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열 시 이십 분, 법원의 법정경위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건조하게 흘러들어왔다.
"오늘 구속 세 명입니다. 여성은 없습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곧바로 가겠습니다."
나는 의례적인 대답을 남기고 호송팀을 꾸렸다. 오랜 시간 반복해온 동작이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고, 마음은 그 뒤를 따랐다.
법정 옆, 냉기가 서린 유치장 안에는 세 남자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은 방금 전까지 피고인석에 서 있었다. 판사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자유인에서 수인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재판 진행 중 영장이 발부되었거나, 종국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된 자들. 이제 그들이 향할 곳은 하나뿐이었다.
판사는 선고를 내리는 그 순간, 실형과 함께 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 때로는 실형을 선고하고도 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도 한다. 밖에서 항소심을 준비하라는, 마지막 기회 같은 것이다. 판결을 선고하면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법정구속이라 부른다. 또, 판사는 선고일이 아니라도 피해 회복은커녕 변명만 늘어놓으며 뺀질거리는 피고인을 재판 도중에도 구속할 수 있다. 피고인을 쇠창살 안에 가두어 놓고 앞으로의 재판을 이어가겠다는, 법복을 입은 이의 냉정한 의지 표명이다.
많은 이들이 구속은 경찰서나 검찰청에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믿음이다. 판사는 재판이 진행되는 어느 순간에도 그 망치를 내리칠 수 있다. 법의 집행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세 사람은 유치장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가, 무겁게 생긴 벨트 수갑을 든 나를 보자 얼굴이 바짝 굳어졌다. 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차가운 금속 고리를 그들의 손목에 채웠다. 찰칵~~찍, 찰칵~~찍, 찰칵~~찍. 세 번의 수갑 소리와 벨크로 소리가 작은 방 안을 울렸다. 영장에 집행 일시와 집행 장소를 적어 넣었다. 끝으로 '남양주 검찰청 검찰 수사관 최길성'이라는 글자를 또박또박 적고, 도장을 찍었다.
서류 작업을 하는 동안, 사십 대 남자 하나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긴 한숨을 토해냈다.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오십 대 남자는 핸드폰에 대고 소곤거렸다. 삼십 대 남자 하나는 핸드폰을 거의 입에 문 채, 울음 섞인 목소리로 상대를 향해 소리를 질러 댔다. 아마 엄마였으리라.
"이동 중에는 핸드폰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제 모두 꺼주십시오."
사람의 신병을 구속하는 일. 이십 년이 넘도록 해온 일이었다. 그 세월 동안 나는 수많은 인간 군상을 만났다. 그들에게는 기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법정에서 교도소로 향하는 삼십 분, 그 짧은 시간 동안 단 한 사람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돌아보지 않는다는 것.
그들에게 법정구속의 이유는 언제나 타인이었다. 엄마가, 남편이, 아내가 합의금을 준비하지 못해서. 자신이 저지른 죄는 생각하지 않고, 남 때문에 쇠창살 안으로 들어간다고 여긴다. 간혹 침묵으로 뉘우침의 흔적을 보이는 이도 있지만, 그마저 드물다.
또 하나의 공통점. 그들은 자신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실형이 선고됐는지,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해야 할지 고민하는 대신, 돈 많은 변호사를 선임했어야 했다며 후회한다. 사건 당시 내가 그 일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변호사에게 쏟아부은 비용을 차라리 피해자에게 주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교도소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허락받은 통화 시간조차, 가족들에게는 교도소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협박성 멘트를 날리고, 지인들에게는 합의금을 빌려주지 않아서 이 지경이 됐으니 나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분노를 쏟아낸다. 변호사에게는 재판이 잘못되었다고 토로한다. 단 한 번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마지막으로 잘못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하늘을 보며 한숨 쉬던 사십 대 남자가 낮게 중얼거렸다.
"좆 같은 법."
갑자기 그는 엘리베이터 벽을 발로 찼다. 쾅. 둔탁한 소리가 좁은 공간을 채웠다. 그는 바닥에 침을 퉤퉤 뱉고는, 발뒤꿈치로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법정에서 구속되었는지 생각하지 않는 눈빛이었다. 그는 재판 선고가 아닌 재판 진행 중에 영장이 발부된 경우였다.
"엘리베이터 부서지면 앞으로 교도소에서 일해서 번 돈으로 수리해 줘야 합니다."
