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름 렌터카 여행 이야기 #9 아칸호, 구시로 습지, 오비히로
굿샤로호 전체를 조망하기 위하여 산 꼭대기에 있는 “비호로 도게” 전망대로 갔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로 가는 도중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도게”는 우리나라의 “고개”를 뜻하는 일본어 단어로서 높은 산을 넘어가는 횡단도로 이름 뒤에는 “도게”라는 단어를 붙여 놓은거 같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굿샤로호 전경과 올라오는 구불구불한 도로, 연녹색 초목들의 언덕이 한눈에 들어왔다.
때 마침 내리는 가랑비와 옅은 안개가 어우러져 상쾌한 연녹색의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얼굴에 내리는 빗방울도 연두색 싱싱함으로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비호로 도게”를 넘어서 다음 목적지인 “아칸호”로 갈 수 도 있지만, 가능하면 “츠베츠 도게”를 이용하여 그 지역의 경관을 꼭 보라고 추천하는 블로그의 글을 우연히 본 후 “츠베츠 도게”를 이용하여 넘어가는 코스로 계획을 세웠다. “츠베츠 도게”로 가기 위해서는 차를 다시 “굿샤로호” 방향으로 돌려 내려와야 했다.
“비호로 도게”나 “츠베츠 도게”는 통행이 제한될 때가 많다고 하는데 특히 겨울철에 자주 통제가 된다고 했다.
‘설마 여름인데 통행이 제한되겠어……’ 하는 편한 마음으로 “츠베츠 도게”로 향하였다.
“츠베츠 도게”로 가는 도로로 들어서서 산을 조금 올라가는 데 도로 중앙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차량의 통행을 금지시키고 있었다. 통제 요원인 듯한 노인 한 분이 “츠베츠 도게”로 못 간다고 말하시는 것 같았다. 뭔가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아마 도로 침수, 지반 침식 뭐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짐작하였다.
‘조금전 보았던 "비호로 도게"의 전망이 좋아서 "츠베츠 도게"도 내심 기대를 많이 했는데……’
할 수 없이 다시 가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일반 국도를 이용하여 “아칸호”를 향하여 갔다. 오늘 일정은 완전히 “레이크 데이”였다.
아칸호로 가는 도중 이름 모르는 어느 높은 산 정상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 시계가 좋아서 멀리 있는 산들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쉬는 동안에 중년의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산을 넘어가다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지나서 한 젊은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고 갔다. 쉬는 동안 본 두 사람의 얼굴에서 삶의 여유로움이 배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산 정상 쉼터에서 어제 대형 마트에서 샀던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산을 넘어와 도착한 아칸호는 오래된 고급 휴양지의 느낌을 주었다. 길 옆에 있는 상점마다 가느다란 관을 통해 뜨거운 온천물이 흘러나오게 만들어 놓고 “뜨거운 물, 화상 조심”이라는 글을 써서 관 옆에 붙여 놓고 있었다. 이곳의 온천물이 뜨겁고 좋은 것을 광고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아칸호는 둥근 모양의 집합체 모양을 가진 희귀 녹조류 “마리모”가 사는 호수이다. 그래서 "마리모"가 아칸호의 상징이다. 이곳에는 “마리모” 전시 센터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캐릭터 상품과 기념품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기도 했다.
우리나라 민속촌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는 “아이누코탄”이라는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인"의 마을도 있었다.
아칸호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낸 후 오후 2시경 구시로 습지를 보기 위하여 “호소오카 전망대”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호소오카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구시로" 시내를 통과해야 했다. 시내를 지나면서 본 “구시로” 는 꽤 큰 도시였다. 시내라서 운전에 신경을 더 쓰면서 통과한 후 다시 외곽지역으로 나와 “호소오카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전망대에 도착하여 앞에 보이는 일본 최대의 습지인 구시로 습지를 보고 그 규모에 놀랬다. 서울의 절반 정도 되는 면적이 온통 습지로 형성되어 있었다. 마치 영상으로만 보았던 아프리카의 무슨 평원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습지를 가로지르는 구불구불한 하천과 하천 옆으로 난 무성한 수풀들이 끝이 없었다.
생태 보전을 위해서는 습지가 중요한 지역이라는 이야기 등을 아내와 나누며 해가 떨어지기 전에 오늘 묵을 호텔이 있는 오비히로에 도착하기 위하여 서둘러 구시로 습지를 나왔다.
"오비히로"로 가는 고속도로에는 터널이 많았다. 단지 터널의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한 개 터널의 길이도 보통 2 KM가 넘었다. 터널이 없는 지역을 지날 때에는 주변으로 산만 보이고, 너무 많은 긴 터널을 지나다 보니 나중에는 터널 안에서 착시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였다.
너무 힘이 들어 휴게소에 들러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먹는 등 자주 쉬다가 가고 쉬다 가고를 하였다. 결국 이날도 해가져 어두워진 후 저녁 8시 무렵이 되어서 “오비히로’에 도착하였다. 어제와 다르게 “오비히로”에 오는 동안은 건물, 가로등, 차량의 불 빛들이 보였기 때문에 아내가 어제처럼 긴장하지는 않았다.
호텔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차도를 막고 무슨 행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서둘러 호텔에 체크인을 한 후 짐을 방으로 옮기고 바로 행사를 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서둘러 갔지만 우리가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행사가 거의 끝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지역의 상인모임에서 상품 판매를 위한 일종의 프로모션 행사를 한 것이었다.
행사장에 많은 중고생 정도의 어린 여학생들이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모노를 자세히 보니 꽃무늬와 색깔 등이 참 화려했다. '화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장을 중심으로 주변의 상가 지역을 더 돌아본 후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도 호텔 안에 있는 온천탕에서 온천욕으로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오비히로” 시는 일본의 큰 제과업체 본사가 있는 등 식품 가공업을 주산업으로 하는 도시로 일본 최대의 사탕무 가공 공장이 있는 곳이다. 농산물 교역의 중심지로 성장한 홋카이도 남부의 큰 도시라고 한다.
잠을 자기 전 아내는 내일부터는 좀 더 빨리 움직여 새벽부터 출발해 일몰 전에 일정을 마무리하자고 하였다.
<넷째 날 이동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