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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Oct 30. 2018

혼자 떠나는 가을 힐링 여행

2018년 가을 경북 김천

 보고 싶은 P에게,

 오늘은 하루 종일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길 위에 떨어진 젖은 갈색 낙엽들이 흘러간 시간들과 인연들을 생각나게 하는 날이구나.

 얼마 전 모임에서 너의 소식을 우연히 들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힘들어한다는 네 근황에 우리 모두 마음이 무거워졌지. 자신과 가족을 위해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온 너 이기에 지금 처한 상황이 얼마나 받아들이기 어렵고 힘들 것인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 역시 인생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 너에게는 자신을 위한 휴식과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는구나. 지금까지 고생한 자신을 토닥여주기도 하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도 보면서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너의 남은 인생을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 맘 때쯤 꼭 한번 쉬어 가도록 하자.


 그런 의미에서 너보다 먼저 비슷한 과정을 경험한 후 여행 작가의 길을 선택해서 걷고 있는 내가 너에게 추천하는 덜 알려졌지만 너에게 꼭 맞는 힐링 여행지가 있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가는 거리에 있는 경상북도 김천이란다. 김천에서도 충청도와의 경계선인 백두대간 줄기 황악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천년고찰 “직지사”를 너에게 추천한다.  


 신라 눌지왕 2년(418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이곳은 임진왜란 때 국운을 되살린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로 유명한 곳 이란다. 이곳에 가면 절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수령의 나무들 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함이 가장 먼저 너의 머리와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줄 거야. 절의 이름인 직지(直指)라는 명칭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선종의 가르침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왠지 벌써 이름부터가 딱 너의 상황과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니?

직지사 들어가는 길 풍경과 정문 입구

 파란 가을 하늘, 붉게 물든 단풍, 울긋불긋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묻혀 경내를 걷다 보면 세상과 한걸음 떨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 그리고 들려오는 스님의 독경 소리를 배경 삼아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로움도 생기게 될 거야. 마침, 경내 한편에는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길”이라는 작은 길도 있단다. 얼마나 정갈하고 여유롭고 아름다운 곳인지…….


 절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은행나무 아래 널찍한 바위를 만날 수 있는데, 이 바위가 사명대사와 직지사와의 법연이 이루어진 곳 이란다. 이야기인즉슨 사명대사가 정신적 방황을 할 때 직지사에 왔다가 은행나무 그늘 아래 널찍한 바위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당시 주지 스님께서 참선 중 사천왕문 앞에 황룡이 승천하는 환영을 보고 이상히 여겨 나와서 바위 위에 잠들어 있는 사명대사를 본 후 거두어 제자로 삼았다는 내용이란다. 주지스님 신묵화상과 사명대사의 법연이 서려 있는 역사적 장소의 바위인 것이지. 

 너도 절 안 요사채(寮舍寨 승려들이 거처하고 생활하는 집)의 툇마루에 앉아 가을 햇살을 맞으며 직지사의 가을을 마음껏 담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절 안에 있는 찻집에서 붉게 물든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그동안 고생한 자신을 칭찬해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직지사 대웅전과 문경 도천사지 동.서 삼층석탑
경내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길
2018년 가을 상강(霜降) 즈음의 직지사 단풍

 해가 지기 전에 연등을 만들어서 고즈넉한 산속의 깊은 가을밤을 탑돌이와 함께 맞이하는 것도 너에게 큰 위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거무스름한 탑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하는 저녁 즈음에 스님의 독경 소리에 맞추어 탑 주위를 돌다 보면 무념무상의 놓아버린 자신을 만날 수 있게 될 거다.

