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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Aug 29. 2023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을 끝맺습니다.

ft. 다음 연재를 위한 독자분들의 사연과 궁금증을 받아요.   

안녕하세요. 구독자님들. 2020년부터 시작해 2023년(지난주)까지 이어온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연재를 끝맺으려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매주, 격주로 글을 발행해 총 94개의 글(브런치 북과 매거진, 책 출간으로 발행 취소한 글을 모두 더해보니 이 숫자더라고요)을 발행했고, 이 매거진 덕분에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제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과 <그림의 말들> , 두 권의 책을 출간하는 기쁨도 누렸어요. 



매거진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제가 해외에서 한창 외로울 때 이 매거진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인간관계의 유통 기한에 대한 글로 호응을 얻으면서 처음으로 이 매거진에 글을 본격적으로 써야겠다 마음먹었고, 매주 화요일마다(작년부터는 격주로) 이 매거진에 글을 올렸어요. 2020년 코로나 시기를 이 브런치 매거진과 함께 했고, 덕분에 공모전 수상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책을 출간하던 때쯤 한국에 돌아와, 또다시 한국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시기에, 이곳에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많이 다독일 수 있었어요. 


 당연하게도 읽어주신 분들과 나누었던 소통이 글쓰기의 중요한 원동력이었어요. 제가 원래 집필하는 책(청소년책)에 비해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좋아하는 분야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움을 얻기도 했고요. 


 원래의 저는 좀 무심하단 얘길 들은 적이 많아요. 머릿속으로 공상을 거듭하는 걸 좋아하고, (실생활에 아무 짝에 쓸모 없는) 지식이나 정보 쌓아가는 걸 내심 즐겨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늘 저 먼 곳의 무언가를 생각하며 지내다 보니, 주변 머리가 좀 떨어지고 감정 표현에 서툴어서 직장이나 학창 시절, 사회생활을 하기에는 부적합하단 생각을 어릴 때부터 종종 했어요. 되도록 사회성이나 현실 감각을 키우려고 노력하면서 지내왔어요. 그럼에도 감정 표현이나 교류가 다소 어색하고 서툰 부분이 있었습니다. (MBTI를 맹신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원래는 대체로 INTP라는 유형에 해당되는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전부는 절대 아니지만 이 유형의 특징이 제 성격 유형이랑 비슷한 면이 꽤 많아요. 



하지만 타인에게 무신경하고 독립적이라 생각했던 제 성격도 해외에서 극도로 외로운 상황에 놓이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작은 일에도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고, 사람과의 소통과 대화가 아주 간절한 시기가 왔어요. 성냥팔이 소녀가 추위에 오들오들 떨다가 성냥불 하나 켜면서 그 따스함에 위안을 받듯ㅎㅎ, 브런치에 들어와 글을 올리고 소통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했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힘이 있는 거구나. 그런 깨달음이 왔을 때 연재를 계속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연재를 이어가던 마음 


글을 찾아와 읽어주신 분들은 저에게 아주 각별한 분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떤 시점 이후로는 정성껏 차린 음식을 특별한 손님에게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발행해 보자 라는 마음으로 연재를 이어갔습니다. 


 손님(독자)의 숫자나 상황은 늘 바뀔 수 있어요. 손님이 많아 북적일 때도 있고, 휑하고 허전한 날도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점점 손님이 줄어드는 순간도 다시 북적이는 순간도 있게 마련입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 풍경을 보며 자란 저라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건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 속하더라고요.  한결같이 글을 찾아와 읽어주는 독자도 있지만, 마음이 바뀌는 독자도 있고, 어쩌다 가끔 찾아와 주는 분들도 계실 테고,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글 쓰던 이웃분들도 줄어들 수 있단 예상도 했어요.


