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우리의 미래, 아이들을 사랑해 주세요

by 최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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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기사를 읽고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내 나이 오십이다. 인생의 반쯤을 걸어왔으니 이제는 웬만한 일에는 담담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목이 메고 눈가가 젖은 건 왜일까? 정인이 사건에서도 참 많이 이랬다.


기사의 제목은 짧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아이의 마지막은 너무 길고 너무 참혹했다.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 생후 18개월밖에 되지 않은 남자아이가 방치되어 숨졌다. 엄마는 아이를 상습적으로 돌보지 않았다. 밥을 제대로 먹이지도 않았고, 결국 아이는 몸무게가 정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킬로도 안 되는 몸으로 의식조차 잃고 저체온에 시달리다 구호 한 번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검찰은 엄마가 평소 상습적으로 아이를 유기·방임했고 영양실조에 빠져 의식 없이 몸을 떨던 그 아이를 끝내 살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본 세상은 차가운 바닥과 벗겨진 벽지였을까. 아니면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와 먹을 것을 내밀어 주길 믿으며 텅 빈 문 쪽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다 서서히 감긴 눈꺼풀이었을까. 너무 슬펐다. 슬프다,라는 말조차 모자랐다. 목이 꽉 잠겼다. 남들 몰래 눈가를 훔쳤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내가 살아온, 내 손으로 기록을 넘겨본 이 땅의 현실이기도 했다. 오래전 일이었다. 기소중지자를 검거하러 현장에 나갔다. 잡아야 할 대상은 유치원생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였다.


그날 오후 1시부터 잠복을 시작했다. 겨울도 봄도 아닌, 싸늘한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시간은 지독하게 느리게 흘러서 여섯 시가 가까워질 무렵까지 꼼짝도 못 한 채 앉아 있었다. 그동안 골목에는 아이들이 모여 놀았다. 깨끗한 옷도, 반짝이는 신발도 없이 낡은 가방을 끌며 깔깔거리는 아이들. 저녁이 다가오자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 한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철수야 잘 가.”


철수는 바로 내가 잡아야 할 김인선(가명)의 아이였다. 밤 열한 시가 넘어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잠복하는 동안 김인선이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당처 집안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잡아햐 할 김인선의 집 문을 열었다.


불 꺼진 어두운 방구석 그 아이가 보였다. 낮부터 놀다 지친 몸이 쓰레기가 흩어진 방 한구석에 조그맣게 접혀 있었다. 숨은 가쁘고 볼은 파리했다. 주방에는 찌개 냄새도, 밥 냄새도 없었다. 무언가를 끓여 먹은 흔적조차 없었다. 온기도, 정리도 없는 방이 그 아이의 세계였다.


“이를 어쩌지?”
“아무것도 못 먹은 거 같은데”


우리는 낮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몸을 눕힌 아이를 깨울 수 없었다. 동네 편의점 불빛이 아직 꺼지지 않아 황급히 들어가 빵과 우유를 샀다. 그리고 조용히 아이 옆에 두고 나왔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자고 있는 내 아이들을 꼭 껴안았다.


가슴이 죄어왔다. 아무 죄도 없는 그 아이가 그렇게 혼자 쓰레기더미 옆에서 잠들어 있어야 했던 이유를 설명할 말이 없었다. 그날 밤, 내 아이들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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