스스로 직접 만드는 연등과 직접 만든 연등을 들고 도는 탑돌이 

 직지사도 여느 절과 마찬가지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절들과 달리 일반인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단다. 때문에 종교적인 의미가 강하지 않아서 불자가 아닌 너도 산사 문화를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단순히 하루 혹은 이틀 사찰에 머무르면서 산사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인 일정과 프로그램에 따라서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으니 사전에 확인을 한 후 여행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을 거 같구나. 아마 너의 인생 후반전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직지사의 가을 풍경

 직지사에서 내려오면 산자락을 타고 많은 조각과 시비가 전시되어 있는 야외전시장이 속해있는 “직지문화공원”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는 전시장뿐만 아니라 분수대와 2,000명이 동시에 관람을 할 수 있는 야외 공연장도 있단다. 이곳에서 각종 문화공연 등이 열려서 그야말로 직지사를 중심으로 황악산 일대가 종합적인 휴식공간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밖에도 직지사에서 내려와 직지문화공원으로 가기 전에 왼편으로 가면 “세계도자기박물관”이 바로 보이는데 세계의 다양한 도자기와 크리스털 제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이란다. 


 세계도자기박물관 바로 위에는 ‘백수문학관”이 있고...... 이곳 고장 출신인 백수 정완영 선생의 문학정신과 혼을 기리기 위해 그의 애장품과 소장품을 전시한 곳이지.


백수문학관 위로는 “친환경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선인장 온실, 삼림욕장, 산책로, 광장 등의 공간을 갖추고 온실에 450여 종의 다양한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전시하고 있어.


천년고찰 만이 아니라 공원, 박물관, 문학관, 생태공원 등에서 휴식과 여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너에게 추천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 아마 우리나라에 이렇게 한 지역에 종합적으로 다양한 문화 휴식공간을 조성한 곳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네가 이곳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직지문화공원 전경과 세계도자기 박물관
세계도자기 박물관 전시 도자기들
백수문학관 전경과 전시실 모습
친환경생태공원 전경

 산사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노동과 자연의 신성함이 생각나면 근처 마을에서 각종 체험활동도 할 수 있어. 

 단산도예에 가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의 생활도자기 제품들과 작가의 감성과 개성이 넘치는 작품 도자기,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을 동시에 만나 볼 수도 있지.


 월별로 농작물을 수확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해 볼 수 있어……  www.gcnodaji.com에서 월별로 가능한 프로그램 상세 정보가 있으니 농장 방문 전 농장에 미리 연락해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해봐. 참고로 나의 경우 10월에 사과 따기 체험을 했었는데…… 사과의 당도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단다. 


 참, 너 순두부 좋아하지! 삼대두부공방을 추천한다. 두부 만들기 체험도 하고 즉석에서 맛도 볼 수 있는 두부쿠키, 순두부, 모두부…… 맛이 정말 환상이란다. 특히, 네가 좋아하는 순두부……

단산도예의 전시 작품도자기와 보람이 농장 사과나무
두부쿠키 만들기와 두부 만들기 체험 장면
삼대 두부공방 순두부와 모두부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휴식과 힐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통해서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는 것이니까…… 너의 소식을 들은 후 너에게 꼭 직지사로 힐링 여행을 가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직지사만큼 힐링 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가을이 너의 변화와 새로운 인생 출발의 반석이 되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늘 건강하고 행복한 환한 얼굴로 조만간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고맙다. 사랑해……




 ◆ 직지사                    대항면 직지사길 95   /  T. (054) 429-1700      www.jikjisa.or.kr

 ◆ 직지문화공원         대항면 운수리 31-1   /  T. (054) 420-6613

 ◆ 세계도자기박물관  대항면 직지사길 118  /  T. (054) 420-6726

 ◆ 백수문학관             대항면 직지사길 118-18 / T. (054) 436-6834     http://baegsu.go.kr

 ◆ 친환경생태공원      대항면 운수리 83

 ◆ 단산도예                 대항면 황악로 1602   /  T. (054) 436-5930

 ◆ 사과 따기 “보람이 농장”   조마면 대방리 758 / T. (011) 808-6841     www.boramfarm.net

 ◆ 삼대두부공방          대항면 대룡 1길 48-17 /  T. (054) 43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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