  결국 독자의 마음은 독자의 것이고 그걸 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떤 상황에도 개의치 않고 손님을 위한 마음으로 내가 정갈한 음식(글)을 꾸준히 만들어 내놓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 궁금증을 푼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계속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끔은 내 진심이 읽는 이에게 반드시 통할 거라는 기대감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 오히려 상대방에게 진심을 꾸준히 건넬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글에 담을 수 있는 솔직함도 독자에게 도움이 될 내용 위주로 꺼내 놓았어요. 답댓글도 최대한 도움이 되어 드리는 방향으로 쓰고자 했고요. 그렇지만 결심에 비해 제 마음보가 넓지 않아서 가끔은 연재에 대한 회의감도, 스스로가 바보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솔직히 때려치워야겠단 생각도 자주 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되돌아보니 쓰고 싶은 걸 전부 썼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었고 스스로에게도 수련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고 거듭 고치는 노동은, 의외로 마음 수련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매거진 글을 쓸 때 염두에 둔 독자 

 

 글을 쓸 때는 구체적인 독자를 설정해 그 독자에게 하고픈 말을 적는다고 생각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에는 가족에 대한 마음이나 어릴 적 상처, 가난에 대한 마음 등의 글은  주로 저보다 나잇대가 어린 친구들을 생각하며 쓴 경우가 많습니다. 


 계기가 있었어요. 한창 브런치 초보로 왕성하게 이웃분들의 글을 읽으며 다닐 때였어요. 한 20대 이웃분의 글을 읽었는데, 어린 시절 상처를 준 가족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적었더라고요. 마침 저도 비슷한 고민 중에 있었고, 제 또래뿐 아니라 열 살, 스무 살 어린 친구들도 가족에 대한 복잡한 마음으로 힘들어할 수 있단 걸 깨달았어요. 제가 몇 발자국 먼저 고민을 해 본 사람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난에 대한 이야기나, 어릴 적 상처 이야기를 꺼낼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직장 사춘기에 대한 글이나 자아 정체성,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글도 주로 20~30대 친구들을 생각하며 쓴 경우가 많아요. 물론 제가 가정 보육을 해본 경험이 있으니 육아나 주부로서의 정체성 혼란과 같은 글을 써서 같은 입장의 분들에게 건네드릴 수 있었고, 인간관계에 고민해 보고 힘들었던 시기도 있어서 관계에 대한 글도 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제가 과거의 일들, 마음의 상처 덕분에 마음이 고꾸라진 경험이 많았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자주 고꾸라졌기 때문에 '아 나랑 비슷한 사람은 이 구간에서 넘어져서 허우적댈 수 있겠군' '이 구간에서 이런 고민에 빠지기 쉬워' 정도의 사실을 알고 있어 글을 구체적으로 쓸 수 있었던 거니까요. 



<다음 연재에 대한 이야기>


 올해 8월 말 정도가 되면 그림 매거진 연재를 끝내려고 오래전부터 마음을 먹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뒤의 일은 솔직히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금 보고 있거나, 출판사에 원고가 넘어갔거나, 봐야 할 청소년책 원고가 3~4개 정도 있었고(지금도 있고), 어떤 때는 그 원고가 아무 소식 없다가 교정본이 밀려서 올 때도 많습니다. 다음 연재는 미처 생각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시점에 다음 연재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브런치팀의 응원하기 파일럿 연재에 관련된 미팅에 참여해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자발적 마감을 3년 이상 해오면서 이 행위가 너무 고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누군가의 관리를 조금이라도 받으며(!) 글을 마감하고 연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결국 복직을 앞둔 터라 여러 사정으로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이러이러한 주제로 연재를 한다고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순간 떠올랐습니다. 그때 생각난 것들이 다음의 세 가지 방향이에요. 어느 정도의 시간 후에(아마 몇 개월 후쯤), 이 주제 중 하나 둘 정도의 주제로 연재를 해볼까 합니다. 



