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IN Aug 16. 2016

가리산 신선놀이

함께여서 좋았던 가리산 계곡여행

방훈이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다시 물로 들어간다. 기어코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아무도 없는 계곡에 우리만 덜렁 앉아 여유를 만끽하고 있자니 신선노릇이 따로 없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 몸으로 받아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시원한 감촉을 즐겼다.

이정이가 비로 불어난 계곡물에  앉는 것을 망설이자 나는 바로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들 당황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이내 같이 물을 뿌려댔다. 가리산 계곡에는 한동안 낭랑한 우리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빗줄기는 더욱 거세져서 때린데 또 때리는 엄마의 손처럼 아파왔다. 함께여서 좋았다.

어제는 팔봉산 트레킹, 오늘은 가리산 레포츠타운에서 서바이벌, 플라잉집, 클라이밍, 장애물 건너기 등을 하며 내리쬐는 태양과 맞서가며 강행군을 했었다.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흥미로운 체험들을 통해 스릴과 성취감을 느껴 보았다. 이날 비는 폭염이 준 선물이었다.

연휴라 막히는 도로에서 졸음과 싸우며 홍천까지 와서 계곡 한번 못 들어가보고 돌아간다면 속상했을 것이다. 우리의 이탈은 너무나 탁월했다. 톡 톡 머리에 내리꽂던 빗줄기가 약해지자 우리는 동시에 “하루 더 있자!” 외쳤다.

휴양림의 관리소에 전화해보니 이쁜 통나무 산막은 한달 전, 월 초에 예약이 끝난 상태라 했다. 가리산 자연휴양림에서 1.4km  내려와 ‘가리산민박’을 예약했다. 숙소를 잡고 편안한 맘으로 맥주와 치킨을 샀다. 하지만 바로 숙소로 들어가지 않았다.

민박집 옆에 흐르는 청아하게 들리는 계곡에 한번 더 들어가서 물놀이를 했다. 산봉우리부터 폭포수처럼 흘러 내려오는 구름이 너무나 멋져보였다.

이 멋진 풍경을  담기위해 사진기를 들고 각자 흩어져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숲의 돌길을 걷느라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그동안 복잡하지도 않고 단순한 평지 길을 걷는 것도 왜 그리 힘들어 했는지. 붉게 물든 하늘과 함께 마음도 따뜻한 온기에 노곤 해졌다. 어둑해진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숙소로 향했다. 이젠 씻고 시원한 맥주와 바삭한 치킨으로 배를 채우고 잠들 일만 남았다.

사람이 살면서 정해진 길을 잠시 벗어나 보는 것도 때로는 필요한 것 같다. 짜여진 각본처럼 내 일상이 반복이 되고 입력된 조건대로 움직이는 로봇일 필요는 없다. 비가 오면 당연히 처마 밑에 몸을 가리거나 우산을 쓰며 비를 피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상식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퍼붓는 비를 그대로 맞아보니 새로운 감성과 시야를 갖게 된다. 마흔이 되면서 내가 잘 살고 있는 모르겠다. 늘어놓은 것들의 책임감과 내가 원하는 꿈의 방향을 저울질 하며 답을 구하려 머리가 뽀개질 듯 아다. 그런데 오늘 좋은 친구들과 참다운 힐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삶의 무게감에 힘겨울때 생활의 패턴을 바꾸거나 기존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바라보는 것은 메마른 광야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참으로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드는 신선한 일이 되었다. 돌아가더라도 바람 한 점 들어갈 여유쯤은 갖고 살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아침을 여는 풍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