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amanca
ㅣ "은의 길"
에스파냐 지방은 고대 로마제국에게 북아프리카와 함께 주요한 곡창 지대 중 하나였으며 특히 북부 산악지역은 광물이 많이 매장되어있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다. 로마는 에스파냐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에서 채굴한 금과 은을 로마로 가져 갈려고 지중해와 연결되는 과달키비르 강의 항구도시 “세비야”까지 효율적으로 수송하기 위한 도로를 건설하였다. 이 포장도로가 “아스토로가 Astorga”에서 시작해서 “살라망카 Salamanca” “카세레스 Caceres”를 거쳐 “메리다 Merida”까지 이르는 “은의 길”이다. 현재 스페인 630번 국도로 “세비야”에서 “히혼”까지 이르는 스페인의 주요 간선도로로 아직까지 남아있다.
또한 “은의 길”은 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성지 순례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총 9개 코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프랑스 “생장 피에 드 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를 통해가는 800km 의 코스에 비해 1000km가 넘는 가장 긴 코스이다.
포르투갈에서의 짧은 시간으로 인한 아쉬움을 달래며 국경을 넘어 다시 스페인 땅으로 돌아왔다. 잘 딱여진 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국경선을 통과한다는 느낌도 들지 않은 채 어느 사이엔가 다른 나라의 땅에 넘어와 있었다. ‘국가 간에 이렇게 아무런 불편 없이 영토를 넘나들 수 있는데, 우리는......’
ㅣ 살라망카 Salamanca
스페인 최초로 대학이 설립된 도시이며 스페인 르네상스를 꽃피운 가장 왕성한 예술, 문화, 학술 활동의 본거지였던 곳 “살라망카”의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살라망카”에는 “알폰소 9세”가 1218년에 설립한 “살라망카 대학”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도시 전체 인구 약 14만 중 20% ~ 30%가 학생인 대학도시의 분위기가 거리 곳곳에서 느껴졌다. 차분하면서도 젊음의 역동성이 느껴지는 거리의 풍경과 고색창연한 빛깔을 띤 건물들이 매혹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문법, 인문, 물리학 강좌로 출발해서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명문 대학으로 발전한 “살라망카 대학”은 16세기 말에는 파리대학, 볼로냐 대학, 옥스퍼드 대학과 함께 유럽의 4대 대학을 불리기도 했다.
ㅣ 마요르 광장과 아나야 광장, 신 구 성당
호텔에서 살라망카 대학으로 가는 길에 “마요르 광장”을 들렸다. 1755년 “펠리페 5세”의 지시에 의해 카탈루냐 출신 “알베르토 데 추리게라”가 설계한 완벽한 정사각형 구조로 만들어진 광장이다. 광장의 한 면에는 살라망카 시청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광장은 88개의 아치로 만들어져 이곳을 통해 대학과 성당 등 도시 곳곳으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밤에는 젊은이들로 붐비는 젊음의 거리가 되는 곳이다.
마요르 광장과 유일하게 직선으로 연결되는 곳이 “아나야 광장 Plaza de Anaya”이다. 살라망카의 정신적 심장인 곳으로 12세기 구성당인 “비에하 성당”과 스페인 후기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신성당인 “누에바 성당” 그리고 대학으로 둘러싸여 있는 광장이다. 그리고 골목을 끼고 한구석에 “조개의 집”이 자리 잡고 있다. “조개의 집”은 15세기 순례자들을 보호하는 기사단에 속해 있는 기사의 개인 주택에 붙어있는 문양이다.
거리 곳곳의 모습에서 이국적인 중세의 멋이 느껴져 골목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로마교의 중간에서 도시와 성당의 야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매혹적 분위기의 골목에 앉아 이 도시가 지내온 수많은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토스토옙스키”의 초상화가 안에 걸려있는 골목길 중고서점에 들어가 주인과 초상화를 걸어 놓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거리에 서 있는 동상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도 있었다. 살라망카라는 도시의 밤거리에서 함께 숨 쉬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가슴 벅차오르는 행복이 느껴지는 저녁이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스페인으로 돌아온 첫날을 자축하며 리오하 와인 한잔을 마셨다. 호텔로 돌아올 때 들른 슈퍼에서의 일이 생각나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와인 안주로 치즈가 필요해 슈퍼에 들렸는데 상품 진열장에 치즈가 보이질 않았다. 마침 주변을 보니 40대로 보이는 지적이면서도 예쁘장하게 생긴 스페인 아주머니가 보였다. 아주머니에게 정중하게 치즈가 어디 있냐고 물었는데 아주머니가 영어를 못해서 그런지 “치즈”를 못 알아들으셨다. 나는 그냥 가볍게 “오케이! 쌩큐!”라고 대답을 한 후 돌아서 매장을 더 둘러보았다. 그리고 계산하는 곳으로 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 “치즈” 있는 곳을 물어봤던 아주머니가 핸드폰을 들고 나에게 왔다. 자기가 영어를 못해서 이해를 못한 것이 미안해서 영어를 할 줄 아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 나에게 바꿔 주는 것이었다. ‘오~~ 이런 감동이……’
정말 세상을,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밤이었다. 이렇게 스페인으로 돌아온 첫날 살라망카에서부터 한 없는 감동과 감사를 느끼며 밤은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