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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May 25. 2021

책 쓰기의현실적 고민들

책 쓰기,출간과 관련해 생기는 고민들

# 채널이 필요합니다

 

불과 몇 달 전 일입니다. 출판사 편집자님과 출간 관련 회의를 하는 날이었죠. (제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했습니다) 저는 단단히 결심한 바가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좀 자제하기로요.


2년 전,  한국에 휴가 갔을 때 원고 투고를 한 후 연락이 온 출판사 분들과 회의를 할 때 이런 일이 있었거든요. 편집자분들이 가볍게 던진 질문이 시작이었습니다.      


편집자분 : 어떻게 그렇게 먼 곳에서 글을 써서 투고를 하게 되셨어요?

나 : 사실 제가 육아 우울증이 있어서...(우울한 표정).. 해외에서 지내고 애만 돌보는 게 우울하고 답답해서 쓰게 되었어요.....  

편집자분 : (당황한 표정과 숙연한 분위기)... 아... 그러셨군요;;;;     


 청소년 인문교양서 출간 관련 미팅을 하러 가서 육아로 우울하다는 신세한탄을 왜 했는지, 나중에 생각해보니 후회가 되었습니다. 제 입을 막 때리고 싶어 지더군요. 그래서 이번 미팅에서는 이상한 이야기를 최대한 자제하고 책에 관련된 이야기 위주로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전 온라인 미팅이 처음이었음에도 편집자님께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주셔서 회의는 원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책의 카테고리와 주요 주제에 대한 이야기도 잘 마쳤습니다. 그런데 편집자분께서 조심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그런데 작가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는데... 지금 브런치 외에 작가님의 다른 채널이 없으세요. 아무래도 요즘에는 책에 대해 알리려면 글 쓰는 분들께도 채널이 필요하거든요.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채널을 만드셔서 지금부터 꾸준히 작가님의 콘텐츠를 올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엇!’하는 마음속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세상에서 저자인 나만큼 내 책이 잘 팔리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마 편집자일 겁니다. (어차피 기획출판은 편집자와 출판사와의 협업이니까요) 그만큼 책이 잘되기를 원하는 바람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SNS 꽝인 저는 브런치만 하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솔직히 브런치에 처음 가입해 글을 발행하는 것조차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홍보나 출간 알림(!)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는 터였습니다. 책을 한번 내보면 여러 가지 현실을 깨닫게 되거든요.



# 출간 이후의 고민  


  처음으로 책을 출간한 저자는 대개 두 가지 측면에서 충격을 먹게 됩니다.  먼저 내 책이 나왔다는데 세상 누구도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에 1차 충격을 먹습니다. 두 번째로 내 책이 생각보다 상당히 안 팔린다는 사실에 2차 충격을 먹게 되지요. 물론 책이 빵 터져서 잘 나가는 예외도 있지만, 많은 초보 저자가 비슷한 과정을 겪습니다. (출간 전에는 내 이름 박힌 책이 나올 거니 모든 소원 성취가 끝났다 생각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첫 책 출간 이후가 가장 고민이 많은 시기입니다) 첫 책이 청소년 도서였기에 솔직히 많은 예외가 있었지만, 저 역시 이런 일들을 어느 정도 겪어봤기 때문에 내 글을 알릴 채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책 출간을 알릴만한 수단이라고는 주변인들과 하는 카카오톡뿐이었거든요. 세상 아무도 내 책이 나오는 걸 모르는 상황은 좀 답답합니다.


물론 현재의 저에게는 브런치라는 든든한 공간이 있습니다. 브런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온라인 공간이고, 응원을 보내주는 좋은 이웃 작가님들과 독자분들이 있는 플랫폼임에 틀림없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글을 알릴 채널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아주 현실적인 부분이죠. 


 


그토록 현실을 알고 있는 저였지만 고민은 있었습니다.  제가 SNS를 너무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큰 고민이 되었습니다. 일단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는 그림이나 사진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일단 사진을 너무 못 찍습니다. 게다가 전 옛날 싸이XX를 하던 시절 조금의 미화도 없이 제 사진을 올려대던 과거가 있었습니다. 소주병에 붙은 스티커를 떼서 제 이마에다 붙인 채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그랬었습니다. (제 싸이를 보던 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넌 참, 부끄러움이 없구나?!”)


