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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의 자유 9)

유리호수 ‘타우포’와 북섬의 제왕 ‘통가리로 국립공원’

by Arista Seo

‘로토루아 Rotorua’ 남쪽 시내에서 5분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와카레와레와 Whakarewarewa’라는 마오리족이 사는 지열 마을 Thermal village과 ‘테 푸이아 Te Puia’라는 곳이 있다. 마오리족 마을 옆에 있는 이곳 ‘테 푸이아 Te Puia’에 가면 화산활동을 직접 볼 수가 있다.


‘테 푸이아’에 입장해 탐방 코스를 따라 가면 쉬익하는 굉음의 증기 소리와 함께 뜨거운 온천수가 마치 분수처럼 하늘을 향해 뿜어져 나오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길을 따라 더 올라가면 유황 성분으로 인해 물이 초록색을 띠는 연못이 보인다. 다른 한쪽에서는 사방을 어둡게 하여 키위새를 볼 수 있게 만든 공간도 있다. (키위새가 야행성 이어서 주변을 어둡게 하여야 한다.) 또한 마오리족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도 있다.

'테 푸이하'의 분화구 와 연못

마오리족을 대표하는 인사법으로 ‘홍이 Hongi’라는 인사법이 있다. 코와 이마를 동시에 붙이는 식이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또 이곳만의 독특한 장례문화로 죽은 사람을 땅속에 묻지 않고 땅 위에 눕힌 후 콘크리트로 덮는 묘지를 쓴다. 지열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공연은 ‘포우히리’라는 마오리족 마을 방문 의식으로 시작한다. 마오리족 전사가 방문자가 적대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후에 마을로 들어갈 수 있다. 마을에 들어가게 되면 그들은 전통 춤으로 방문자를 맞이한다.


공연하는 춤 중에는 전통 춤 ‘하카 Haka’도 있다. 마오리족 전사들이 전투를 하기 전에 자신들이 더 강함을 과시하기 위해 추었던 춤이라고 한다. 눈을 크게 뜨고 혀를 내밀어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전통 춤이다. 하카는 의식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이 경기전에 선보이는 마오리 하카 퍼포먼스가 제일 유명하다.

'포우히리' 모습
전통 춤 공연

‘테 푸이아’를 나와 ‘타우포 Taupo’로 가는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와이오타푸 Waiotapu’라는 곳이 있다. ‘테 푸이아’와 비슷한 지열지대로 비현실적인 색의 연못과 샘들이 있으며, 온천수를 뿜어내는 분화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미 ‘테 푸이아’를 들렸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외부만 둘러본 후 ‘타우포’로 향했다.


‘타우포 호수 Lake Taupo’에 있는 물이 흘러나와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강인 ‘와이카토 강’을 만든다. 그 강줄기에 ‘후카 폭포 Huka falls’가 있다. ‘후카’는 마오리어로 ‘방울’ ‘거품’이라는 뜻이다. 하얀 물거품이 장관인 폭포인데 우리가 가는 길인 1번 국도 옆에 있었다. 그곳에서 뉴질랜드 익스트림 스포츠의 상징인 ‘번지 점프’를 처음으로 직접 보았다. 영화 제목 때문인지 이은주와 이병헌이 주연을 한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가 생각났다. 뛰는 것을 직접 옆에서 보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감히 도전할 엄두도 생기지 않았다.

'후커 폭포' 숏 오버 제트와 번지점프


‘타우포 호수 Lake Taupo’는 뉴질랜드에 있는 3,800개의 호수 중 가장 큰 호수로 북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라고 한다.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 언덕에 올라서자 파란 호수가 보였다. 보이는 것과 동시에 우리 모두 “와”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멀리 설산이 보이고, 호수의 물이 유리보다 맑았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온 외국인에게 설산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정확하지 않지만 나우루호에 산’ 일 것 같다고 한다. 맞는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언덕 위에 서니 바다 같은 호수에서 불어오는 순수의 바람이 양쪽 빰을 어루만져 주었다. 언덕의 초록빛 경사에서는 이름 모르는 키 작은 야생화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세상에 이토록 맑고 청초한 아름다움이 있을까’

