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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Oct 14. 2018

낙동강 물줄기 따라 "겨울 나그네"와 산책을

경상북도 상주

 “잘 지내니? 회사 그만두고 뭐하면서 보내?”

 “뭐, 그저 그렇지…… 슬슬 마누라 눈치도 보이고…… 요즘은 큰 애가 차를 사서 출퇴근할 때 운전 강습시켜주고 있어…… 낮에는 텔레비전 종편 방송도 보고……이젠 시간이 좀 지나니까 끼니때 눈치가 보여……휴~ 나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여러 가지 생각이 많다. 언제 시간 되면 밤새워 술이나 마시면서 실컷 울어 봤으면 좋겠다. 어디 그럴만한데 없냐? 너 여기저기 많이 다녀서 잘 알잖아! 어디 추천 좀 해줘 봐. 시간도 좀 내주고……”

 30년 다닌 직장을 일 년 전에 명예퇴직 한 고등학교 때 친구와 며칠 전 통화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경상북도 상주를 가게 되었다.


 겨울로 성큼 들어선 계절의 상주는 며칠 전 통화했던 친구가 원하던 그런 분위기로 나에게 다가왔다. 살을 에는 듯한 강바람과 앙상한 마른 나뭇가지들……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 누구나 감정의 상처를 밖으로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첫 번째 들른 “국립 낙동강 생물 자원관” 주변으론 공원 및 오토 캠핑장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낙동강 주변을 돌아보는 방법으론 보트를 타고 강 위에서 강변을 보는 방법, 자전거를 타고 강변 주위를 도는 방법, 트레킹과 산책으로 강변 주변을 걷는 방법 중에서 선택을 하면 된다.

국립낙동강 생물자원관 앞 공원및 캠핑장 

 강의 상류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자전거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앞에는 이곳의 상징으로 난간 위에 ‘자전거를 탄 모습의 조형물’을 설치해 놓은 다리가 강 건너편까지 놓여 있다.  

자전거 박물관

 자전거 박물관에서 더 올라가면 낙동강 1,300여 리 물길 중 손꼽히는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경천대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이곳까지 강변 양쪽으로 자동차 도로뿐 아니라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등이 잘 조성되어 있다.  


국립 낙동강 생물 자원관  www.nnibr.re.kr   054-530-0700

자전거 박물관    054-534-4973

경천대    gyeongcheondae.sangju.go.kr   054-536-7040

 오토 캠핑장 강 건너편 회상 나루터 뒤 낮은 산에는 학 (철새)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오르면 낙동강 상주 지역의 자연경관과 자전거 박물관부터 경천섬 공원, 멀리 상주보까지 볼 수 있다. 그리고 전망대 밑의 강변에는 전통 한옥 형태로 만든 객주촌인 펜션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과객을 기다리고 있다.

학전망대 와 객주촌 팬션

 객주촌에서 강변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 데크를 따라가 보았다. 언제부터인지 이곳의 회색 빛 분위기에 빠져 가슴이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냥 걸었다. Schubert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들었다. 

 눈이 올 듯 흐린 하늘, 

 강변의 스산한 풍경,

 노래의 어두운 정서가 아픔, 고독, 절망 등 슬픈 기분을 극한으로 내 몰았다.

 극한의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난 뒤 초월에 이르는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었다.

객주촌 앞 데크 산책길과 전망대에서 본 낙동강

 며칠 전 통화했던 친구 말고도 누구에게나 계절 분위기에 맞는 겨울철 여행지로 “해 질 녘 오후 이곳 상주의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일반적인 여행과는 힐링의 방법이 다르겠지만, 겨울에 맞는 기억남을 회색 빛 힐링 여행이라고 확신한다. 

 가능하다면 강변을 산책할 때 Schubert의 “겨울 나그네”를 듣기를 권한다. 독일어나 노래 가사, 뮐러 의 시 뜻을 몰라도 괜찮다. 그저 1시간 10여분 정도 걸으면서 24곡 전체의 선율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데크 나 길바닥에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울고 있는 나를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이곳은 괜찮다. 그런 카타르시스를 통해 인생의 질이 한 단계 더 성숙해질 것이다. 

 마치 철저한 자기 파괴를 통해 새로운 나를 창조해내듯이……


 겨울날 오후에 상주의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걷는 길을 추천한다면, 이른 아침에는 객주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맑고 고요한 천년고찰 남장사 여행을 추천한다. 신라 시대에 창건한 이 고찰은 경북 팔경 중 하나로 유명하다. 전날 오후 낙동강 물줄기에 쏟아낸 자아의 빈 공간을 이곳에서 맑고, 투명한 이슬 같은 정서로 채워 넣는 시간을 가져보자. 아마 고찰의 길바닥과 다리의 난간 돌 틈에 끼어있는 천년 된 녹색 이끼들이 여행자들의 채워 넣는 시간에 무게를 더해 줄 것이다.


남장사   www.sangju.go.kr/tour       054-534-6331

남장사

 여행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음식과 관련해서……

 이곳에는 1800년대에 만들어진 400여 종 전통 음식을 기록한 조선판 음식 백과사전 “시의전서”를 연구하고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푸실”이 있다. 이곳에서 전통음식을 맛보는 것도 상주 지역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줄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떡 체험, 화전 굽기 체험, 연잎 밥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미리 연락하여 체험해 보는 것도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Café.daum.net/SongGang     054-536-1006


<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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