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 Alpujarras, Frigiliana, Nerja
그 많던 이슬람은 어디에?
1492년 1월 700여 년의 지배를 끝내고 이토록 아름다운 알람브라 궁전을 떠나게 된 이슬람 세력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대부분은 지중해를 건너 북아프리카로 돌아갔지만, 일부는 깊은 산 골짜기로 들어가 가톨릭 국가에 대한 반란을 계속하였다. 특히, 그라나다 주와 알메이라 주의 경계에 걸쳐있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라스 알푸하라스 Las Alpujarras” 지역은 무어인 반란의 주 온상지가 되었다. 하지만 80여 년에 걸친 저항도 1570년에는 완전 축출되어 무어인들과 그들의 후예인 거주자들은 스페인에서 추방을 당했다. 그곳에는 대신에 서부의 엑스트레마두라 지방과 북서부의 갈라시아 지방 사람들이 이주해와서 살기 시작하였다.
이 지역은 야자, 밀감, 포도, 올리브 등의 식생에서부터 고산지대 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하는 곳으로 과일과 야채만을 재배하는 가난한 지역이었다. 지금은 현대식 도로의 건설 등 관광을 중심으로 지역 발전을 추진 중에 있다.
꿈의 트레킹 길, 팜파네이라 Pampaneira, 부비온 Bubion, 카피레이라 Capileira
오늘의 첫 일정은 “라스 알푸하라스” 지역에서도 ‘유럽 산악인들의 꿈의 트레킹 길’로 유명한 “바란코 데 포케이라 Barranco de Poqueira” 계곡에 위치해 있는 대표적인 산 위 하얀 마을 “팜파네이라 Pampaneira” “부비온 Bubion” “카피레이라 Capileira” 3개 마을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차량의 통행도 많지 않아 유유자적하면서 갔다. 구불구불한 산 길을 한참 돌아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가장 먼저 “팜파네이라” 마을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산골 마을의 모습이었다. “팜파네이라” 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부비온”이, “부비온”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카피레이라”가. 이렇게 3개 마을이 연달아 쭈르륵 산기슭에 위치해 있었다.
주차장에서는 트레킹을 하기 위하여 장비를 꺼내는 커플의 모습이 보였다. 따스한 햇볕이 비치는 노천카페에서는 트레킹을 마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겨울날의 햇살과 어우러져 산골 마을의 순간을 만드는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였다.
인적 드문 산골 마을이지만 하루를 시작하기 위하여 가게 문을 여는 아저씨와 야외 테이블을 정리하는 처자의 모습에서 산속 순수한 공기에 섞인 선함이 전해져 왔다.
양손에 가방을 들고 하얀 집 사이 언덕길을 내려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들의 뒷모습에서 매캐한 나무 타는 냄새에 실려오는 순박한 이들의 소박함이 느껴졌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내음이 풍기는 깊은 산속 하얀 마을.
유럽의 발코니 네르하 Nerja
드디어 여행을 준비하면서 예약한 스페인 국영 호텔 “파라도르 Paradores”에 숙박하는 일정이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지중해를 품은 스페인 최고의 휴양지 “네르하 Nerja”를 향해 내려왔다. “네르하”는 “코스타 델 솔”의 종착지 같은 곳으로 많은 유럽인들이 찾아오는 가장 활기찬 해안 마을이다. 무려 16km에 달하는 모래 해안으로 유명하다. “카스티야 이 레이온”의 왕이었던 “알폰소 11세”가 네르하를 방문하였을 때 전망에 감동받아 “유럽의 발코니”라고 칭했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닐 정도로 풍광이 아름다웠다. “네르하 파라도르” 역시 예상했던 대로 시설과 전망이 훌륭했다. 더군다나 호텔에서 해안 모래 해변까지 바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시설까지 갖춰져 있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한 후 네르하에서 7km 정도 떨어진 내륙의 산 중턱에 있는 또 다른 하얀 마을 “프리힐리아나 Frigiliana”로 향했다.
'안달루시아의 산토리니' 프리힐리아나 Frigiliana
“프리힐리아나”는 ‘안달루시아의 산토리니’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 남부의 하얀 마을 중 가장 예쁜 마을이다. 무어인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에 시간이 흐르면서 유대인의 흔적이 가미되어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파란 하늘, 하얀색 집, 붉은색 화분과 꽃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마을의 모습이 “예쁘다”는 말 외에 표현할 만한 적당한 단어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마을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다 보니 어느덧 마을 뒤 산 위에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그곳에 잠시 앉아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식히는 동안 엽서의 그림 같은 “프리힐리아나” 마을의 전경을 내려다보는 틈을 가졌다.
스페인의 주현절 행사
다시 마을로 내려오니 사람들이 모여 각종 옷을 차려 입고 퍼레이드 행사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그때서야 생각났다.
“아! 맞다. 주현절! 우리 피렌체에서 보았던 그 행사……” 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러네…… 오늘이네…… 우리 이거 좀 오래 보고 가자……”
“에이~ 아니지. 어차피 “네르하” 에서도 행사를 할 텐데…… 거기가 더 큰 도시니까 아마 거기 행사가 더 크고 볼거리가 많을 거야. 일단 여기서는 잠깐만 보고 “네르하”로 갑시다.”
아내와 논의를 한끝에 서둘러 “네르하”로 내려와 “유럽의 발코니”라고 불리는 전망대로 갔다.
네르하 Nerja, 유럽의 발코니
먼저, “네르하”의 발코니에서 해 질 녘 지중해의 모습을 맞이했다. 발코니에 서서 푸른 지중해로 넘어가는 해와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구름의 황홀함에 빠져들었다. 예상했던 대로 “네르하’에서는 퍼레이드 행렬의 규모도 “프리힐리아나”보다 크고, 패션쇼 같은 다른 행사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약간은 들뜨고 신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지중해 해변의 저녁 광경이었다.
주현절 퍼레이드는 왕의 의상부터 다양한 각종 콘텐츠의 의상을 차려입은 행렬이 시내를 다니면서 사탕을 주변에 던져주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다.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에서는 주현절을 “동방박사의 날”로, 동방박사가 예수를 찾은 날을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날로 여겨 전역에서 대규모 행사들을 많이 한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이 동방박사에게 선물을 받는 날로 생각하여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 이날 아이들에게 선물을 많이 준다.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보다 더 큰 행사로 여긴다고 한다. 가장 행렬 퍼레이드가 끝나면 지역에 따라 불꽃놀이 등 퍼레이드에 이어 다른 행사를 할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좀 지치고 힘들어 이어지는 행사 참관을 포기하고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 기간 동안 늘 그랬지만 이날 저녁은 특별히 주현절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와인을 마셨다. 호텔 객실의 테라스에 앉아 따스하게 비치는 달빛을 안아주는 지중해의 검은 밤바다를 보았다. 오늘도 변함없이 나에게 다가 온 행복에 감사의 마음으로 와인 잔을 기울였다. 환한 지중해의 달빛과 달콤한 와인의 향기에 취해 갔지만 귓가에는 지중해의 파도 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