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찜과 함께 한 10월의 마지막 저녁

마산 아귀찜 단상

by Arista Seo

직장 생활 초기인 30여 년 전 어느 날 마산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출장지에서 일을 마친 후 퇴근해 호텔로 가는 길에 마산이 고향인 상사분이 따라오라면서 시내의 한 식당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정확하지는 않은데 마산 시내 무슨 시장의 ‘할머니 집’(?) 인가 하는 원조 마산 아귀찜 간판이 붙은 식당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그때까지 먹어보지 못했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귀찜을 먹게 되었다. 그때 먹었던 말린 아귀의 쫀득함과 맛은 30여 년 지난 지금도 아스라이 기억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 후부터 나는 아귀찜 하면 말린 아귀로 요리한 찜을 떠올리고 아귀찜을 먹으러 가면 말린 아귀찜 요리를 하는지 묻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아귀찜 거리로 유명한 서울의 강남구 신사동이나 지금까지 내가 갔던 아귀찜 식당 어느 곳에서도 말린 아귀찜 요리를 하는 곳을 만날 수가 없었다. 거의 모든 식당이 생물 아귀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도 마산에서는 말린 아귀찜 요리가, 부산에서는 생물 아귀찜 요리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아귀찜 요리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저 30여 년 전 마산에서 먹었던 말린 아귀찜 요리의 강렬했던 맛만을 기억할 뿐이었다.


그렇게 흐릿흐릿 마산 말린 아귀찜 요리에 대한 기억들이 희미해져 가던 10월 중순 우연히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산 어시장에서 말린 아귀를 판매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잊혀 가던 말린 아귀찜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두 마리를 주문하였다.


그리고 2018년 10월의 마지막 날 아귀찜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하여 마산식 말린 아귀찜 요리를 하였다.


[재료] 말린 아귀 32cm~ 40cm 1마리, 콩나물 700g, 미더덕(만득이) 150g, 대파, 고추, 무, 찹쌀 조금, 멸치 다시물

[양념] 고추장 1.5큰술, 고춧가루 2큰술, 굴 소스 2큰술, 국간장 3큰술, 미림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올리고당 1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다진 대파 2큰술

조리순서

① 말린 아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말린 아귀를 받으면 왼쪽의 모양이다. 말린 어귀를 먹기 좋게 잘라 밑에 무를 깔고 푹 찐다.

② 콩나물을 물에 씻어 따로 삶는다.(콩나물은 대가리를 딴다.)

콩나물은 대가리를 띠어 따로 삶는다

③ 냄비 위에 무를 깔고 토막 낸 아귀를 올린다. 물은 적당하게 붓고 푹 찐다.

④ 고추 어슷썰기, 마늘, 파 다지기, 멸치 다시물 내기

⑤ 냄비에 푹 찐 아귀, 미더덕을 넣고 고춧가루를 얹은 뒤 멸치 다시물을 적당하게 붓는다. (다시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찜이 질퍽해지니 조심)

다시물이 부족하지 않게 적당량 넣어야 한다.

⑥ 센 불에서 끓이다가 김이 나면 불을 낮추어 다시물이 자잘하게 남을 때까지 계속 끓인다.

⑦ 잘 쪄진 아귀에 불을 약간 낮춘 후 따로 삶은 콩나물을 넣고 찹쌀가루, 양념 등을 넣어 잘 버무린다. (만약 싱거울 시 간은 소금으로 한다.)

완성된 말린 아귀찜 요리


기대했던 대로 말린 아귀찜 요리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말린 아귀찜 요리를 처음 먹어보는 아내는 천하일품요리라며 참 맛나게도 먹는다.


30여 년 전 마산에 있는 시장의 허름한 아귀찜 식당으로 나를 데리고 갔던 그 상사분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5년 전까지는 연락도 하고 가끔 찾아가기도 했는데…… 은퇴하신 후 다 내려놓으시고도 적극적으로 사시는 모습에 감동을 하였었다. 오랜만에 아무리 바빠도 다가오는 11월엔 꼭 찾아가 보도록 해야겠다.


10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바리톤 김동규가 가사를 입혀 노래를 부른 “10월의 어느 멋진 날”의 원곡인 ‘secret garden’의 ‘serenade to spring’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마무리는 ‘김 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들으면서 아내와 함께 말린 아귀찜 요리와 소주를 한잔 나누며 가을을 보내는 저녁으로 하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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