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우연히 신문에서 어느 한 중견 기업 CEO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다.
'2004년 당시 국내 대기업의 미국 지사에서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던 이분은 국내로 복귀하라는 본사의 지시에 따라 귀국을 하게 되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그때까지 주체적으로 살아오지 못했던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남은 인생을 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생각한 내용들을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 기자와 인터뷰를 하였다. 이때 결심했던 것들 중 하나가 귀국하면 매주말 우리나라의 산을 다니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7년이 되어 3년 전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인터뷰를 했던 그 기자와 이분이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귀국할 때 결심했던 것들을 어느 정도 실천하였는지 기자가 물었다. 주말마다 산에 다닌다는 계획은 3년 동안 국내 100여 개의 산을 다녔다고 한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산에 올라가면 인생에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지’ 정말 궁금했다. 그때까지 나는 ‘어차피 내려올 산 뭐 하러 올라가냐’고 주장하는 부류였으며, 산은 계곡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고기를 구워 먹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 기사를 읽고 난 후 성공한 사람이,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 이야기하는 생활 자세라면 분명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3개월. 딱 3개월만 다녀보자! 만약 3개월 동안 산에 다닌 이후에도 산에 대한 내 생각이 지금과 똑같다면 그때부터 안 다녀도 되니까……. 주말이면 나도 산에 한번 다녀보자.’
그리고 바로 K에게 전화를 하여 K가 산행 대장을 맡고 있는 산행 모임을 따라서 주말이면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서 산과 자연은 이렇게 2007년 1월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한 두 달 동안은 주말마다 산에 간다는 것이 귀찮고, 지키기 힘든 결심이었다. 그것을 참고 주말이면 산에 다니다 보니 어느덧 처음에 설정했던 3개월이 될 무렵에는 건강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건강 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계속해서 산을 다니기로 했다. 그렇게 주말이면 산을 다녔고, 언제부터 인지 시간이 허락되면 혼자서도 산을 오르는 사람으로 점차 변해갔다. K의 산행 모임을 따라 북한산, 관악산 등 서울 근교의 산을 꾸준히 다니며 멀리 지방에 있는 산으로 원정 산행도 다녔다. 그때 갔었던 한라산, 삼악산, 월출산, 사량도 등의 경험은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었다.
산을 다니기 시작한 지 2, 3년이 지난 후부터는 아내와 둘이서 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서울 근교에 있는 산뿐만 아니라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국내의 명산들도 찾아다녔다. 아내와 함께 했던 많은 산행 중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3박 4일 동안 다녀온 지리산 종주였다. 벽소령 산장에서 봤던 칠흑 같은 밤하늘과 차가운 달빛, 이른 아침 산속에서 들리는 새소리와 새벽의 맑은 공기 그리고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들, 바위 위에 누워 바라본 파란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에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던 시간들이었다. 지금까지 10여 년 정도 산을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60여 곳 정도의 산을 다녀온 것 같다.
산이 나에게 준 또 다른 선물 하나는 25년을 넘게 피어 온 담배를 끊은 것이다. 2009년 1월 1일 신년맞이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 북한산 의상봉 정상을 올라간 자리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로 담배를 끊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한 행동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산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캠핑 장비도 갖추게 되어 가족들과 함께 덕유산, 소백산, 중미산, 방태산 등 곳곳으로 캠핑 여행을 많이 다녔다. 아내, 아이들과 함께 만든 나에게 소중한 추억의 시간들이다.
이제 어느 산이든 산에 오르게 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산에 오르내리며 나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좋다.
산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을 경험하면서 자연의 위대함 앞에 겸손을 배우게 된다.
육체적 건강관리만 아니라 주어진 인생에 감사할 줄 알며,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어 정신건강 관리에도 좋다.
산에 가는 날이면 나는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는다.
이제 산이 그곳에 있어 가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