예전에는 이런 제가 꽤나 진솔한 인간이라 그렇다고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스스로의 장점이나 좋은 상황을 내 입으로 말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성격이 숨어 있었습니다. (선비 정신이 있는 걸까요) 소심한 관종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제 일상 사진을 올리거나, 제 책 홍보를 하는 걸 약간 민망해하는 종류의 그런 인간입니다. 평소에 대화하다가 제 일상 중 좋은 부분만 추려 이야기하는 것조차 이상할 정도로 민망해합니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다른 채널을 만들기에는 원고를 수정하는 일, 브런치에 글 올리는 일 등으로 현재 시간이 너무 없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브런치를 해보니, sns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솔직히 전 책 출간 이후 시간이 좀 흐르고 나면, 그 책에 대한 미련을 놓고, 다음 책의 아이디어를 내고 다음 글을 쓰는데 집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출간 후유증이 너무 길게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간을 향해 달려갈 때, 그리고 출간 직후 어느 시점까지는 해당 책에 집중하고, 보살핌을 주어야 후회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식을 낳으면 어느 시점까지는 부모가 도리를 다 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당연히 새로운 sns 채널을 시작해도 제가 몇 개월 만에 몇 천, 만 팔로워를 가진 사람은 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시작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편집자분께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찍어 올리라고 권유한 것도 아니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정도를 이야기하셨으니까요. sns를 하다 보면 게시물 올리는데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시간이 덜 드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 인스타그램 시작


 고민하다 인스타그램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나중에 복직할 때에 대비해 인스타에 올릴 카드뉴스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했었거든요. 수업자료나, 학급 운영 자료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관심이 있었습니다. 제 일상은 그다지 올릴 만한 즐거운 일이 없으니,  이번 기회에 한번 카드뉴스를 만드는 요령을 늘려보자 다짐하고 12월 말에 미리 캔X스에 들어가 카드뉴스를 몇 개 만들어보았습니다. 전부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생각보다 이 작업은 의외의 희열(?)을 주었습니다. 제가 이미 올렸던 브런치 글을 요약해서 적당한 명화를 찾아 넣으면서 카드뉴스를 만드는 게 재미있더군요. 요즘도 하고 있는 작업(원고 수정, 브런치에 글쓰기, 카드뉴스 만들기) 중에 역시 좋아하는 건 브런치에 글쓰기지만, 가장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카드뉴스 만드는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제가 만든 카드뉴스입니다. 미리캔x스에 틀이 다 있어서 만들기 수월하고, 요즘 제일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는 작업입니다.

 

인스타에 들어가서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브런치 이웃분들에게 이웃 신청을 하고 온라인 만남을 가졌는데, 브런치에서 만날 때와는 다른, 좀 더 밀착된 듯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인스타에서 새롭게 인연을 맺게 된 브런치 작가님들도 계시고, 북스타그램 분들 서평을 읽는데, 인상적인 책이 많아서 그 중에 읽어봐야겠다는 책은 따로 메모해두었습니다.


 가끔은 글 쓰는 소소한 근황 이야기도 올립니다. 브런치에 쓰기에는 양이 너무 짧고 소소한 소식이라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는 오히려 나은 것들이 있더라고요. 사실 인스타그램의 모든 게 속도가 빨라서 참 적응 불가인 부분도 많지만, 나름의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스타그램을 해보니, 글 쓰는 공간으로서 브런치가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 상대적으로 잘 알게 된 면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은 이미지가 중심이 되고, 브런치는 텍스트가 중심이 되는 일이 많으니까요. 그래서 전 여전히 인스타그램 중독보다는 브런치 중독에 가깝습니다.       




# 글쓰기와 책쓰기


 이 이야기를 올린 것은 제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음을 은근히 알리기 위한 응큼한 속내가 숨어 있습니다. (제 인스타 주소는 여기 입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얘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책 쓰기의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서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부분은 기획출판을 통한 책 쓰기를 원하시는 분들, 겸업이든 전업이든 글을 업으로 삼아 일정 수익을 얻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 더 다가갈 만한 이야기입니다. (본격적으로 책을 쓴 지 2~3년 정도 된 경력의 초보 저자인 저니까 짧은 생각일 수 있음은 미리 말씀드립니다.)       