나는 녀석이 정말 억울한 구석이 있는지 영장의 범죄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전혀 억울할 일이 없었다. 사기죄를 지은 것은 거의 오 년 전이었다. 알고 지내던 여자에게서 팔천만 원을 사취했다. 큰 사업을 한다며 진행비가 필요하다고 여자를 속였다. 사업은 하지도 않았다. 그냥 날로 팔천만 원을 먹었다. 오 년이라는 시간. 매달 백만 원씩만 갚았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을 긴 세월. 그런데도 한 푼 갚지 않다가 구속되고 나서야 법이 좆같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법이 좆같다", "법이 개법이다"라고 말하는 피의자 혹은 피고인을 수없이 봐왔다. 그 말을 들을 때면 오래전 민원실에 근무하던 시절, 거의 석 달을 민원실에 찾아와 업무를 방해하던 한 남자가 떠올랐다.
사십 대 남자였다. 그는 고소장을 제출하며 법이 좆같다고 욕했고, 불기소 이유고지서를 받으며 또 법이 좆같다고 욕했다. 민원실에서 그가 하는 말이라곤 그것뿐이었다. 그는 간혹 민원실 책상을 발로 차기도 하고, 바닥에 침을 뱉기도 했다.
그는 민원실에 앉아 민원인을 응대하는 수사관을 사람이 아닌 것처럼 대했다. 자신이 말할 때는 무조건 들어야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해주기를 바랐다. 결국 자신이 고소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는 법이 좆같다는 것이었다.
석 달이 지났다. 그는 또 고소장을 들고 와 나에게 접수하며 법이 좆같다는 말을 했다. 나는 드디어 그에게 해줄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법이 좆같다고요?"
"그래."
"지금 석 달째 여기 방문해서 법이 좆같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렇죠?"
"그래, 내가 그랬다. 어쩔 건데?"
"음, 선생님은 제 얘기를 조금 들으셔야겠네요. 선생님, 지금 계속 법이 좆같다고 하시는데, 사실 법이 선생님을 지켜주고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뭔 개소리야?"
"들어보세요. 저는 공무원법, 검찰청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지난 석 달 동안 민원실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법이 좆같다는 이야기를 해도 아무 소리 하지 않았습니다. 공무원법에는 공무원이 민원인을 대하는 법이 정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법이 그래요. 그런데 선생님이 좆같다고 말하는 그 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공무원법, 검찰청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요?"
민원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선생님은 저한테 두들겨 맞습니다. 저는 법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선생님을 때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거든요. 선생님은 저보다 덩치도 작습니다. 주소 검색해서 어디 사는지 알아낸 후 몰래 집에 찾아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가만두지 않는 거죠. 법에 선생님 사는 주소 함부로 검색하지 말라고 되어 있어서, 그동안 모욕적인 말 들어가면서도 가만있었던 겁니다. 저는 운동을 많이 했어요. 제 팔 한번 만져보세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법은 좋은 겁니다. 법을 업신여기거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건 당연하고요. 선생님은 지금 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겁니까, 아니면 법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겁니까? 법은 그런 거예요. 함부로 법이 좆같다고 말하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어요?"
"......"
"지금 이 시간, 밖에 나가서 아무 가게나 들어가셔서 바닥에 침을 뱉어보세요. 발로 가게에 있는 물건을 차보세요. 그리고 음식 맛이 좆같다고 이야기해보세요. 가게 주인이 석 달 동안 그렇게 행동하는 선생님을 가만 둘까요? 아마 가게 주인한테 멱살 잡히고 구석진 곳에 가서 두들겨 맞을 겁니다."
"......"
민원인은 울상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법이 없으면 힘이 제일 센 사람이 왕입니다. 선생님은 서열에 들지도 못해요. 맨날 맞으면서 잔심부름해야 합니다. 법이 선생님을 보호하고 있는 건데, 그런데도 법이 좆같다고 계속 말씀하실 건가요? 앞으로 법이 좆같다고 말하지 마세요."
민원인은 제출하려던 고소장을 가지고 나간 후, 다시는 검찰청 민원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발을 구르던 피고인은 수리비를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는 말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교도소까지 갔다. 만약 그가 법이 좆같다는 말을 한 번 더 했더라면, 나에게 법이 그를 보호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침묵했다. 그리고 나는, 그저 이십 년째 해온 일을 했을 뿐이다. 쇠창살 안으로 사람을 보내는 일. 법의 언저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