비율의 인세도 받을 수 있다. (나 역시 첫 책의 경우 인세는 7%를 받았고 두 번째 책부터는 10%의 인세를 받고 있다)
만약 내가 쓴 책의 정가가 15000원이고, 10%의 인세가 책정되었다면 저자는 1 권당 1500원 정도를 받는 셈이다. 이 경우 책의 판매부수 × 책 정가의 10%를 계산해 인세를 받는다. 만약 10% 인세가 정해져 있고 책의 정가가 15000원이며, 지금까지 총 1000권 팔렸다면
15000원 × 0.1 × 1000권 = 150만 원
을 버는 셈이다. 이 금액에서 대개는 3.3%의 세금을 떼고 돈을 받는다.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로 1년에 2회~4회에 걸쳐 판매부수와 매출 현황을 알려주고, 인세를 입금해준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1년에 2번 정도, 1~2월, 7~8월 사이에 판매 현황을 메일로 알려주고 인세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자세한 사항은 계약서를 잘 살펴보는 게 좋다. 보통 출간 계약서를 처음 쓸 때 계약한다는 감격에 서류를 자세히 읽지 않고 그냥 사인하는 경우도 많다. (솔직히 나도 그랬다) 그러나 인세 입금은 언제 해주는지, 1년에 판매 보고를 몇 번 하는지 등등 자세한 사항을 잘 확인해보고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도 하고, 사인을 하는 게 좋다.
출간 계약을 할 때 계약금의 의미로 선인세를 주는 경우도 있다. 초판(1쇄)의 인세 일부를 미리 당겨서(?) 주는 의미다. (물론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30~100만 원 정도를 계약금으로 주고 나중에 초판 인세를 줄 때 선인세만큼을 빼고 입금해준다. e북의 경우에는 종이책처럼 10%의 인세를 주는 곳도 있지만 20~50% 정도의 인세를 주는 경우도 있다.
책이 100만 부쯤 팔리고 그러면야 세전 10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상상 속 숫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흥행하는 책은 몇 만부, 몇 십만 부씩 팔리기도 한다지만 대다수의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경우 몇 천부를 팔기도 쉽지 않은 듯싶다) 지금까지 나는 7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여러 번의 경험을 거치면서 일단 2쇄 를 찍으면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4~5쇄를 찍는 책도 있었지만 1쇄가 채 팔리지 못한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 투고를 하고 출판사 미팅을 했을 당시 흥미로운 얘기를 듣기도 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 하나를 만드는 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책이 요즘 워낙 팔리지 않다 보니 출판사 역시 본전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였다.
이후 첫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미팅 때의 그 얘기가 떠올랐다.내가 책을 낸 것조차 아무도 모르는데 책이 과연 몇 백부, 몇 천부는 팔릴 수 있는 걸까? 아니 몇십 부라도 판매되기는 하는 걸까? 내 책 때문에 출판사가 적자를 남기는 것 아닌가? 출간 계약 때 선인세로 받은 100만 원만큼도 책이 안 팔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먹튀(?)하는 게 되는 건가? 참으로 기상천외한 생각과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민폐를 끼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 걱정에 부채질을 했다. 그러나 내 한도 끝도 없는 걱정을 듣고 한 지인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 출판사가 너보다 훨씬 부자야. 정신 차려.” 냉정하지만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조금 안도하며 죄책감을 덜었다.
책 쓰기로 돈을 얼마나 버나요?
책 쓰기로 돈을 얼마나 버느냐는 질문을 간혹 받는다. 첫 책 계약을 하던 2018년에는 당연히 계약금 백만 원으로 시작했지만 3년 정도 지난 지금은 (책 쓰는 작업으로 버는 수익만 계산하면) 1년에 1000만 원~2000만 원 사이의 돈을 버는 것 같다. ‘같다’라는 애매한 말을 붙인 건 두루뭉술하게 말하고 어물쩡 넘어가려는 수작이 아니다. 정말로 계산을 하지 않은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돈 계산을 매우 좋아해서 결혼 후 10년 동안 엑셀 파일에 가계부를 기록해 온 나지만, 2020년 코로나의 해 후반기 이후로는 원고를 쓰는데 모든 정신을 쏟아서 돈 계산에 흥미를 잃었다. 다양한 방면에서 의욕 상실까지 왔기 때문에 가계부 쓰기도 수입 계산도 어느 정도 내려놓은 상태다. 그냥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들어오는구나 생각했을 뿐이다.