 


 기획출판을 통한 책 쓰기는 '책'이라는 상품을 통해 세상에 내 글을 내보이는 행위입니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 말씀드렸던 바도 있지만, 저는 지금 글 쓰고 책 쓰는 행위를 하나의 ‘일’로 보는 편입니다. 이런 생각을 정확히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웠는데, 며칠 전 우연히 임경선 작가님 인터뷰 내용을 읽다가 이 부분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한 번도 문학소녀였던 적도, 작가 지망생이었던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늘 글을 예술이나 자아실현의 차원보다 ‘일을 한다’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 왔어요. 그래서 그저 스스로와 주변을 돌볼 수 있는 어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라는 태도로 꾸준히 지금 이 순간 쓸 수 있는 글을 쓸 뿐입니다.”   

           - 조선일보 톱클래스와의 인터뷰. 2021년 5월호 -   

 

 제가 20년 동안 글을 쓴 임경선 작가님만큼 책임감 있게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만, 현재 글쓰기를 대하는 현재 제 생각에 가장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글을 쓰는 행위를 많이 좋아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책을 쓰는 건 결이 조금 다른 일이라, 현실적인 부분과 괴로운 부분이 끼어듭니다. 직장에서 업무를 할 때 좋아하는 업무도 할 수 있지만, 좋아하지 않는 업무도 맡게 되는 일과 비슷합니다. 책 쓰기가 아무리 좋아도, 저 역시 그중 하기 싫은 일이 절반 이상입니다. 가령 책 출간에 이르는 과정에서 제가 즐기는 일과 즐기지 않는 일은 대략 이렇습니다.


- 즐기는 일: 글에 많이 몰입했을 때 쓰는 일, 책의 컨셉이나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일, 목차 짜는 일, 글의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일

- 즐기지 않는 일 : 글에 전혀 몰입되지 않는데 써야 하는 일. 똑같은 원고를 몇 번씩 보며 교정하는 일, 원고에 적당한 이미지 파일 찾는 일(제가 청소년 도서를 주로 쓰니, 저작권에 걸리지 않는 적당한 이미지 파일을 찾아야 할 일이 많습니다). 내 책 홍보하기. 출간 이후 온라인 서점 판매지수 확인(나에게 주어진 일은 아니지만 저절로 하게 됨. 오르면 즐겁지만 안 오르면 화가 나는데, 대부분의 경우 안 오름)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속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적으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자리해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이라 여기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던 과정도 조금은 받아들이게 됩니다. 의외로 그 과정을 통해 배우는 점도 있고요. 책 쓰기는 확실히 비효율적인 일이 맞습니다. 들인 노력에 비해 버는 돈도 많지 않고 스트레스도 꽤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업에 매력을 느껴서, 새로운 책 쓰기를 계속 시도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요.  


아직 출간 계약을 하지 않으셨더라도, 글을 업으로 삼고 싶으신 분들, 책을 내고 싶으신 분들은 마감에 맞추어 글을 써보는 연습을 하시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매일쓰기 등을 하시는 분들 보면 저도 감탄합니다). 마감은 어떻게든 글을 써내게 만듭니다. 저도 마감을 맞추기 싫은 날이 많지만, 즐거운 글을 써야 할 때는 신나는 아이돌 음악이라도 들으며 흥을 돋워 글을 쓰고, 슬픈 글을 써야 할 때는 슬픈 음악을 들으며 억지로 기분을 가라앉히며 글을 쓰는 편입니다.

