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스페인에서 쇼핑하기
전쟁 같은 폭염과 폭우로 맹위를 떨치던 올해 여름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벌써 초가을의 문턱으로 성큼 들어섰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껴지는 순간 세월의 흐름을 붙잡고 싶어 진다. 국화차 한잔을 마시며 지나온 시간과 인연들을 생각해본다. 국화차의 향기에 빠져있는 이 시간이 흐르는 시간을 잠시라도 잡아둘 수 있는 방법이다. 기왕이면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Shostakovich Waltz No2 (from the Jazz Suite No.2)”이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이 국화차는 지인들에게 여행 선물로 주기 위하여 스페인 여행 때 사 온 것이었다. 선물로 주고 남은 것인데 차의 향기가 일품이다. 까르푸 등 스페인에 있는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는데 가격도 싸고(3 ~ 4천 원 수준), 향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더 많이 사 올 걸……' 후회막심이다.
스페인의 세일 기간은 1월 초부터 3월 초까지와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일 년에 두 번이 있다. 특히 의류, 신발, 가방 등이 우리나라보다 50% 이상 싼 경우가 많다. 의류, 가방의 경우 스페인의 세계적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인 “자라 ZARA” “마시모두띠 Massimo Dutti” “우테르케 Uterque” “스트라디바리우스 Stradivarius” “버쉬카 Bershka” “망고 Mango” 등을 우리나라에서 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나의 경우 편한 신발로 유명한 브랜드인 “캄페르 Camper”를 한국에서 파는 가격의 1/3 가격으로 세비야에 머문 둘째 날에 샀다.
스페인에서 쇼핑을 할 경우에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는 물가가 비싸므로 “세비야” “코르도바” “살라망카” 같은 중소도시에서 사는 것이 더 좋다. 그리고 한 점포에서 90€ 이상 사면 면세 Tax free 환급을 받을 수 있으니 확인증과 영수증을 챙겨서 공항에서 환급을 받으면 된다.
스페인에서 꼭 반드시 사야 할 것을 추천한다면 “3초 앰플” (3초에 하나씩 팔린다 해서 붙여진 별명)로 유명한 스페인 No.1 비타민 스킨 앰플 “마티 덤 Marti Derm 포토 에이지 플레티넘 PHOTO AGE PLATINUM”을 권한다. 스페인의 경우 화장품을 약국에서 파는 데 똑같은 제품을 백화점에서는 약국보다 비싸게 판다. 약국의 경우에도 각 점포마다 가격이 다르므로 반드시 3개 점포 이상 가격을 비교한 후 가장 싼 곳에서 사는 것이 좋다. 이 경우에도 면세 Tax free는 꼭 챙기자. 내 경우 “롯데 면세점 인터넷 샵”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격의 1/3 가격으로 마드리드에 있는 약국에서 샀다.
세비야에서의 둘째 날
세비야의 둘째 날은 맑게 개인 화창한 날씨의 하루였다. 세비야의 유명한 것 중 하나가 플라멩코의 발상지라는 사실이다. 기왕이면 발상지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아침부터 인터넷을 뒤져 “세비야 플라멩코 문화센터”의 저녁 공연을 예약했다. 숙소에서 나와 과달키비르 강가를 따라 걸으며 세비야의 아침 분위기에 빠져들어갔다. 스페인 광장 맞은편에 있는 “마리아 루이사 공원”으로 향하여 가던 중 자전거를 타고 시내 투어를 하려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 시내 투어를 하는 방법도 좋겠다. 우리 다시 세비야에 올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우리도 자전거 투어를 합시다.”
“좋죠. 돌아가서 자전거 열심히 타야겠네……” 대답하는 아내의 어감에서 나만큼이나 세비야를 좋아하는 마음이 묻혀 나왔다.
길 건너편으로 겨울비에 떨어진 젖은 낙엽이 있는 거리를 지나는 마차들의 행렬이 고즈넉한 풍경으로 다가왔다.
세비야 "마리아 루이사 공원"
아침이어서인지 공원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간간이 마차를 타고 공원을 돌아보는 관광객들의 모습만이 보였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심 공원 중 한 곳인 이곳에서 마음껏 호젓함과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이 공원은 원래 “산 텔모 궁전 Palacio de San Telmo”에 속하는 정원이었는데 1893년 궁전의 주인인 “마리아 루이사 페르난다” 공작부인이 시에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공원의 끝에 있는 라틴아메리카 박람회 때 각각 다른 양식으로 지어진 세 개의 궁전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메리카 광장”까지 걸으면서 한가로운 오전 시간을 보냈다.
