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내 편
어릴 적 하루하루 참 힘들었던 기억.
그 시간들은 추억하기도 싫을 만큼 참 서럽고 아팠다.
그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미래의 희망이었다.
'이 순간만 버티면 될 거야'
'오늘만 지나면 내일은 좀 더 나을 거야'
'어른이 되면 내게도 힘이 생길 거야'
'내가 나중엔 꼭 다 하고 말 거야'
그렇게 꿈꾸던 시간이 되었을 때 난 어땠지?
그 시간에도 난 계속 더 나아질 거라 희망의 시간을 기다렸다.
그 기대했고 희망하며 기다렸던 시간을
살아가는 지금 어떠한가?
상상했던 만큼 희망적인가?
나는 어릴 때 어떻게 그런 생각들로 버텨낼 수 있었을까?
내 탓도 남의 탓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이 흐르면 좋아질 거란 단순 희망으로
난 나 스스로를 믿고 긍정적으로 살아올 수 있었지?
돌이켜보니... 부모님이 늘 내게 부정적일 때
할머닌 나보다는 그 상황을 탓해 주셨다.
난 잘 할 건데 내 상황이 날 그리 못하게 만들었다며
늘 내 편에 서서 그것들이 물건이건 사람이건 상황이건 혼내주셨다.
난 그런 내 편이 창피했다.
더 인식시켜주는 거 같아서...
나 자신이 초라지는 게 싫었다.
튀어나온 돌에 걸려 넘어지면 돌을 떼지 떼지
과일을 먹다 혀를 깨물어도 과일을 떼지 떼지
엄마 아빠 닮지 않고 할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으며 자랐는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을 미워할 정도로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
무조건 내 편. 할머니가 참 그립다.
늘 비린내가 나던 월남치마에 빠진 이를 보이시며 환하게 웃어주시던
할머니가 보고 싶다.
그럼 내 등을 어루만지며 잘하고 있다.
더 잘할 거다. 그리고 답답한 내 주변을 떼지 떼지 해주실 텐데...
그 할머니의 믿음.
난 그 말들이 그대로 나 스스로를 키우는 힘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도 그런 엄마가 돼주고 싶은데...
얼마나 힘든 건지 새삼 느끼곤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