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매거진에 글을 올리는 날인데, 최근에 너무 무리했는지 약간의 번아웃이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주에는 새로나온 책 소개글만 올립니다.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드려요. 다음주에는 원래대로 화요일 오전에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글 발행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제 세번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경제법칙을 쉽게 알려드리는 경제 교양서입니다.
(사진은 거대해 보이지만 b6 정도의 깜찍한 사이즈의 책이라고 합니다.)
대략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 소개팅에서 괜찮은 이성을 찾기 어려운 이유
- 브랜드의 한정판(리미티드 에디션)상품이 인기를 끄는 까닭
- 백화점이 vvip 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
- 홍콩의 맥도날드 난민이 존재하는 까닭
- 미성년 금수저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까
- 당일 특가 항공권의 비밀
- NO재팬 현상과 관련된 경제 개념
- 기생충에 나오는 맥주의 비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제가 생각한 바는 아주 명확합니다. 저처럼 표, 그래프, 숫자에 약하거나 경제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문과형 스타일의 사람들도 경제에 쉽게 접근할만한 책으로 쓰자는 목표였습니다.
제가 예전 글에도 썼던 바가 있지만 대학 다닐 당시 경제학을 어려워하고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어요. 경제학 원론 도서나 그나마 쉽다는 '맨큐의 경제학'에도 그래프가 아주아주 많습니다. 제가 그런 분야에 유독 약한 편이거든요. 하지만 알고보면 경제학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현상들은 우리 일상속에 아주 많습니다. 첫사랑이나 소개팅처럼 '엇 이런 것도 경제학으로 설명이 되나' 싶은 것도 경제이론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처음 출판사에서도 이 책의 집필 의뢰를 하실 때 사례 중심의 아주 쉬운 책을 원하셨어요. 경제를 어렵지 않게 설명하는 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그래서 경제학을 낯설게 여기시는 분들을 염두에 두고,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예시를 찾아 썼고, 어렵게 쓰지 않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먼저 책 홍보에 대한 말씀드립니다.
사실 책을 쓰는 것보다는 책을 홍보하거나 주변 분들께 알리는 일이 저에게는 더 막막한 일입니다.자기 홍보에 소극적인, 저와 비슷한 스타일의 분들은 첫 책 내시면 정말 곤혹스러워하실 거라고 감히 예상합니다.ㅎㅎ 그래도브런치 하시는 분들은 보통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함께 많이 하시니까 훨씬 나으실 거라생각해요.저는 브런치에도 평소에 제가 쓰는 글과 이 책의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서 이 공간을 통해 소개를 할까 말까 망설이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책으로 자식을 낳으면(?) 내 새끼 홍보를 하긴 해야겠더라고요. 게다가 기획출판은 저만 고생한 게 아니라 출판사 분들의 노고가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브런치에는 앞으로 책 내실 분들이 정말 많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간과 관련된 몇 가지 뒷이야기나 팁을 말씀드려봅니다.
1. 계약하게 된 계기
# 이 책은 2019년 11월에 계약하였습니다. 2019년 한 출판사에 청소년 책 관련한 원고 투고를 하였는데 그것이 제 두 번째 책입니다. 마침 해당 출판사에서 '최소한의 시리즈'라는 교양서 시리즈 중 경제 분야를 쓸만한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제가 마침 그 시점에 경제 관련 원고를 투고해서 보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한국 휴가 때 출판사 미팅 때이 책의 집필도 한번 생각해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두번째 책 집필이 끝날 때쯤 이 책의 목차를 기획해서 보내드렸는데 다행히 출판사에서 마음에 들어하셔서 계약이 진행되었습니다. 원고 투고가 분명 괴로운 과정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아주 가끔 의외의 기회를 불러오기도 하니(출판사에서 기획하는 책의 컨셉에 맞아떨어진다면) 시도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2. 책의 분량
# 제가 첫 책을 쓸 때 원고 분량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에(편집자 분이 고생하셨습니다.) 이 책은 분량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보통 성인책을 쓰려면 원고지 700매 이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첫 책은 청소년 책이라 책 페이지 수로 260매 정도이므로 원고지 페이지수로 600매 정도의 분량을 쓰면 되었습니다.
(아시는 분도 많으시겠지만, 한글 프로그램을 쓰신다면 파일 -문서정보-문서통계 에 가시면 원고지 200자 기준으로 매수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애초부터 직장인들이 출퇴근 때 부담없게 가지고 다닐만큼 작은 크기의 얇은 책을 출판사에서 원하셨습니다. 원고지 500매 정도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하셨지요.
제 글을 읽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평소에 길고 장황하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구어체로 글 쓰는 것도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그러나 500매 분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문장 자체를 간결하게 쓸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문장을 짧게 쓰는 연습을 나름대로 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된 셈이지요.
3. 집필 기간
#사실 2019년 11월 계약을 해서 2020년 2월 원고를 넘겼습니다.초고 쓰는데 3개월걸린 셈입니다.저는 원고 마감을 늦는 편은 아니고 대체로 맞추는 편입니다. 이후 교정과 기다림의 시간이 약 9개월 정도 걸린 것인데요, 가끔 출판사의 사정이나 편집자분의 교체 등으로 원고 교정과 책 출간까지 오래 걸리는 일이 있습니다. (대부분 출판사의 고의가 아니고 사정상 그리 되는 일이 많습니다.다른 책의 출간까지 겹치면 더 늦어지겠지요)
만약 원고 넘기고 교정본이 잘 오지 않거나 출간까지 오래 기다리는 일이 지치신다면다음 책 아이디어를 생각하시거나 새로운 원고를 준비하시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책 출간만을 고대하고 편집자분의 메일이나 연락만 기다리면 더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습니다. 물론 출간이 너무 늦어지면 진행 상황을 계속 묻기는 해야겠지만요.
