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며칠 전 강원도 폐광지역 4개 시군을 관통해 걷는 ‘운탄고도’의 슬로건이 ‘운탄고도 1330, 강원을 걷는다’로 확정됐다. 슬로건의 숫자는 석탄트럭이 다녔던 길 중 가장 높은 만항재의 1330m를 의미한다고 한다.
운탄고도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석탄을 나르던 173km 길을 걷기 좋은 길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금년 10월 말 영월~정선~태백 구간의 1단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진행 중이다. 총 9개의 코스 중 1,2,3, 코스가 영월군에 속한다. 이 중 각동리에서 모운동까지 18.8km의 2코스는 폐광지역 집성촌인 모운동을 지난다. 한 때 동네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던 모운동은 이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후 한적한 시골마을로 변해있다. 이번 운탄고도 조성 사업으로 모운동이 시간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재현된 테마 마을로 다시 태어날 것을 기대한다.
영월군 안에 지금은 마차리에 산업화 시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탄광문화촌이 있다. 당시 생활현장을 재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채탄 시설 전시장과 갱도 체험관을 갖추고 있다. 관광객들을 위해 휴식할 수 있는 숲과 산책로도 인근에 조성되어 있다. 매주 토요일이면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는 변사극도 공연한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편해지고, 풍요로워진 우리의 생활은 한편으로는 과거의 순수를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그때 그 시절의 물건과 생활상들을 보면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추억하는 것은 과거를 존중하며 추억의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곱씹어 보기 위한 것이다.
영월은 주천강, 평창강, 동강, 서강, 남한강이 관내를 관통하는 고장이다. 영월 여행지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유배지 청령포다. 이곳은 내 영혼의 목마름을 따라가는 여행에서 내게 누군가를 하루 종일 그리워하는 법을 가르쳐 준 공간이기도 하다. 필요한 모든 것들이 다 있기보다는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곳이었다.
열한 살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후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뺏긴 조선의 여섯 번째 임금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된 후 창경궁에서 쫓겨나 이곳으로 유배됐다. 지금도 배를 타지 않으면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삼면이 수심 5m의 강으로 둘러 싸여있고, 뒷면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돼있는 완전히 고립된 곳이다.
어린 임금의 눈물과 한숨으로 보낸 세월을 어소를 둘러싸고 있는 700여 그루의 금강송이 지켜보며 위로해 주었다. 그 나무들 중에는 수령 600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소나무로 알려진 높이 30m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관음송’도 있다. 이 울창한 송림은 2004년 산림청에서 선정한 ‘천년의 숲’으로 지정된 바도 있다.
‘단종 어소’는 집터만 있던 자리에 ‘승정원일기’의 기록에 따라 기와집으로 복원한 것이다. ‘육지 속 작은 섬’인 이곳의 주요 유적지는 나무데크와 계단으로 연결돼 있어 돌아보기에 편하다. 섬을 오가는 배도 수시로 운행하니 서두를 필요 없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청령포의 오래된 울창한 송림은 지친 여행자들의 등을 쓰다듬어 준다.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삶의 피로를 풀어준다. 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무더운 여름을 안전하고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혼잡도가 낮은 ‘여름 비대면 안심 관광지’로도 선정되었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길이 막힌 이곳에 있으면, 이 작은 섬 안에 있는 우리는 모두가 서로의 벗임을 깨닫게 된다.
[영월 추천 맛집] 장릉보리밥집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 1101-1
<TIP> 점심시간에는 2인 이상만 가능
근처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 왕릉의 장릉(단종의 묘) 들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