 

글쓰기와 책 쓰기를 일종의 ‘일’로 여기는 건 그냥 제 특수한 경우일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자아실현을 위해, 어떤 분들은 스펙을 쌓고 다른 기회를 가지기 위해, 다른 분들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지켜가기 위해 글을 쓰실 것입니다. 답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일의 본질은 ‘쓰는 행위’ 안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다른 sns 활동 등을 하더라도 결국 '쓰는 사람'으로 남으려면, 지속적으로 글 쓰는 행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책쓰기를 하다 보면 생기는 고민


다른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책 쓰기를 시도하다 보면 거절당하는 듯한 느낌(!)에 휩싸일 일이 많습니다. 글 쓰고 책을 쓰다 보면 투고한 출판사에서 거절당하는 일, 출판사와 이야기가 진행되던 일이 엎어지는 경우, 고생해서 나온 내 책이 잘 안 팔리는 경우 등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원고료 지급이 안 되거나 입금 지연이 되는 일도 아주 가끔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할 때에도 화나는 일은 매우 많지만 글을 전문적으로 쓰려고 하다 보면 좀 다른 형태로 속이 상하는 일이 생기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만 겪는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초보 저자, 작가 지망생들이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하나, 글을 오랫동안 쓰고픈 마음이 들면, 항상 따라오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썼는데 잘 안되면 어떻게 하지?” 이 질문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며 글쓰기를 방해합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렸는데 다들 내 글에 실망하면 어떻게 하지? 책을 냈는데 잘 안되면 어떻게 하지? 공모전 열심히 도전했는데 떨어지면 그 좌절감을 어떻게 하지? 저 역시 모두 해본 생각이고 지금도 자주 합니다. 제 경우 올해 초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나올 책들이 싸그리 다 안 팔리면 그 이후의 좌절감은 어떻게 하지?” 수상 이후에 제 브런치 글을 찾아 읽는 분들이 늘어날수록 불안감과 부담감도 매우 커졌습니다. “이 글을 올려서 독자들을 전부 실망시키면 어떻게 하지?”


 그럴 때는 제 자신에게 보통 물어봅니다. 불안해서 안 쓸 건지. 전부 안 될 거라면 앞으로 영영 글을 안 쓸 건지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그러면 대충 답이 나옵니다. 어쩔 수 없이, 별 도리 없이 써야만 한다는 답이 들리지요.


 솔직히 글이나 책, 컨텐츠의 흥행 여부는 글 쓰는 사람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컨텐츠 만들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는 있지만 흥행 여부까지 다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제 마음 한켠에도 책이 잘 돼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은 욕망이 그득하지만, 어차피 그런 것은 제가 결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책을 내보니 엄청나게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글쓰기로 밥벌이 하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오랫동안 쓰는 사람으로 남는 걸 목표로 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0년 후쯤까지 괜찮은 청소년 책을 써서 그 책이 추천도서가 되고, 청소년이 된 제 아들이 그걸 읽고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다른 측면의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돈을 주고 컨텐츠를 구매하는 일에 생각보다 냉정하고 신중한 편입니다. 내 지인이나 온라인 이웃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독자들은 컨텐츠가 나에게 ‘필요’하거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 돈을 씁니다. 제가 500원짜리 웹툰 하나 구매해서 보는데도 냉정해지는 것처럼요.  그래서 책이든 글이든 컨텐츠를 생각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타깃 독자가 필요로 하는 이야기'를 잘 절충해서 생각해내는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독자들은 온라인 공간 등에 괜찮은 컨텐츠가 꾸준히 쌓여 있어서, 그 컨텐츠를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쌓여 있을 때에는 책 구매를 한번쯤 고민해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팔로워 숫자도 중요하지만, 사실 전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글에 신뢰를 쌓는 것은 적어도 몇 년 이상, 어쩌면 십년 이상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하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그리고 다른 분들의 브런치 공간을 보면서 ‘꾸준함도 힘이 된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지요.  


결국,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몫의 글을 쓰고 정해진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많은 분들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투고한 원고가 전부 거절당하면 글을 수정보완해서 다시 출판사에 보내보거나 독립 출판을 하는 것이 최선이고, 세상에 내놓은 책이 잘 안 되면 다음 책을 기획해보는 것이 결국 최선입니다. 브런치 글 반응이 안 좋으면 슬프지만, 별 수 없이 다음 글을 써야합니다. 만약에 스스로에게 질문해서 ‘어쩔 수 없다. 오늘 몫의 글을 쓸 수 밖에’라는 답을 얻으셨다면, 중간에 슬럼프나 휴지기는 존재할 수 겠지만 결국 쓰게 되어 있을 겁니다. 글쓰기에도 휴식과 충전의 시간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결국 쓰고자 하는 사람은 계속 쓸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오랫동안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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