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름 렌터카 여행 이야기 #10 노보리베쓰, 무로란
어제 잠을 자기 전 아내가 말한 대로 일몰 전에 그날 숙소에 도착하기 위하여 아침 식사를 한 후 바로 호텔을 나와 오늘의 일정을 시작하였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을 하는 동안에 가장 빠른 시간에 출발을 한 날이었다.
하지만 우리 속담에 있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노보리베츠”로 가는 고속도로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가 오비히로 동쪽 IC로 나와서, 다시 오비히로 시내를 관통한 후 노보리베츠 가는 고속도로를 타게 되었다. 약 40분 정도 시간을 허비해서 결과적으로 다른 날 출발한 시간과 비슷한 시간에 출발해버린 꼴이 되었다.
“인생 살다 보면 자기가 의도하거나 원치 않았던 길을 가게 될 경우가 있잖아...... 뭐, 인생에 정답이 있나!
정답없는 것처럼 원치 않은 상황에 처할 경우에도 조급해하거나 안달할 필요 없는 거 같아……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는 자세로 가능하면 즐기며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렇지?” 미안한 마음을 아내에게 에둘러댔다.
노보리베츠로 가는 고속도로도 산악 지역을 지나게 되어서인지 터널이 많았다. 터널을 많이 통과하는 데다가 지금까지 쌓였던 피로가 나타나는지 너무 졸려서 휴게소에 들러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먹으며 쉬엄쉬엄 갔다.
홋카이도의 아이스크림은 어디에서 사서 먹든 정말 맛있었다. 이탈리아 젤라또 의 진한 맛 과는 다른 맛의 매력이었다.
운전하면서 오는 졸음을 쫓기 위하여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사투리 따라 하기' 흉내를 내는 등 운전하면서 할 수 있는 졸음을 쫓는 행동은 다 해보았다. 그래도 하품이 계속 나와서 할 수 없이 최후의 방법으로
“나 뒤통수 좀 때려줄래…… 천천히 말고 세게……”라고 아내에게 요청하였다.
“에이, 어떻게……” 말은 그렇게 하면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짜로 세게 내 뒤통수를 때렸다. 물론, 손바닥으로 친 거였지만......
“헉, 당신 진짜 나한테 감정 있는 거 아니야?”
“크크크크, 아니야…… 감정은 무슨…… 기왕 때리는 거 잠 확 달아나게 하려고 그런 거지……”
“아니야, 수상해……” 이렇게 서로 토닥거리며 가는 사이 목적지인 노보리베츠에 도착하였다.
홋카이도의 대표적 유명 온천 지역인 노보리베츠는 입구에서부터 “도깨비 부자” 상이 세워져 있었다. “도깨비 상”, “화산 증기가 나오는 분출구” 등 온천 지역을 나타내는 각종 상징들이 거리 곳곳에 있었다.
노보리베츠는 아이누어로 ‘짙은 강이 흐르는 곳”이라는 뜻의 ‘누푸루페츠’ 라 부르던 곳으로 1860년대 전후부터 온천거리가 생기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러일 전쟁 때 부상병들의 요양지로 이용할 정도로 치유력이 높은 온천물로 유명한 곳인데, 지옥 계곡을 안고 있는 조그만 산을 배경으로 온천 거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곳에 패키지 관광으로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지옥 계곡 만을 관광하고 돌아가는데 사실 지옥 계곡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오오유누마” “덴센 연못”, “천연 족탕 원시림” 등 더 많은 것을 볼 수가 있다.
아직도 숲 속에 있는 온천 분출구에서는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몇 초 간격으로 화산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짙은 회색 화산재를 함께 뿜어내기도 하였다. 화상의 위험 때문에 분출구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더 이상 가까이 접근을 못하게 되어 있었다. 분출구에서 나온 온천 수는 짙은 회색으로 개울을 따라 아래로 흘러가고 있었다.
