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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Oct 14. 2018

자연에 묻혀보는 호리병 속 별천지 여행……

경상남도 하동

 우리나라 남쪽 전라남, 북도와 경상남도에 방대하게 걸쳐져 있는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그 크기만큼이나 많은 이야기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가깝게는 구한말 동학교도들이 피난을 가서 살았던 곳이며, 해방 이후에는 공산주의자 일부가 머물렀을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시 빨치산들이 거점으로 삼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리산 하면 가장 먼저 우리 근현대사의 아픈 상처가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지리산은 역사적 아픔만 있는 곳이 아니다. 계절, 달빛, 바람이 함께 만들어낸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하동군 화개동을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은 “호중별천”이라는 시에서 ‘호리병 속 별천지’로 노래하고 있다. 최치원이 노래한 “별천지”에서 나를 찾아가는 자연에 묻히는 여행을 해보자.

칠불사 풍경

 “화개동”은 지리산 토끼봉, 형제봉 등에서 내려오는 계곡을 따라 칠불사, 최치원 관련 유적들, 쌍계사, 서산대사의 이야기 및 차나무 시배지, 하동 야생차 박물관 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먼저, 화개동 계곡 상류로 가면, 지리산 반야봉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칠불사를 만날 수 있다. 칠불사는 신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이곳에서 모두 성불이 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칠불사가 있는 마을의 이름이 범왕 마을인 이유도 ‘7 왕자가 부처’가 되었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특히, 칠불사에는 지은 지 1,000년 된 이중 온돌방 ”아자방”이 유명하다. 한번 불을 때면 누구는 100일간, 누구는 49일간 따뜻했다고 한다. 그밖에 왕과 왕비가 일곱 왕자를 만났던 연못 “영지”를 볼 수 도 있다.

칠불사 영지

 하류로 내려와 쌍계사로 들어가기 전 오른쪽 방향 화개천을 따라 형성된 쌍계로로 가보자. 차 시배지로 유명한 이 마을 경사진 산비탈의 대규모 차 밭을 천천히 걷다 보면 “화개동”이 지니고 있는 고즈넉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가 있다. 금방이라도 야트막한 차나무 밭 사이 길로 소리꾼이 나타나 한 마당 소리를 바람에 실어 보낼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게 된다.

화개천 옆 산 비탈 차밭 

 조계종 교구 본사 중 하나인 쌍계사는 신라시대에 지어진 사찰로 진공선사대공탑비, 대웅전 등 수많은 문화유적들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소원성취를 빌러 이곳으로 온다. 경내를 돌아보는 중 부처님께 기도를 마치고 숲 사이 길로 내려가는 양산을 받쳐 든 두 여인네의 뒷모습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울창한 나무 숲, 천년 고찰, 사찰 곳곳에 피어있는 불두화와 봄의 꽃들, 쨍쨍한 봄 햇살과 콧등의 땀을 스치고 지나가는 봄바람, 그리고 기도를 마치고 내려가는 두 여인네의 뒷모습.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어느 사이엔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고 있었다.


www.ssanggyesa.net

쌍계사 풍경

 화개동의 차별화된 음식점으로 “찻잎마술”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500년간 조상 대대로 화개에서만 살아온 주인아주머니가 그의 할머니 때부터 해 온 차 연구를 계승해서 받은 특허와 인증이 50여 가지나 된다. 차로 녹차씨 오일, 녹차꽃 와인 등 각종 식자재를 만들 뿐만 아니라, 화개동의 문화와 특유의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음식 메뉴의 이름도 “고운 비빔밥”, “별천지찜”, “어화둥둥 해우국”, “섬진강 왈츠” 등 지역 특색을 살렸다. 음식의 맛도 정갈스러워 보이는 만큼 과하지 않은 절제된 건강의 맛이 느껴진다.

차잎마술 입구와 차림상

 또 하나 이 집의 자랑은 꼼꼼하고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이다. 구석구석에 주인장의 손길 하나하나가 다 닿아 예쁘다는 말 외에 표현할 말이 별로 없는 곳이다. 

주인장의 손길이 느껴지는 차잎마술 

 식사 후 차 한잔을 마시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눈과 마음을 돌려보자.

 빨리빨리, 목표, 경쟁 등에서 벗어나 어느덧 별천지 자연 속에 묻혀 있는 자신이 보일 것이다.


www.teafood.co.kr         TEL   055) 883 - 3316 

식사 후 창문 옆에서 차 한잔

 이곳 화개동을 차시배지라고 하는 까닭은 신라 시대에 당나라에서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왕명(신라 흥덕왕)으로 화개동천에 처음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서 이곳에 “하동야생차 박물관”도 있다. 전통 수제법으로 차를 만들고, 다례를 체험해보는 체험관이다. 시간이 된다면 이곳에서 체험을 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하동 야생차 박물관 외부와 거눌, 다도 교육장

 왜, 최치원은 화개동천을 “호리병 속의 별천지”라고 하였을까?

 섬진강 지류 화개천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고요와 평안, 지리산에서 나오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청정함이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내 안의 평화를 주는 지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별천지 하동 화개천은 힐링하기에 최고의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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