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ida, Caceres, Sabugal
엑스뜨레마두라(Extremadura)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자료 중 대한항공에서 발행하는 “트래블 매거진”이라는 잡지가 있다. 잡지의 “테마스토리” 카테고리에서 이번 여행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여러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중 주한 스페인 대사 “곤살로 오르티즈 Gonzalo Ortiz”가 쓴 칼럼 “엑스뜨레마두라(Extremadura)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포르투갈과 경계해 있는 엑스뜨레마두라 지방의 주도 Merida와 Caceres를 둘러본 후 포르투갈로 넘어가기로 했다.
엑스뜨레마두라 지방의 중심도시인 “메리다 Merida”는 BC 25년 초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칙령에 따라 건설되어 당시 9만 명의 군사를 주둔시켰을 정도로 큰 도시였다. 이베리아 반도 북부의 광물자원을 집하해서 로마로 보내는 교역로 역할이 도시의 주요한 기능이었다. 당시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 가운데 하나로 로마제국이 건설한 장대한 수송로의 중심 도시였던 것이다.
도시로 들어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과디아나 강”을 가로지르는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다리와 강가에 위치한 요새(알카사르)가 오른편으로 보였다. 알카사르에 들어가는 입장료가 15유로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도시 위에 있는 유적지 입장료도 포함된 가격이었다.
"메리다"의 반원형 야외극장 외 로마시대 유적
고대 유적지의 특성이 그렇듯 요새(알카사르)에서는 ‘그냥 오래된 돌들이 터를 잡고 있는 군락지네……’식의 별 감흥이 없었다. 요새를 나와 걸어서 언덕길을 올라가 도시 위에 있는 유적지로 가니 그곳은 요새와 달랐다. 원형 경기장과 반원형 야외극장의 웅장하고 화려한 로마 시대 문화 흔적들이 이탈리아 로마 못지않게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1993년에 이 도시의 유적군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다.
반원형 야외극장 무대 뒤 편으로 돌아가니 스페인 출신 로마 황제들과 세네카의 동상도 보였다. 로마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던 힘이었다. 개방과 포용.
도심을 가로질러 내려와 요새(알카사르)가 있는 거리에서 로마 건국신화인 “로물루스 신화” 이야기에 얽힌 동상을 보니 메리다가 고대 로마 시절 얼마나 중요한 도시였는지 짐작이 갔다.
중세의 도시 "카세레스 Caceres"
30개의 탑과 성곽으로 둘러싸인 중세의 도시 “카세레스 Caceres”.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이곳에서 많이 촬영한다고 하더니 말 그대로 골목길 하나하나가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구시가지 전체가 1986년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메리다에서 카세레스, 살라망카 Salamanca, 레온 Leon에까지 이르는 로마시대의 교역로 “은의 길(La via de la Plata)”은 로마 제국이 건설한 수송로로 이베리아 반도 남북을 잇는 파란만장한 역사의 길이다. 그래서 아직도 고대와 중세의 흔적들이 어느 지역보다 많이 남아있는 길이기도 하다.
포르투갈 가는 길 산악 마을 Sabugal
카세레스를 떠나 이름 모르는 여러 작은 마을들을 지나쳤다. 여행 전 인터넷에서 예약을 했던 포르투갈의 사부갈 Sabugal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서 갔다. 어느 때부터인지 마을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높은 산을 넘어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만 갔다. 도로를 다니는 차도 거의 보이지 않고 가끔 화물트럭만이 한 두 대씩 지나다녔다.
“카스티야 이 레온“ 주 경계 표지판을 지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드디어 포르투갈 영토로 들어섰다. 그래도 산속 길을 한동안 달린 후에야 작은 마을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해가 떠 있을 때 이렇게 이동하니 다행이지, 만약 해가져서 사방이 어두웠으면 진짜 많이 긴장되었겠다…… 그나마 다행이네……’ 옆에서 계속 불안해하는 아내 때문에 태연한 척하면서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포르투갈 산악지대에 외국인 여행자가 과연 몇 명이나 올까 생각하니 어제 사부갈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이 보내온 메일이 생각났다.
“게스트 하우스 오픈 이래 한국인 방문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환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겠습니다.”는 내용이었다.
사부갈은 포르투갈 산악지대에 있는 마을로 예약한 게스트 하우스는 오래된 고성 바로 옆에 있었다. 벽난로 있는 이층으로 된 돌집에서 포르투갈의 첫날밤을 보냈다. 벽난로 속에서 타는 장작의 냄새와 붉은색 불꽃이 아름다웠다. 오늘 지나온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고대 로마에서 출발해 중세를 거쳐 온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