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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Dec 30. 2018

여행의 향기에 취하다

창원, 마산 여행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수 천마리의 새 위를 경비행기로 나르면서 보이는 자연의 대장관이 나오는 아름다운 장면을 기억하는가! 물론 배경음악인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의 아름다움을 빼놓을 수 없지만 음악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새들의 군무 장면은 언제 보아도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비행을 하면서 갑자기 여주인공이 손을 뻗어 남자 주인공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심정에 충분히 공감이 되는 아름다운 자연의 대서사시이다. 


 붉은 노을빛을 받으며 수 천마리의 새들이 하늘을 나는 모습에 빠지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서 겨울새의 군무가 장관이라는 창원의 ‘주남저수지’로 발길을 향했다. 1920년대에 조성된 이곳이 이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가 되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남저수지’하면 가장 큰 주남저수지와 동판저수지, 산남저수지 세 곳을 일컫는다. 이 세 저수지의 면적을 다 합치면 8.98㎢ 정도가 된다. 여의도의 3배 규모다.

주남 저수지 겨울 철새 풍경

 이곳에 매년 120여 종 8만여 마리 새가 날아온다고 한다. 철새들의 안락한 거주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철에는 희귀종인 재두루미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람사르 문화관, 생태체험관, 탐조 부스 등 챙겨볼거리도 많아졌다. 어린아이들이 현장 체험 학습을 온 모습도 많이 보였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하늘로 날아오르지는 못했지만 총길이 7.5km의 호반 코스를 걸으며 겨울 하늘을 나는 새들의 모습에 취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만화영화에서나 보았던 수상 스키를 타듯 백조가 물 위로 내려앉는 장면을 볼 수 있었던 행운은 먼 길을 온 여행자에 대한 배려였다. 

주남저수지 풍경

 저수지 수문에서 주천강으로 이어진 길을 걷다 보면 주남돌다리가 나온다. 동읍 판신 마을과 대산면 고등포 마을을 잇는 돌다리로 약 800년 전 양 마을 사람들이 정병산 봉우리에서 길이 4m가 넘는 자응석을 옮겨와 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1967년 홍수로 소실되었다가 1996년에 복원했다고 한다. 이 다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돌을 쌓아 만든 아치형 다리의 정교함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문화재자료 225호로 지정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주남돌다리
저수지 둘레길 풍경
람사르 문화관 모습과 현장체험학습하는 아이들

 먼 길을 온 김에 옆에 있는 도시 마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먼 거리에서도 마산 시내와 바다를 품고 있는 엄마의 품 같은 산 무학산이 보였다. ‘학이 춤추는 것 같다’는 이름 뜻이 너무 아름답다.


 중국 윈난성에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얼하이호가 있다. 그 호수에 ‘난차오펑칭타오(南沼風情島)’라는 섬이 있다. 배를 타고 섬에 올라 울창한 숲 길을 걸으며 힐링을 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선착장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얼하이호의 유명 관광지이다. 마산 앞바다에 중국의 ‘난차오펑칭타오’ 못지않은 환경을 갖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섬이 있다.


 돝섬이다. 섬 모양이 돼지의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돝은 돼지의 옛말이다. 전설에 의하면 무학산에서 한줄기 빛이 떨어져 만들어진 섬이라고 한다. 섬 전체를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규모인 이 작은 섬이 1982년에 국내 최초의 해상 유원지로 개발된 섬이다. 90년대 초반까지 한 해 섬의 방문객이 1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 있는 관광명소였다. 그 후 몇 번의 부침을 겪으면서 2017년부터 연간 관광객 12만 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서서히 돝섬의 자존심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데에는 돝섬 지킴이 ‘오용환’ 선장의 노력이 숨어있다. 선장 모자를 쓰고 노래를 부르며 안내를 하는 등 일인다역을 하고 있다.

돝섬 관광 유람선과 돝섬 지킴이 오용환선장

 돝섬에서는 일 년 내내 벚꽃 축제, 장미 축제, 백일홍 축제, 국화축제 등 크고 작은 축제와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굳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행사가 아니더라도 섬을 둘러싼 깔끔한 산책로를 걸으며 바다의 풍경을 즐기는 여유 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되는 곳이다. 파도가 잔잔하고 나무도 제법 울창해서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에 좋은 힐링 공간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돝섬에 가보자.

돝섬 가는 바닷길과 돝섬 풍경

 마침 다가오는 2019년도가 돼지띠의 해라고 해서 요즘 돝섬도 황금돼지 섬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무학산과 음양조화가 잘 이루어져서 풍수적으로 복을 드리는 섬으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섬에 내리면 정면으로 황금돼지상이 보인다. 

 2019년도 돝섬 둘레길을 한 바퀴 돌면서 건강과 행복을 빌어보는 연말연시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ㅁ 돝섬 가는 방법

   돝섬 유람선 터미널에서 유람선 탑승.   마산합포구 제2부두로 56. 돝섬 유람선 터미널   055) 245. 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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