(1) 명화고민상담소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 글은 제 개인적인 사연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대다수입니다. 가끔 독자분들께 '내 고민이랑 비슷해 놀랐다'는 말씀을 듣고는 했어요. 실제 댓글로 고민을 남겨 주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독자분들의 고민이나 사연을 듣고, 제가 충분히 생각을 해본 다음,  명화를 한 편 꺼내면서 해법을 함께 찾아보는 글을 생각했습니다. 


 물론 제가 고민 해결 전문가(!)가 아니므로, 해법으로 내놓는 답은 사연자 분께 도움이 되어드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함께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 생각해 이런 콘셉트의 글을 생각했어요(물론 보내주신 사연을 글에 실을 경우,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고 되도록 간략하게 가공. 각색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 매거진의 글을 쓰려면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관련 명화와 해법에 대해 충분히 숙고해보아야 하니까요. 사실 연재가 가능할 만큼 사연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충분히 계실는지, 그것도 모르겠어서 연재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연재가 가능하든 아니든, 일단 사연은 받아보려고 합니다. 고민이나 사연이 있으시다면 아래 구글폼에 기재해 주시면 제가 남겨주신 이야기를 잘 읽은 다음, 생각을 하고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RoveA21L53ye7cCfr6RErS0KfRmg0V1jblwirfaGMusdttQ/viewform?usp=sf_link



(2) 모여봐요, 책 쓰기의 숲 


 제가 책 쓰기와 출간 관련 매거진과 브런치북을 올린 적이 있어요. 이 매거진 글을 읽고 몇몇 편집자분들께서  '정말 쓸모 있다'라고 말씀 건네주신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글의 특성상, 이야기나 노하우를 설명식으로 쏟아붓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작 책 쓰기를 시작하거나 시도하시는 분들께는 되려 출간이나 투고에 대한 부담을 안겨드린 게 아닐까, 이웃분들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흥미롭게 에세이나 제 경험담과 버무려서(?), 가장 첫걸음마부터 차근차근, 가벼운 팁을 곁들여 가며 책 쓰기 글을 쓰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너무 무거운 얘기나 설명식의 얘기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톤으로 글을 쓰고 싶어요. 


 이 매거진을 연재한다면, 많은 분들이 책 쓰기에 대해 조금은 쉽게 접근하실만한, 그렇지만 허황되지 않은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책 쓰기를 4년 전부터 쭉 해온 입장이라, 출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어떤 점을 궁금해하실지 되려 잘 모르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이 역시 아래 구글폼에 책 쓰기나 출간, 원고 투고 등에 대해 궁금한 점을 남겨주시면 참고해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다만 이 글은 사연을 


https://docs.google.com/forms/d/1oRT5f6EY1C4V2LAJcbHMSnC7CX3FvhQ7IxvSoGPyh4A/edit




(3) 오늘은 오늘의 글을 써요 


글쓰기와 삶을 연결시킨 에세이를 써보고 싶었어요. 저는 지난 4~5년간 거의 매일 글을 써왔고, 그걸 통해 제 삶이 많이 바뀌었어요. 매일 쓸 수 있는 용기, 계속 쓸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드릴 만한 이야기를 삶의 이야기와 연결 지어 건네 드리고 싶어요. 또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나 시선, 작은 요령을 다루는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구체적인 건 생각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주제의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이 중에 한 두 가지가 정도의 주제로 연재를 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사연은 독자분들의 참여로 가능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긴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림 매거진에 글이 많이 쌓여 있어서 새롭게 찾아와 주신 구독자분들은 오히려 읽기 힘드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매거진 글을 몇 개 추려서(책에 실리지 않은 글 위주로 선정해서)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2> 브런치북을 하나 발행할까 생각 중임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인스타그램에 근황과 소식, 명화 카드뉴스 등을 (그나마) 자주 올리는 편이에요. 링크를 해둡니다.

유랑선생 인스타그램




이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 ) 제 매거진 글 찾아와 읽어주셨던 분들이, 스스로를 다독이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밤들을 보내시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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