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스포츠의 메카, 여왕의 도시 퀸스타운 Queens town
우리에게도 이제는 많이 알려진 ‘번지 점프 Bungee Jump’. 이 번지 점프는 본래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바누아투’에서 시작되었다. 호주 부근에 있는 작은 섬나라로 인구는 21만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국민 행복지수가 1위에도 올랐던 나라다. 이 나라의 ‘펜테코스트’섬 남성들이 자신의 용기를 증명하기 위해 탑에서 뛰어내리던 의식이었다. 성인식의 하나로 18살의 청년들이 다리에 넝쿨을 묶고 나무에서 뛰어내렸다. 때로는 줄이 끊어지거나 높이를 못 맞춰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퀸스타운으로 가는 길 ‘카와라우 강 Kawarau’이 흐르는 협곡에 있는 ‘카와라우 번지 센터 Kawarau Bungy Centre’에 가니 위에 있는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바누아투의 펜테코스트 섬’에서 하던 이 의식을 ‘A. J. Hackett’이라는 사람이 뉴질랜드에 처음 도입하였다. 그런 후 그는 1987년 파리 에펠탑에서 직접 점프를 하였고, 1988년에는 오클랜드 주식 거래소 건물에서도 뛰어내렸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번지 점프가 알려지게 되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센터에서는 번지 점프와 관련된 각종 기념품, T셔츠, 사진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카와라우 번지 센터’는 43M 높이의 다리에서 에메랄드 빛 강으로 뛰어내리는 세상에서 가장 처음 번지점프가 시작된 곳이다. 그래서 ‘A. J. Hackett Bungy Centre’라고도 한다. 1847년에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 위에서 뛰어내린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지만 극한을 향해 도전하는 인간들의 용기에 경외감이 절로 생겼다. 우리들 중 누구도 번지 점프에 도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번지 점프를 하는 다른 사람들의 용기를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몸속에 엔도르핀이 솟구쳤다. 우리 모두 다리 난간에 기대어 다른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용기를 지켜봤다. 뛰어내리는 이들과 하나가 되어 함께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쳤다. 마치 자신이 뛰어내리는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런 후 소리만 지를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얼굴을 서로 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
맘껏 소리를 지를 때 우리들의 얼굴은 자유의 광채로 빛이 났다. 서로 얼굴을 보며 웃을 때 우리들의 얼굴은 행복의 향기로 물들어졌다.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 빛 강 그리고 초록의 자연은 우리들의 자유와 행복을 축하하는 선물이었다.
퀸스타운은 전 세계 여행객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 중의 한 곳인 세계적인 휴양지이다. 명성에 걸맞게 퀸스타운을 표현하는 문구들도 다양하다. “남반구 캠핑의 천국” “뉴질랜드 관광의 중심” “익스트림 스포츠의 성지” “레저스포츠의 본고장” “걷는 이들의 천국” 등등…… 이 모든 표현들에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라는 점이다. 퀸스타운의 모든 것들은 자연 속에서 시작하고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실 퀸스타운은 뉴질랜드 골드러시 역사의 한 자락이다. 1862년 근처에서 금맥이 발견되어 골드러시가 시작되면서 도시가 형성된 곳이다. 퀸스타운 외곽에 있는 ‘애로우타운’이라는 작은 마을에 들렸다. 이곳에서 골드러시 시대를 엿볼 수 있는 ‘Lake museum’이라는 박물관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의 채굴 장비와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시내 거리도 작은 아주 조그만 마을이지만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평화롭고 따스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퀸스타운은 ‘와카티푸 Wakatipu호수’ 안쪽 깊숙한 곳에 기품 있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는 도시이다. 바다 같은 호수인 ‘와카티푸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3번째로 큰 빙하호인 동시에 가장 긴 호수다. ‘와카티푸’는 마오리어로 ‘비취 위의 호수’라는 뜻이다. 그 호수 위를 1800년대 후반에 다녔던 증기선이 지금까지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다니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콰이어 나무가 가득한 ‘퀸스타운 가든’으로 가는 호숫가를 걷다 보면 맑은 물 위에 떠서 물 밑으로 열심히 양발을 젖고 있는 오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청록색 호숫물에 반해 물속으로 뛰어든 강아지, 방파제 위에 서로 등을 기대고 앉아 하나의 이어폰으로 함께 음악을 듣고 있는 연인들…… 이곳에서 보이는 하나하나의 풍경이 우아하고 평화로웠다.