4. 편집자분의 피드백
제가 정확한 통계 수치를 적어내는 일에 아주 약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쓰는 것이 까다로웠습니다. 학교에서 일할 때도 출석부 정리 같은게 자주 틀렸습니다. 다행히 초기에 편집을 담당하신 대리님이 아주 꼼꼼하게 원고를 검토해주셨고, 여러번 저에게 피드백 해주셨습니다.덕분에 점점 더 정확한 원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대리님이 중간에 퇴사하셨고, 성격이 좋으신 출판사 부장님께서 제 원고를 대신 맡아주셨어요. 두분 모두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아무리 쉬운 책이더라도 경제도서니까요) 편집자분들은 사실 책의 '프로듀서'라고 해야할까요. 제 느낌으로는 그랬습니다.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하십니다.
5. 책의 저자가 버는 돈
이걸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책으로 벌 수 있는 돈은 명확합니다. 상업출판을 한다면 대체로 책 정가의 6~10%가량이 인세로 지급됩니다. 만약 12000원짜리 책을 인세 10%로 계약해서 1쇄를 2000권 출판한다면 240만원(12000원 x 0.1x 2000권 ) 이라는 돈이 세금 3.3%를 떼고 출판사에서 지급됩니다.
이 금액 중 100만원을 계약금(선인세)조로 먼저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1쇄가 나온 이후 나머지 인세 잔금 (위의 예에서는 140만원이겠지요)을 넣어줍니다. 그리고 책이 2쇄, 3쇄, 4쇄,... 이렇게 찍고 다 팔리면 책의 인세가 계속 나옵니다. 책의 수명이 길수록 좋겠지요.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책의 저자로만 먹고 살만큼 돈을 벌기를 원하는 분이 계신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제가 책으로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서 ㅎㅎ 추측형입니다.)
1. 책을 엄청나게 많이 출간하기(다작)
2.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서 인세를 엄청나게 받기.
둘다 쉬운 일은 아니긴 합니다. 1번의 경우 책을 1년에 4~5권 정도 계약해 출간하고 1쇄만 판다고 가정하면 1000만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책이 2쇄, 3쇄까지 팔리고 그런 책이 여러권 된다면 돈을 계속 더 많이 벌 수 있겠지요. 2번의 경우 정말 책이 엄청나게 잘 팔리면야 떼돈을 벌 수 있겠지만 이것은 신의 영역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기타 칼럼 기고, 강연, 글쓰기 강의 같은 기타 수입이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내면 또 여러가지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아 출간이 일종의 자격증이나 명함 역할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6. 책 출간으로 바뀌는 것
# 책을 내서 인생이 바뀌느냐? 저는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하지는 못합니다.제 책이 큰 화제가 되었거나 베스트셀러이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서 no라고 말씀드리는 것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최근 들어 약간의 글럼프가 왔습니다. 제가 지금 1년째 계속 글을 쓰고 있지만 정말 '글만 쓰고' 있거든요. 사실 첫 책 내고 나서 '내 인생이 바뀌려나?'라는 기대감에 부푼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책을 내도 제 인생이 크게 바뀌지 않는 점만큼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중동에 사는 저의 소원은 지극히 단순하거든요. 한국에 휴가가서 정다운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싶고 맛있는 한국 음식도 먹고 싶고 깨끗한 길거리를 쏘다니고 싶고.... 그런데 글을 아무리 써도 그건 불가능하더라고요. (한국에 당장 가지 못하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기는 합니다.) 제가 책을 몇 권을 쓰던 간에 육아나 식구들 밥챙기기를 먼저 해야 하는 가정주부의 일에서 하루도 벗어난 날은 없었고요. 최근 들어 우는 날도 많았습니다. 당장 가고 싶은 한국도 못가고 인세로 받은 소액으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글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니 내가 무슨 글쓰는 사명을 타고난 것도 아닌데 왜 이걸 쓰고 있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브런치를 한 것이 저에게는 심적으로 크게 위안이 되었습니다. 지난번에 출판사에서 한 사전연재 예고에 정말 브런치 구독자분들께서 댓글을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냥 댓글을 남겨주는 분들이 있다니 마음이 든든하다고 해야할까요. ㅎ 브런치 독자분들께서 이렇게 댓글을 남겨주시다니 감격했습니다.
사실 사전연재 일이 아니더라도 감사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제 건강이나 안부를 물어주시는 작가님들도 계시고 그게 참 감사했습니다. 첫번째 책이 얼마 전 증쇄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마 이번에 찍는 판이 4쇄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청소년 도서는 일단 기관에서 추천 도서가 되면 도서관이나 기타 기관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분명 브런치에서 절 알고 책을 읽어준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이 글을 빌어서 감사하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매일 글쓰면서 울고 넘어지는 저를 격려하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살면서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이번만큼은 '수고했다'고 스스로를 토닥거려 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