다만 2020년과 2021년의 경우 1년에 2~3권 정도의 책을 계약했고, 이미 출간된 책의 인세도 한 번씩 들어왔기 때문에 그 정도 돈을 벌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다.
2020년 하반기에는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수상하면서 500만 원의 상금도 받았다. 확실히 큰 수익이었다. 그래도 대상을 타기 전 2020년 상반기에 책 쓰는 일로 이미 어느 정도 돈을 벌어놓은 상태이기는 했다. 청소년 교양서를 두 권 계약했었고, 2020년 초반기에 ‘최소한의 경제법칙’이라는 원고가 운 좋게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우수 출판 콘텐츠에 선정되어 상금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원고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데, 여기에 선정되면 출판사와 저자에게 지원금이 나온다. (확실히 이때까지는 돈 계산에 대한 의욕도 충만했기에 머릿속에 모든 금액을 입력해두고 있었다) 아무튼 내 경우에는 3년 동안 계속 원고 작업을 해서 출간된 도서의 숫자가 늘었기 때문에, 책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수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편이다.
전업작가 vs 부업 작가
첫 책 계약금을 받을 당시에 글 쓰는 것으로 처음 돈을 번다는 색다른 경험에 흥분했다. 머릿속으로 계산도 해봤다. 출판사에 매년 투고를 해서 출간 계약을 하고, (책이 흥행하지 않아도) 초판 인세를 200만 원씩만 받는다고 쳐도 50권 정도 책 쓰기를 하면 최소 1억을 벌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나 이 방식으로 1억이라는 수입을 달성하려면 책을 무려 50권을 써야 한다. 1년에 원고를 2개씩 써도 2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버거운 결론이 나왔다. 계산 방식은 다소 괴상했지만, 아무튼‘책 쓰기만 하는 전업작가가 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구나’라는결론을 내렸다. 실제 출판사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전업 작가의 경우 책을 쓰는 것보다 그 외의 강연이나 기고, 글쓰기 강연 등의 부수입이 더 큰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업이 따로 있고 부업으로 삼기에 책 쓰기가 좋은 일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이 역시 사람마다 바람직한 결론은 다를 것이다. 전업작가로 글쓰기에만 전념해서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있고, 본업을 통해 경제적 안정과 심리적 안녕을 꾀하면서 글을 쓰는 게 나은 사람도 있을 테니까.어느 쪽이든 슬픈 결론은 아니다. 아래 장강명 작가의 강연을 우연히 발견해서 보게 되었는데, 모든 길에는 나름의 장단점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 쓰는 분야와 가까운 일을 하면서 전업 작가의 길에 서서히 다가가는 경우도 있다. 글 쓰는 의미와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며 강의를 하는 경우도 있고, 기고나 강연을 통해 프리랜서 작가의 길을 다져 가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책을 내면 그 책을 검색해서 관련된 내용의 기고나 강연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구독 경제의 발달로 관련 서비스 플랫폼 역시 많아지고 있으므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어차피 길은 한두 가지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다채로운 상황이 존재하기 마련이니 너무 닫힌 생각을 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뭔가를 많이 아는 듯 말하지만 나 역시 엄밀히 따져보면 첫 책을 낸지 3년 정도 된 초보고 책쓰기만 주로 했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분야가 많다. 잘 살펴보면 다양한 경험을 쌓은 브런치의 선배 작가님들이 많으니, 노하우를 참고해보는 게 좋다. 무엇보다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으면 누가 날 찾아주기 전까지는, 내가 직접 나서서 기회를 찾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책 쓰기만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거나, 단번에 전업작가의 길로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글쓰기와 관련된 다양한 일이 존재한다. 책 쓰기는 이처럼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