와카티푸 호수의 특이점은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밀물과 썰물이 있어 간만의 차가 일어나는 신비로운 호수라는 점이다. 호수의 북쪽 끝인 ‘글레노키 Glenorchy’로 갔다. 남알프스 산맥의 끝자락을 향해 가는 호숫가를 따라 만들어진 한적한 도로를 타고 갔다.
호수와 함께 멀리 보이는 ‘어스파이어링 산 Mount Aspiring’ 설산의 풍경이 뉴질랜드의 특징인 ‘마지막 청정자연’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이 작은 마을에도 캠핑장과 트래킹 트랙이 있다는 사실이다. 가히 ‘나라 전체가 트래킹 코스’라는 말이 실감 났다. 퀸스타운의 뒷산에 해당되는 이 ‘글레노키 Glenorchy’ 도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배경이 되었던 도시라고 한다.
호수 주변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퀸스타운의 다운타운가를 밤에 걸었다. 다른 도시들과 달리 시끄럽거나 사람들로 크게 북적이지 않았다. 이곳에서도 라이브 음악공연을 하는 카페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호숫가 물에 반사되는 도시의 야경이 아름다웠다.
도시는 호수를 중심으로 비스듬하게 경사진 언덕에 형성되어 있다.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언덕의 계단에 앉아 아래로 보이는 다운타운과 호수의 야경을 감상하였다. 밤이 깊어질수록 호수 건너편에 있는 ‘리마커블 산’이 크고 검은 모습으로 눈 앞에 성큼 다가왔다.
다음날 제일 먼저 퀸스타운 도심의 뒤에 있는 ‘스카이라인 곤돌라 Skyline Gondola’을 타러 갔다. 케이블카 같은 4인승 곤돌라를 타고 450m 정도를 올라가면서 보이는 퀸스타운 시내와 호수의 풍경이 일품이었다. 전망대에서 오전 시간을 거의 다 보냈다. 곤돌라만이 아니라 번지 점프, 트래킹, 루지, 산악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등을 다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뉴질랜드를 마오리어로는 “아오테아로아 Aotearoa”라고 한다. ‘길고 흰 구름의 나라’라는 뜻이다. 왜 그렇게 불렀는지 전망대에서 본 풍경에서 이해가 되었다.
전망대를 내려와 조금 걷다 보니 ‘실내 다이빙 체험장’이 보였다. 어떤 곳인가 들어가 보니 바닥에서 위로 바람을 불게 해 몸을 공중에 띄우는 낙하 체험을 하는 곳이었다.
겨울철에 뉴질랜드에서 가장 먼저 스키장을 개장하는 곳 중 한 곳이 퀸스타운이다. 그래서 퀸스타운은 겨울 스포츠의 메카라고도 한다. 퀸스타운 주변으로 ‘코로넷 피크 Coronet Peak 스키장’ ‘카드로나 Cardrona 스키장’ ‘리마커블 Remarkables 스키장’ 등 세 곳이 있다. 이 중 ‘리마커블 스키장’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올라갔다.
“저기 보이는 호수가 있는 곳이 애로우타운이야…… 어때? 아름답지?” 올라가는 길 전망대에서 만난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뉴질랜드 할머니들이 친절하게 이곳저곳 설명을 해줬다. 뉴질랜드에서는 할머니들도 자전거를 많이 타는 것 같았다. 검게 그을린 얼굴이 건강해 보였다. 건강하고 젊게 보인다고 하니 좋아하셨다.
퀸스타운 공항 활주로에서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와카티푸 호수를 안고 있는 퀸스타운의 평화로운 모습도 보였다. 조금 더 올라가니 비포장 도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불구불하지만 그래도 포장되어 있는 산길을 올라오다 갑자기 비포장 도로가 나타나니 겁이 덜컥 났다. 도로 폭이 넓기는 해도 가장자리가 낭떠러지이다 보니 움찔해졌다.
“더 가면 스키장이 있는데 더 갈까? 아니면 돌려서 그냥 내려갈까?”
“그냥 돌려서 내려 가요. 나 너무 무서워요.” 올라올 때부터 도로 가장자리의 천 길 낭떠러지 때문에 무서워했던 아내가 더 이상 가지 말고 내려가자고 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자” 고 대답한 후 처제에게 후진할 테니 차 뒤를 봐 달라고 부탁했다. 별일 없이 차를 돌린 후 차에 탄 처제가 나에게 한마디 했다.
“에이~~ 형부 쫄았구나…… 뒤에 여유 많은데도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 반복하는 거 보니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