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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Apr 04. 2019

땅끝 마을에서 맞이한 특별한 봄

해남 봄 여행 이야기

 변함없이 돌아오는 봄이지만 올해의 봄은 좀 더 특별한 봄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땅끝마을 해남이다.


 땅끝마을 해남의 봄은 봄처녀 노랫소리에 실려 보리밭 사잇길로 먼저 온다. 설날이 지나고 얼마 후부터 해남의 구릉들은 보리순이 올라와 온통 초록빛으로 변한다. 그 초록빛에는 봄의 생명력이 가득 담겨있다. 그 여린 보리순을 따서 보리순 된장국을 만든다. 저녁이 되면 온 마을에 된장국 냄새가 요동을 친다. 제철 보리순 된장국을 먹어야 한 해를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보약을 먹었다고 이곳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 국을 먹어야 비로소 봄이 시작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보리순 된장국에서 얻은 힘으로 이랑 사이 어린 보리 싹을 꾹꾹 눌러 밟는다. 그렇게 밟고 나면 청보리는 등 뒤에서 더 푸르게 일어선다. 어느 사이엔가 저수지 둑방에서는 냉이들이 고개를 세우고 있다. 화사한 봄햇살은 겨우내 말라 있던 나뭇가지에 물을 들이고 꽃망울을 맺는다.

 

 이때부터 들녘에서는 매캐한 연기 내음들이 나기 시작한다. 초록의 지평선과 언덕 이곳저곳에서 하얀 연기와 함께 시뻘건 불길들이 대지에 생명을 깨우며 흐트고 지나간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는데도 나는 이 불길들과 연기의 매운 내음이 참 좋다. 쥐불이 만드는 가장 한국적인 목가적 풍경 때문인가 보다.


 땅끝 마을에 봄의 절정기는 초록빛 향연이다. 마침, 올해 4월 27일 ~ 28일에 황산면 연호 마을에서 보리축제가 열린다. 연호리 마을 및 냔냔이 농원 등 20만 평 부지에서 보리밭 걷기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행사를 한다. 풍년농사 기원제, 먹거리 축제, 마실 길 걷기 등의 행사가 열린다. 뿐만 아니라 솟대 만들기, 사진 찍기 등의 각종 체험 부스와 지역 특산품 판매장도 운영될 예정이다.

 이곳의 그림 같은 청보리 밭 사이를 걷다 보면 충만한 봄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


 - 찾아가는 길: 해남군 황산면 연호리 482-2

땅끝마을 해남의 봄

 한반도 최남단 땅끝 사자봉으로 발길을 돌렸다. 포근한 봄 햇살을 받고 있는 땅끝 해안의 남쪽 바다는 가슴에 담는 풍경이다. ‘땅끝 탑’을 향해 가는 ‘해안 길’을 걸을 때 보이는 근처 섬 흑일도, 노하도, 넙도를 오가는 연락선과 양식장이 있는 바다 풍경이 평화롭다.

   

 땅끝 기념탑 앞에 서서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려본다. 남쪽 바다를 건너온 따사로운 봄바람이 손가락 사이사이를 간지럽히며 빠져나간다. 한반도 땅에서 봄맞이를 먼저 하고 싶은 이 라면 이곳이 가장 좋다. 코 끝에 걸려드는 훈풍에서 봄의 향기가 물씬 나기도 한다.

 

 - 찾아가는 길: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 길 42

땅끝마을 선착장 앞 봄 바다 풍경
해안길 풍경
땅끝마을 기념탑과 포인트

 해남의 봄을 풍요롭게 하는 곳 중의 한 곳이 두륜산이다. 산은 정상에서 멀리 다도해의 작은 섬들이 내려 다 보이는 여덟 개의 높고 낮은 봉우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산 어귀에는 ‘초의 선사’와 ‘추사 김정희’의 교유(交遊)가 이루어진 곳으로 유명한 ‘대흥사’가 있다.


