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타고 호텔 조식먹는 할머니

나만의 부자 기준 만들기

by 이지은

내가 생각하는 부자란,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도 매달 자동으로 입금되는 금융소득이 근로소득을 넘는 사람이다.

땀 흘리지 않아도 들어오는 수입이 있고,

일을 그만둬도 당장 생활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

그게 내가 그리는 부자의 최소 조건이다.


누군가는 강남 아파트와 벤츠,

명품과 해외여행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좀 다르다.

오히려 남몰래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부자라고 믿는다.


부장이 아무리 갈궈도,

‘그래도 오늘 내 ETF에서 배당이 들어왔지’ 하며 혼자 조용히 웃을 수 있는 여유.

그 마음의 여유는 가슴이 아니라 지갑에서 나오고,

자존감은 통장 잔고의 꾸준함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로또에 당첨되면 뭐 할래?”

한 번쯤 들어봤을 질문이다.

나는 진지하게 대답한 적이 있다.

“지금처럼 회사 다니면서, 아침마다 통장을 보고 웃고 싶어.”


평범한 직장인의 삶이 갑자기 낭만적으로 느껴질 수는 없다.

하지만 가끔 상상한다.

많은 돈이 통장에 찍히면, 지금의 괴로움이 조금은 사라질까.

부자가 되어본 적이 없으니, 알 수는 없다.

혹시 틀릴지도 모르겠다.

‘돈이 많으면 고민도 많다’는 말도 있잖아.

‘More money, more problems.’

부자에게도 복잡한 인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부자가 되어본 사람만이 아는 영역 아닐까.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은가.

불행할 이유를 미리 가져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우용녀가 나오는 유튜브 클립을 본 적 있다.

벤츠를 몰고, 호텔 조식을 먹는 80세의 그녀.

내가 이상적으로 꿈꾸는 노년의 모습과 꽤 닮아 있었다.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에 앉아,

보고 싶은 것을 보러 갈 수 있는 사람.

내 인생의 마지막 챕터를 그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삶을 계획할 때,

돈보다 시간을 먼저 계산하기 시작한 게.



사람마다 부자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집의 크기를 말하고,

누군가는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를 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자유’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돈에 휘둘리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삶의 속도로 살아가는 자유.


혹은 돈으로 시간을 사는 자유.


시간이 곧 삶이라면,

부자란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 아닐까.



어릴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내 인생인데,

왜 내 시간인데,

그걸 스스로 정할 수 없을까.


억지로 아침에 일어나 0교시 수업을 듣고,

야간 자율학습까지 마치면

하루 중 내가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두 시간 남짓.

그나마도 피곤해서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어린 나는 그런 시간표를 견디며 자랐다.

그때 처음 느꼈던 답답함이

어쩌면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의 밑바닥엔,

그 시절의 갈증이 숨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때보단 자유롭지만,

여전히 ‘시간은 곧 비용’이라는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쉬는 시간에도 마음은 분주하고,

놀면서도 일 생각을 한다.

일을 그만두면 생계가 걱정되고,

돈을 벌어야 자유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꿈꾼다.

진짜 자유로운 시간을.

돈에 눈치 보지 않고 하루를 설계할 수 있는 삶을.



부자가 된다면,

하루 24시간을 내 마음대로 써보고 싶다.

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1년이 되고,

그렇게 10년쯤 흐르는 시간.


죽기 전 딱 10년만이라도.

시간과 돈 둘 다 내 것인 시기를 살고 싶다.


그게 내가 꿈꾸는 부자의 모습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조용히, 내 통장을 들여다보며 웃을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히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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