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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프 Jan 06. 2020

‘차 한 잔 하고 가세요’

대만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차를 빼 놓을 순 없다.

대만 사람들은 손님을 초대할 때 ‘우리 집에 가서 차(茶)' 한 잔 합시다’라고 말한다. 그 정도로 차는 대만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깊이 파고들어 있고, 차를 마시는 것은 대만에서 매우 중요한 일에 속한다.  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차 문화가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대만의 차는 맛과 향이 매우 깊고 끝 맛이 감미로우며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차로는 우롱차와 포종차, 동방미인차, 홍차 등이 있다. 대만 특유의 기후와 토양이 뒷받침되어 지역마다 다 다른 종류의 차가 재배된다. 대만의 북쪽 지역인 신베이(新北)에서는 원산바오종차(文山包種茶)가 난다. 이 차를 마시면 시험에 합격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수험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대만 서쪽에 위치한 신주(新竹)와 먀오리(苗栗) 지역에서는 동방미인(東方美人)차가 주로 재배된다. 동방미인이라는 이름은 영국 황실로부터 칭호를 받은 것으로 여린 찻잎을 딴 후 수공으로 발효해 잘 익은 과일이나 꿀 향기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타이완 중부 르웨탄(日月潭) 지역의 홍차(紅茶)는 은은한 계피향과 민트향이 함께 느껴지고, 타이완을 대표하는 산 아리산(阿里山) 고산지대에서는 우롱차(烏龍茶)가 재배된다. 아리산 우롱차는 달콤하고 부드러워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대만 전통식 다기와 함께 제공된 아리산 녹차와 펑리수. 왼쪽이 전통식, 오른쪽이 현대식 다기다.


대만에서는 계절에 따라 차도 다르게 마신다. 비가 많이 오는 겨울에는 개완(蓋碗)이라 부르는 뚜껑이 있는 찻잔에 담아 따뜻하게 우려 마신다. 그러다가 덥고 습한 여름에는 차를 냉침해서 마신다. 냉침은 우리나라에는 ‘콜드 브루’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추출방법으로 찻잎을 찬물에 서서히 8시간 이상 우려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차의 쓴맛이나 떫은 맛이 적어지고, 찻잎의 섬세한 향까지 그대로 우러나 진짜 차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대만에서 차를 마시는 방법. 따뜻하게 마실 때는 뚜껑이 있는 찻잔에 담아 우려내고, 차갑게 마실 때는 냉침해 마신다. ©Wolftea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차보다 커피를 선호하지만 대만의 청년들은 차를 자주 마시고 차문화를 소중하게 여긴다. 차 사업에 종사하는 부모님과 함께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을 판매하는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가족이 차 농장을 운영하며 ‘라임 아이디어 티’라는 브랜드를 운영 중인 쏭원팅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차에 둘러 쌓여 살아왔다. 타 브랜드에 납품할 샘플을 만들다가 ‘이럴 게 아니라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 전했다. 

온 가족이 함께 차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라임 아이디어 티'의 모습. 찻잎을 일일이 손으로 따는 것이 특징이다. ©limeidea



찻잎을 골라내는 감별사 아버지를 둔 ‘울프티’의 창업자 데이빗과 아웬은 2013년 비즈니스를 시작해 현재는 영국과 일본 등지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이들은 차에서 더 나아가 차를 우려내는 다기도 함께 제작해 판매 중이다. 

차를 이용해 생활용품을 만들어 내는 브랜드들. TEAORY의 디퓨저와 일일차사의 비누. ©YIRI living

차를 재료로 한 제품을 만들어 대만의 차 문화를 보존하려는 이들도 있다. 지역별 찻잎을 활용한 비누나 세제, 향초, 디퓨져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리빙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까지 생겨났다. 이들 브랜드는 서로 협업을 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 중이다. 


이처럼 대만의 차 문화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있다. 대만의 차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지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hoto by Wolftea(https://wolftea.com/), Limeidea (www.facebook.com/limeidea), YIRI living(https://yiri.com.tw/



*월간지 <우먼센스> 12월호에 기고한 글을 올린 것입니다. 본문은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https://www.smlounge.co.kr/woman/article/4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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