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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Dec 30. 2018

남쪽으로 떠나는 로맨틱 여행

진해, 마산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2시간 30여분 남짓……. 오랫동안 벚꽃 축제와 군항기지로 유명한 진해였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플레이스는 따로 있다. 


 먼저, 일제 강점기에 군사항구로 만들어졌던 계획도시의 흔적이 남아있는 ‘근대문화 역사길’을 걸으며 애수의 향기에 젖어보자. 그런 후 장복산과 천자봉을 병풍처럼 뒤에 두고 진해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진해 보타닉 뮤지엄’에서 설레는 속삭임의 시간을 갖자. 건너편 마산에서는 활기찬 어시장과 맛깔스러운 저녁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3색 매력을 지니고 있는 가요 ‘삼포로 가는 길’의 그곳 지금의 진해를 만나보자.


연분홍 꽃 봄바람의 진해

 조선을 강제로 합방한 일본은 진해에 군사항구를 건설하였다. 일제는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군항도시를 만들기로 한다. 부지를 정한 뒤 현지에 살고 있던 조선인들을 몰아내고 도시를 세웠다. 대강 2년 만에 일본식 2층 집들이 세워졌다. 당시 조선에는 이층 집이 매우 귀했지만 진해 시가지는 대부분 2층으로 이루어졌고 드물게 3층 집도 섞여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진해에 해마다 봄을 싣고 오는 것은 벚꽃이었다. ‘벚꽃으로 전 조선에 명성이 자자한 진해’라는 소리를 1920년대부터 듣기 시작하였다. 


 진해는 이렇게 ‘일제가 만든 군사도시’로 유명하지만 지형상의 이점 때문에 해방 후에도 군사도시의 맥을 이어갔다. 역사적으로 이미 조선시대에도 진해는 유명한 군항이었다. 우리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족적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1952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국내 최초로 진해 북원로터리에 세워진다. 1963년에는 이순신 장군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한 기념행사를 시작하였는데, 이 행사가 오늘날 벚꽃 축제로 알려진 군항제의 시작이다. 


 군항제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벚꽃철이 되면 전국에서 1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몰렸고, 군항제는 순식간에 대한민국 대표 축제가 되었다. 2018년에는 310만 명이 군항제를 찾았다고 한다. 이렇듯 연분홍 꽃빛이 어른 거리는 봄에 진해를 찾아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최근 진해는 따스한 겨울 햇살을 받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유럽 도시들에서 흔하게 보이는 방사형 도로를 따라 걸어보는 색다른 매력으로 2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수에 젖은 듯하면서도 정갈한 거리의 분위기가 어느 사이엔가 애잔함과 사무치는 그리움이 가득한 내면으로 변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심에 ‘근대문화 역사길’이 있다.


근대문화 역사길을 걷다

 진해는 중원, 북원, 남원이라는 세 개의 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이다. 이 원 로터리 일대를 따라 주요 건물과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근대문화 역사길의 중심지인 중원 로터리에 서면 모노레일카가 올라가고 있는 해발 90m의 낮은 산 ‘제황산’이 보인다. 마치 부엉이가 앉은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부엉이 산이라고 부르다가, 해방 후 제황산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진해 중심에 위치한 도심 내 대표 근린공원으로 9층 탑인 진해탑과 365개로 구성된 1년 계단이 있다. 


 로터리 도로에 접해서 1912년 준공된 1층 목조 건물인 진해 우체국이 있다. 건물 양식은 러시아풍의 근대 건축인데 이는 이 지역에 일찍이 러시아 공관이 자리 잡고 있었던 까닭이라고 한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우체국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영화 ‘클래식’에서 손예진이 전보를 보냈던 곳이다.

제황산 오르는 모노레일카 (왼쪽) 진해의 중심 중원 광장(오른쪽)
진해 우체국 모습

 6.25 전쟁 당시 중공군 포로 출신인 업주가 개업한 중국음식점 ‘영해루(榮海樓)’도 길 건너편에 있다. 영해루의 상표등록을 하지 않아 현재는 ‘원해루(元海樓)란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을 촬영한 장소로 유명하다. 


 원(영)해루를 마주하고 1912년에 세워진 육각집(뾰족집)이 보인다. 6각 지붕이 있는 중국풍의 3층 건물이다. 현재 식당으로 운영 중이며 독특한 외관과 근대 상업시설의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으나 외관은 일부 변형되었다고 한다. 


