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꼭 봐야 할 인생 다큐멘터리
EBS에서 만날 수 있는 보물 상자, 다큐멘터리 영화가 모여 있는 “D-BOX”. 지난번에 이어 “D-BOX”에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중 우리들의 삶과 인생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브이”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져 있는 라틴어 문구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가 된다. 오늘은 비록 나에게 죽음이 찾아왔지만, 너에게도 죽음이 찾아갈 수 있으니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이미 고대 로마인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것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D-BOX에도 죽음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작품들이 많이 있다.
죽음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죽음 또한 삶이 보듬어야 할 소중한 현실임을 알기 위해서는 죽음이 우리 삶에서 가지는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죽음이 삶과 서로 마주 대하는 극이 아니라 일부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죽음에 대한 ‘신의 섭리 vs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철학적 사유를 하게 한다.
72세의 자넷은 불치병인 ‘지대형 근위축증’을 유전으로 물려받아 나이가 들수록 점점 고통 속으로 빠지며 죽음을 향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녀는 의미 있게 살다가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 결국 그녀는 스위스에서의 안락사를 선택한다.
토마스 크루파 감독의 2018년 작품으로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 전 그녀의 결심 과정과 가족, 가까운 친구들에게 자신의 선택을 설명하는 전 과정을 영화에 담고 있다.
그녀는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 친구들의 곁에서 고통 없이 죽는 죽음을 선택했다.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한,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는 방법은 억지로 죽음에서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 작은 죽음의 이별을 되풀이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준다.
의미 있게 살다가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인생은 단 한번 주어지는 기회다. 그래서 인생에서 예행연습이란 없다. 이 한 번의 주어진 시간 동안에 자기가 상상하고 꿈꿔왔던 무언가를 하는 행동을 선택했을 때 우리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특히, 살면서 내 삶을 바꾸고 싶다고 느끼는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이 용기다. 이때 낸 용기로 인해 내가 사랑하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용기를 낸 결과로 인해 행복이라는 부수적 효과가 나타난다. 그런 용기가 자연스럽게 생기도록 삶에서 무엇인가를 추구할 때 얻어지는 행복에 대해 관심을 두어야 한다.
스위스 ‘자클린 쥔트’ 감독의 2016년 작품인 영화는 인생 말년에 이르러 새로운 의미와 행복을 찾아 떠나는 세 남자의 이야기다.
피어슨은 집을 캠핑카와 바꾼 후 캘리포니아 사막으로 가서 자기 내면의 자아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스티브는 영국을 떠나 스페인 베니돔의 빌딩 사이에서 자신의 과거와 화해한다.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야마다는 도쿄의 아이들에게 이야기책을 읽어주며 비로소 얼굴에 웃음을 되찾는다.
우리는 타인에게 보이는 내 모습에 지나치게 신경 쓰느라 내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를 잘 듣지 않는다. 주도적 삶이 아니라 주변과 집단에 끌려가는 삶으로 사는 것은 아닐까. 남들이 만들어 놓은 내 이미지를 버리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졌을 때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할 권리를 되찾게 된다. 영화 속 세 남자가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점이다.
영화는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무엇을 추구했을 때 행복이 나에게 오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삶은 불행을 던져줄 때조차도 값진 무언가를 선물한다. 그래서 어떤 난관에도 불구하고 두둑한 뱃심으로 삶을 소중히 가꾸었을 때 더 깊은 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는 이란 북부의 자연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80세 할머니 이야기다. 삶의 힘든 순간들에 정면으로 맞서며, 자연과 사랑하는 가족들을 포기하지 않는 용감하고 강한 그녀의 이야기를 한 편의 서사시처럼 표현하고 있다. 야세르 탈레비 감독의 2018년 작품이다.
삶을 사랑하는 따뜻한 눈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을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을 품어 안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죽음을 앞에 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잘 표현한 단편소설로 톨스토이의 “이반일리치의 죽음”이 있다. 톨스토이가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명력이라곤 전혀 없는 일에 매달린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각자가 자기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위선과 거짓의 삶이 아닌 진정한 자기와 만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존 블로헤드 감독의 2018년 작품인 이 영화는 톨스토이가 “이반일리치의 죽음”에서 말 한 자기 인생을 사는 전설적인 사미족 여성 74세의 마지 도리스 림피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이십 년 전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던 그녀는 전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지금은 스웨덴 북극권 농장에서 혼자 살며 순록을 기르고 동시에 예술가, 화가 및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지 스스로 의구심을 갖는 그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영상에 담았다.
정신적 건강하다는 것은 ‘행복함’보다는 ‘주체적’이고 ‘책임감’이 있는 정도를 말한다. 있는 대로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의미라고 하겠다. 나 자신이 나를 안고, 쓰다듬을 때 행복을 쟁취할 수 있는 용기는 생긴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인생을 살 것을 영화는 슬쩍 권하고 있다.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두 가지를 얻을 수 있다. 하나는 죽음 앞에서 우리의 삶이 뻔하지 않게 된다. 즉 죽음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삶 자체에 대해 가능성을 보여 준다. 또 하나는 명확한 기준이 생기게 된다. 죽음이라는 기준 앞에서 다른 모든 기준은 하찮은 것으로 보이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지금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혹시 오늘 하루 무언가가 잘 풀리지 않아서 답답하다면 죽음을 한번 생각해 보자.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늦기 전에 앞당겨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