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ista Seo May 24. 2019

추억을 찾아 보성에 가다.

전남 보성 여행

 30여 년 전 한겨울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겨울 바다로 여행을 떠나 찾아간 곳이 보성이었다. 창문에 닿은 외투의 소매가 얼어버리는 겨울 통일호 열차를 타고 밤새도록 달렸다. 보성에 도착한 후 벌교로 가기 위해 시뻘건 황토의 벌판을 가로지르는 도로에 덩그러니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얼마나 춥고 매서웠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얼마 뒤 젊은 시절 내 세계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책 중 하나인 ‘태백산맥’이 세상에 나왔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 겨울에 다녀왔던 보성과 벌교의 자연이 나의 태백산맥의 무대가 되었다.

5월의 보성은 밀밭이 춤을 추고 있다.

 추억 속 보성과 벌교를 찾아갔다. KTX를 타니 용산에서 광주까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광주에서 기다리고 있던 버스를 타고 보성 득량면부터 들렸다. 버스로 이동하면서 본 보성의 벌판은 30여 년 전 기억 속의 벌판이 아니었다. 누렇게 익은 밀밭이 바람에 따라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었다. 낮은 언덕과 산들은 5월의 신록으로 무성하였다. 비포장 된 도로를 덜컹거리며 구불구불 달렸던 길은 4차선 도로로 시원하게 뻥 뚫려 있었다.


 득량면에 지방 사대부들의 집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민속자료가 있다. ‘강골 마을’에 있는 ‘보성 이용옥 가옥’이다. 1835년 (조선 헌종 1년)에 지은 이 집은 강골마을 중앙에 있다. 집은 여인들이 거처하고 활동하는 안채(몸채, 내당이라고도 한다)와 남자들이 거처하고 활동하는 사랑채, 출입문과 연결되는 문간채, 곳간채 등이 규모 있게 구성돼 있다. 사당과 연못 등을 두루 갖추었다.  

보성 이용옥 가옥에서 지방 사대부 집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다.

 가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1845년에 지은 ‘열화정’이 있다. 남성 위주의 휴식공간으로 사람과의 교류와 학문 수양, 강학, 씨족의 종회, 마을의 동회 등을 하는 모임 공간이었다. 득량 바다와 오봉산의 조망을 보기 위해 연못 주변에 담을 쌓지 않고 누마루의 기둥을 높게 올린 특징이 있다. 마침 드라마 촬영을 하는 것을 보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강골마을 이 용옥 가옥: 보성군 보성읍 득량면 오봉리 243

열화정

  '이 용옥 가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초암 정원’이라는 200년 된 개인 소유 민간정원이 있다. 203종의 나무와 사철 내내 지지 않는 꽃들로 가꿔진 정원이다. 주인의 정성이 정원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정원 뒤편에 있는 대나무 숲과 편백림이 정원을 감싸 안고 있다. 이 숲길을 걸으면 힐링이 된다. 3대에 걸쳐 가꾼 정원을 찾아 준 여행자들에게 주는 덤이다.


 - 초암정원: 보성군 보성읍 득량면 초암길(오봉리) 50-5

초암 정원

 보성은 녹차의 고장이다. 어디를 가도 아름답게 가꿔진 차밭이 있었다. 호수 옆 넓은 터에,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굽이진 산등성이마다 차밭이 들어서 있다. 땅의 모양과 형편에 따라 각각 맞춰서 일궈져 있다. 보성은 차가 잘 자랄 수 있는 온도와 강우량, 토양을 지닌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보성의 차는 맛이 부드럽고 향이 깊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보성다원' 들어가는 입구 삼나무 숲길

 보성을 대표하는 차밭인 1939년에 개원한 국내 최대의 다원 ‘보성다원’에 갔다. 해발 350m의   오선봉 주변으로 170여만 평 부지에 약 50여만 평 크기로 조성된 차밭이다. 현재 580여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이곳의 경관이 아름다워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자원이다. 이미 각종 영화, 드라마, CF 등을 이곳에서 많이 촬영하였다. 2012년에 미국 CNN 선정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지 5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세계의 놀라운 풍경 31선’에도 선정되었다. 


 차밭 주변으로는 주목 숲과 편백 산책로, 향나무 숲, 삼나무 숲길, 대나무 숲 등이 조성되어 있어 자연에 묻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걷다 보면 초록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를 볼 수 있다. 


 - 대한다원: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63-43

'보성다원' 풍경

 국내 최대의 차밭을 가지고 있는 녹차 수도 보성이다 보니 이곳에 ‘한국 차 박물관’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풍부한 콘텐츠를 가지고 차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전문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공간이다. 1층은 차에 대한 이해와 차의 재배에서 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보여주는 ‘차 문화실’이다. 2층은 시대별 차 도구들이 전시된 ‘차 역사실’. 3층은 차 시음과 다례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차 생활실’로 되어있다. 


 - 한국 차 박물관: 보성군 보성읍 녹차로 775  www.boseong.go.kr/tea

한국 차 박물관 전경
박물관 1층 차 문화실
전망대에서 본 주변 풍경

 녹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다도락’이 있다. 찻잎을 따는 것부터 시작해서 차를 찌는 덖음, 비비는 유념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마음씨 좋은 주인장의 배려로 녹차, 홍차 등 각종 차와 녹차로 만든 제품들의 맛도 볼 수 있다.


 - 다도락: 보성군 회천면 영천길 217

다도락 전경과 녹차 체험 모습

 바닷가 옆으로 가까이 갔다. 중생대에 공룡이 살았던 한반도이다 보니 보성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한반도에서 공룡 알 화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곳으로 ‘비봉리 공룡 알 화석지’다. 공룡 알 외에도 해안 바위 위에 공룡 발자국 흔적이 있었다.


 - 비봉 공룡공원: 보성군 보성읍 비봉리 해안가 일원

비봉 공룡공원

 30여 년 전 겨울 모래 해변에 앉아 밤바다를 보며 소주를 마셨던 율포해변은 천지개벽할 정도로 변해 있었다. 해변 백사장에서는 매주 주말이면 물고기 잡는 행사가 열려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해안에는 보성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녹차해수센터’가 멋들어지게 자리 잡고 있다. ‘녹차해수센터’를 이용해 보았다. 녹차와 해수를 활용한 시설이 여행객의 피로를 완벽하게 풀어주었다. 오직 “녹차해수센터’를 이용할 목적으로 힐링 여행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해수에 몸을 맡긴 채 30년을 뛰어넘은 여행의 피로를 푸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 율포녹차해수센터: 보성군 회천면 우암길 21

율포 해수욕장 입구와  모래 해변
율포 해수녹차 센터 전경



매거진의 이전글 천천히 걷는 '남해 바래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