다시 간 스페인 광장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있는 스페인 광장으로 넘어갔다. 갈색 벽돌의 궁전, 반원으로 늘어선 아치의 회랑, 양쪽 끝 모서리의 탑이 만들어 내는 이국적 아름다움과 운하 물길을 따라 도열해 있는 채색된 타일의 선명함, 화려함이 오늘도 변함없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광장이 보이는 순간부터 떨려오기 시작한 가슴이 광장을 벗어 나올 때까지 콩닥콩닥 뛰었다. 광장의 입구에 서서 광장 전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구석구석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억 속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에서……
세비야 대학으로 바뀐 담배 공장
광장에서 나와 로터리 왼편에 세비야 대학이 있다. 단일 건물로는 마드리드 근교에 있는 “엘 에스코리알” 다음으로 스페인에서 큰 건물이라고 한다. 본래 이 건물에는 왕립 담배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이 담배공장이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여주인공인 집시 여인 “카르멘”이 근무하는 담배 공장으로 나오는 무대이다. 학교 안에 그 시절 담배공장 간판이 있다고 해서 찾으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 학교 안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모르고, 심지어 담배공장이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만났던 학생 중에 몇 명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세비야 투우 경기장
“황금의 탑”이 있는 방향 강변 길을 따라 걸어 세비야 투우 경기장으로 갔다.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 관람석 밑 공간에 만들어져 있는 투우 관련 그림과 복장, 소품들을 전시해 놓은 전시실을 먼저 둘러보았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으나 보수 공사 중이어서 2층 관람석은 올라갈 수가 없었다. 투우 경기는 4월부터 10월 사이에 한다고 한다.
세비야의 새로운 상징 "메트로폴 파라솔"
세비야에 21세기 건축의 새 트렌드를 상징하는 건물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메트로폴 파라솔 Metropol Parasol”. 마침 그곳을 찾아가는 길에 세비야의 중심 상업 거리를 지나게 되어 자연스럽게 쇼핑을 하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19세기부터 시장 건물이 있던 광장을 재개발하기 위하여 공사를 하던 중 고대 로마와 이슬람의 유적을 발견하게 되어 유물을 복원해 박물관도 만들고 시장도 재건축한 버섯 모양으로 생긴 건물이었다. 3,400개의 폴리우레탄 코팅 목재가 결합된 세계 최대의 목재 건물로 2011년에 완공되어 “빅 머쉬룸” “안달루시아의 버섯” 등으로 불리는 지붕의 스카이 라인이 독특한 건물이다. 이곳에서 세비야의 해 질 녘 풍경과 야경을 감상하였다.
정열의 플라멩코 공연 "Casa de la memoria"
우리는 흔히 “플라멩코”를 춤으로 알고 있는데, 플라멩코는 춤이 아니라 “공연예술”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한다. “플라멩코”라는 이름은 “‘불꽃’ ‘열정’을 뜻하는 플라마 Flama에서 왔다”는 이야기와 “춤추는 모습이 플라망고 새와 비슷해서”라는 이야기 등 여러 다양한 설이 있다.
플라멩코는 춤 Baile, 기타 Toque, 노래 Cante, 손뼉과 추임새 Jaleo 의 4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 플라멩코의 맛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인터넷으로 “Centro Cultural Flamenco”에서 공연하는 “Casa de la memoria” (추억의 집) 저녁 7:30 공연을 예매해서 찾아갔다.
작은 실내 무대여서 출연자의 숨소리까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기타 리스트 1명 과 노래하는 가수 2명 그리고 남녀 춤 꾼 각 1명씩이 출연하여 공연을 했다. 언어를 몰라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지만 음과 소리에 비장함이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 녀 춤 꾼의 눈빛과 박력, 춤사위 또한 모든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특히 여성 무용수의 역동적인 동작과 움직임, 눈빛에서 주어진 삶에 저항하는 집시들의 처절한 투쟁 같은 힘이 느껴졌다.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보이는 작은 소극장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공연자와 관객들이 모두 하나가 된 플라멩코의 진수를 맛 본 멋진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숙소로 가기 위하여 세비야 시내를 가로질러 걸었다. “과달키비르 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아내가 “우리 여기서 조금만 더 야경 구경하고 가요.” 했다.
‘나만 세비야로 인해서 가슴이 뛰는 것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비야는 우리 두 사람에게 벅찬 감동과 행복을 준 강렬한 도시였다. 평생 못 잊을 추억을 준 것에 대해 과달키비르 강 다리 위에서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세비야에서의 시간을 매듭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