 대흥사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면 봄을 알리는 고운 색이지만 향기 없는 운명을 타고난 동백꽃 숲을 만나게 된다. 잠시 나무 밑에 앉아 동백꽃의 비밀스러운 아픔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흥사 가는 길 동백꽃 숲

 숲을 지나 건너편으로 가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등장했던 ‘유선관’ 여관이 있다. 반질거리는 고택의 툇마루에 벌렁 누워서 봄 공기의 내음을 맘껏 마실 수 있다면 그리하는 것이 좋겠다. 고택의 향기가 편안함과 심리적 안정을 준다. 시간의 쌓음은 이렇게 다른 내공으로 특별한 봄을 만들어 준다.


 - 찾아가는 길: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376   061-534-2959

유선관의 이모저모

 대흥사의 창건과 관련해서는 426년에 정관존자, 혹은 514년에 아도화상, 혹은 신라 말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세 가지 설이 있다. 조선시대 서산대사 휴정의 의발(衣鉢)이 전해지기도 하며, 조선 정조 왕으로부터 ‘표충사(表忠祠) 편액을 하사 받아 서산대사의 충의를 기리게 된 곳이다. 문화재와 유물들이 많아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둘러봐야 될 정도로 큰 사찰로서 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이다.

 

 - 찾아가는 길: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799   061-534-5502~3

대흥사

 세계해전 사상 가장 위대한 전투가 1597년 9월 16일 이곳 해남 땅 앞바다에서 벌어졌다. 13척대 133척의 대결인 ‘명량해전’이다. 이 대첩을 기념해 조선 전라우수영의 본거지였던 해남에 기념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바다가 운다고 해서 ‘명량’이라고 불리는 ‘울둘목’이 보이는 바로 앞이다. 공원은 기념 전시관, 전망대, 강강술래 전수관, 수변 무대 등으로 구성하였다.


 울둘목이 내려 다 보이는 해안에 ‘고뇌하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있다. 가장 인간적인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다.


 - 찾아가는 길: 해남군 문내면 관광레저로 12   061-530-5541

전라우수영 기념전시관과 내부
울돌목을 바라보고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과학자들은 지구의 탄생을 45억 년 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역사는 1만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지구에 지각이 생기고 기후의 변화가 일어난 약 38억 년 전부터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1만 년 전 까지를 지질 시대라고 하며 그 이전의 시대는 원시시대라고 구분을 한다.


 지질시대는 다시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구분된다. 이중 중생대는 2억 5천만 년 전부터 6천5백만 년 전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한반도는 중생대에 공룡들의 천국이었다는 설이 있다. 그만큼 많은 공룡의 발자국 화석들이 한반도에서 발견되고 있다. 해남의 황산면 우황리 일대에서도 2백여 개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되었는데 특히 익룡 발자국 화석과 물갈퀴 발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런 중생대 화석의 보고인 이곳에 공룡박물관이 있다. ‘우항리 공룡 화석지’라고 이름을 붙였다. 박물관, 가든, 발자국 보호관, 테마파크로 구분되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한 봄나들이라면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찾아가는 길: 황산면 공룡박물관 길 234   061-530-5950

우항리 공룡 화석지

 해남에 가면 꼭 먹어보길 추천하는 음식이 있다. “통닭”이라고 붙여진 음식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름에 튀긴 닭 요리가 아니다.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음식의 종류는 삶은 계란, 닭고기 육회, 닭 근위 육회, 생 닭발 다짐, 백숙, 닭죽 그리고 닭고기 볶음이다.

 닭고기 볶음은 야채를 많이 넣지 않고 고기에 간이 들게 해서 볶은 요리로 맛이 진하고 깊이가 있는 특징이 있다. 질 좋은 닭고기로 요리를 해서 어느 음식에서도 고기의 잡내가 나지 않는다. 해남에 간다면 꼭 맛봐야 될 음식이다.


 - 찾아가는 길: <원조장수통닭> 해남군 해남읍 고산로 295   061-535-1004

정문, 닭고기 육회, 백숙, 닭볶음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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