많이 걸어 “천연 족탕 원시림”까지 간 가장 큰 이유는 EBS 방송의 “세계 테마 여행” 프로그램 홋카이도 편에서 나온 이곳에서의 족욕 장면 때문이었다. 아내도 방송 장면처럼 이곳에서 족욕을 해보고 싶은 바램이 컸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족욕장에 출입 금지 표식이 붙어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화상의 위험 때문에 물의 온도가 높을 때에는 출입을 못하게 하는 게 아닌가 미루어 짐작했다.
점심을 소바 나 덮밥 류로 먹고 싶었는데 그런 메뉴를 파는 식당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역 근처로 가면 식당이 많지 않을까?” 이곳으로 올 때 보았던 기차역 이정표를 따라 역 근처로 가기로 하였다. 역을 향해 가던 중 가지고 온 “관광안내 책”을 보고 있던 아내가 책에 소개되어 있는 식당으로 가자고 하였다. 책에 나와 있는 식당의 전화번호를 입력한 후 내비게이션이 가리켜 주는 곳으로 따라갔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조금 전 우리가 왔었던 지옥계곡 입구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차를 주차한 후 주변 지역을 둘러보니 우리가 아까 왔었던 도로 옆 블록의 번화한 상가 거리였다. 처음에 갔던 곳은 지옥계곡으로 가는 도로였고, 이번에 간 곳은 지옥계곡 가는 도로 옆 블록의 도로로 “노보리베츠 온센” 거리의 중심 상업지역이었다.
“관광안내 책”에 맛 집으로 소개되어서인지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식당 문 밖에서 입장할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40여분을 기다린 후 “덴뿌라 소바 온면”과 “에비동 세트”로 점심 식사를 하였다. 식당의 실내가 말끔하게 잘 정돈된 점이 눈에 띄었는데, 음식도 정갈하면서 뒷맛이 개운했다. 특히, 새우튀김의 고소하면서 깔끔한 뒷맛이 일품이었다.
노보리베츠 IC에서 가까운 곳에 우리나라 “민속촌”과 비슷한 컨셉의 “시대촌”이 있었다. 일본 “에도 시대”의 시대상을 재현 해 놓은 곳이었다. 입장료가 2만 원 정도 하는데, 오늘 일정에 비교적 시간적 여유도 있고 해서 관람을 하였다.
당시의 생활 모습을 인형과 건물들로 재현해 놓은 곳이었다. “닌자관” 에서는 경사진 바닥, 미로, 가짜 출입문 같은 시설 등을 갖추어 놓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여러 귀신이 나오는 체험관과 일본 역사의 한 부분을 연극으로 편성해서 닌자를 등장시키는 연극 공연 관도 있었다.
가장 웃음과 재미를 주었던 곳은 우리나라 만담과 연극을 섞어 놓은 것 같은 공연관으로 관람객 중 출연자를 선발하여 공연에 출연시키기도 하였다.
일본인들이 좋아한다는 고양이를 섬기는 제사당, 일본 특유의 빨간색 나무다리가 있는 연못과 정자 등 시설물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직원들이 일본 전통 의상이나 닌자 복장을 한 채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이른 시간에 미리 예약한 무로란의 호텔에 도착하였다. 체크인 후 호텔 프런트의 직원에게 물어 무로란 시에서 제일 야경이 멋진 곳과 맛 집을 추천받았다.
야경이 멋진 곳은 바다와 다리가 보이는 전망대였다. 마침 우리가 여행하는 기간 중 올라온 태풍 “노루”가 내일 홋카이도를 빗 껴 지나갈 것이라고 예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전망대에 갔을 때에는 사람도 없었고, 아직 태풍 영향권에 들지 않아서인지 바람만 약간 불고 있었다.
호텔 직원이 추천해 준 맛집은 “야끼도리” 식당이었다. 밖에서 보았을 때는 식당이 작아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내부에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더 들어가 가운데 바닥이 아래로 파여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여러 가지 맛의 “야끼도리”를 시켰는데, 한결같이 불 맛이 나면서 맛이 좋았다. 이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맛 집인 듯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온천 욕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다섯째 날 이동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