언덕 야생화로 만든 화관을 쓴 뉴질랜드 소녀
언덕 잔디 위
타우포 호숫가 옆 잔디

호수를 옆에 끼고 있는 1번 도로를 따라 ‘통가리로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마운트 둠으로 유명한 ‘나우루호에 산 Mt. Ngauruhoe’ 과 북섬 최고봉 ‘루아페후 산 Mt. Ruapehu, 통가리로 산 Mt. Tongariro이 포함된 지역이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마오리족의 영산으로 5~6년을 주기로 한 번씩 폭발하고 있는 활화산 지역이다.


호수, 초원, 용암대 등 화산 지역에 나타나는 자연의 특징들을 구경하며 점점 더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통가리로 국립공원 깊이 들어가는 길

우리가 캠핑을 한 ‘와카파파 홀팍 Whakapapaholpark’은 뉴질랜드 자연보호국에서 운영하는 홀리데이 파크로 시설이나 환경 등이 다른 홀팍보다 더 좋았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랙 풍경

다음날 아침 국립공원 내 ‘알파인 크로싱 주차장 Tongariro Alpine Crossing Mangatepopo car Park’으로 이동해서 출발지로 돌아오는 트레킹을 두 시간 정도 했다. 오후에는 ‘와카파파 여행 정보 센터’에서 출발해 돌아오는 ‘Taranaki 타라나키 폭포’ 순환 코스를 두 시간 정도 트레킹 했다.

알파인 크로싱 시작점 과 트랙
와카파파 여행 정보 센터 앞에 있는 호텔
타라나키 폭포 트레킹

그런 후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갖기 위해 ‘루아페후 산’에 있는 스키장의 ‘놀 리지 카페 Knoll Ridge Café’로 갔다. 도착해보니 스키장 전체 보수를 위하여 모든 시설을 폐쇄한 채 공사를 하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길을 돌렸다.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전망에 가슴이 탁 트였다. 마침 도로 위를 다니는 차들도 거의 없었다. 중간에 차를 세우고 모두 다 내렸다.


“최근에 언제 춤춰봤어요?”

“…… “

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못하고 멍하니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

“지나가는 차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맘껏 한번 춤춰봐요. 음악은 없지만 스트레스 푼다고 생각하시고… 막춤도 괜찮고…… 이럴 때 해보지 언제 해봐요”


뜻밖에도 그때까지 가만히 사진을 찍고 있던 셋째 처형이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어서 큰 처형도, 아내도, 드디어 처제까지…...


각자 마음대로 춤을 추면서 소리도 질렀다. 그런 서로의 모습을 보며 마음껏, 실컷 웃었다.

'루아페후 산' 스키장 가는 도로

“디스 푸드 이즈 코리아 누들. 우두유 트라이 어 리틀 빝?”

이날 우리는 저녁 식사로 잔치 국수를 해서 먹었다. 옆에 앉은 서양인 할머니 한 분이 맛없게 보이는 시리얼 같은 것을 먹으며 우리가 식사 준비를 할 때부터 먹고 있는 중에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먹는 것을 잠시 멈추고 할머니에게 먹어보겠냐고 물었다. 할머니는 흔쾌히 고맙다고 했다. 정말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내가 드린 국수를 할머니는 다 드셨다.


네덜란드에서 온 67세의 할머니로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뉴질랜드 일주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 달 정도 되었고 앞으로 50일 정도 더 남섬까지 자전거로 일주를 할 계획이란다.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우리가 준 국수가 너무 맛있어서 한국에 꼭 가고 싶다고 했다. 가서 자전거를 타고 한국을 일주하면서 국수를 꼭 다시 먹겠다고 하셨다.

IMG_4630.jpg
네덜란드 할머니와 식사를 한 홀팍 식당과 잔치 국수

한국 음식 대단하다. 이번 여행에서 음식을 통해 외국인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한국 음식 맛을 본 외국인들의 반응은 한결 같이 똑같았다.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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