 육각집을 끼고 군항마을 거리와 역사관, 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활용도가 낮았던 복개천 공간을 재정비하여 근대문화유산을 소개하고, 근대 역사 체험을 위한 출발점으로 활용하고자 만들어진 곳이다. 군항에 연상되는 각종 조각물과 기념물 등이 곳곳에 있다. 


 함경도 북청 출신 화가 유택렬이 진해로 와서 정착할 무렵 작곡가 친구로부터 인수받아 1955년에 문을 연 ‘흑백다방’도 군항마을 테마공원을 끼고 있다. 2008년까지 다방으로 운영하였던 이곳은 60,70년대에 전시관이 없던 진해에서 진해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또한 많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음악관이었다. 문화공간, 연주공간으로의 재탄생을 위하여 리모델링 중이다. 

원해루(왼쪽) 수양회관(오른쪽) 전경
군항마을 입구와 공원 조형물들
진해 문화공간 흑백 

 문화공간 ‘흑백’에서 조금 걸어가면 북원로터리 광장의 중심에 우뚝 서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남해를 굽어보면서 세워져 있는 이 동상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워진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다. 이 동상은 두 가지의 큰 의미가 있다. 첫째는 한국전쟁 중인 1950년에 제안되어 임진왜란 360년이 되는 1952년 4월에 건립되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각종 문헌 자료와 자손의 골상 등을 참고하여 만든 동상으로 실제 이순신 장군의 얼굴과 가장 흡사한 동상이라는 점이다.


 동상을 중심으로 오른쪽 해군기지 사령부로 가는 길 옆에 ‘해군의 집’이 있다. 해방 이후부터 80년대 초반까지는 ‘수병의 집’이라고 불리다가 이후부터 ‘해군의 집’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해군 장병들의 면회소, 민원업무, 방문객 행정처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 외관도 군함의 모형을 따서 이곳이 군항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 

북원 로터리 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해군의 집(왼쪽) 전경과 길 옆 찻집 내부 모습

남쪽 바다 도시의 핫 플레이스

 ‘근대문화 역사길’을 걸으며 생긴 애잔함과 그리움을 가슴에 담은 채 천자봉 아래에 있는 ‘진해 보타닉 뮤지엄’으로 가보자. 진해 구청 뒷산의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수목원의 성격이지만 뮤지엄에 가깝다. 그래서 자연과 수목을 보고, 감상만 해서는 안된다. 나와 같이 간 그 사람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온실의 각종 이끼 식물들과 온난대 식물, 정원에 있는 다육식물, 고산 식물들이 우리 이야기의 시작이 된다. 홋카이도에 있는 ‘닝구르 테라스’와 같은 아기자기한 동화 이야기도 세팅되어 있다. 정원에 있는 핑크 뮬리가 우리의 시간을 수채화로 채색할 준비를 하고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솟대에 바램을 실어 보낼 수도 있다. 자연 친화적인 카페에 앉아 창 밖으로 보이는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야외 정원의 꽃과 나무들 몰래 밀어도 속삭여보자. 동화 같은 수채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곳이다. 

 겨울에 이곳에 간다면 유리창을 타고 들어오는 따스한 겨울 햇살이 가슴속에 있는 사랑을 키워줄 것이다.


ㅁ 진해 보타닉 뮤지엄   www.jinhaebotanicmuseum.com   055) 264. 4337


진해보타닉뮤지엄 입구(왼쪽)와 조형물
온실과 안에 있는 이끼, 화초들
하늘길에서 본 전경(왼쪽)과 카페 모습
보타닉 뷰지엄 정원 모습

마산의 자존심 마산어시장

 전국에서 수산물 점포가 많은 시장은 어디일까? 인천의 ‘인천종합어시장’, 마산의 ‘마산어시장’, 부산의 ‘부평시장’ 순으로 수산물 점포가 많다. 상인 종사자가 3,000명이 되는 초대형 어시장이 마산어시장이다. 이곳에 가면 규모만이 아니라 싱싱하고 큰 물고기를 볼 수 있다. 마산어시장은 마산 사람들의 자존심이라고 한다. 

 우리가 시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생의 활기와 치열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커다란 규모에 놀라기도 하겠지만 같이 간 그 사람과 함께 삶의 치열한 전투력도 증강시켜보자. 


마산어시장 입구(왼쪽)과 시장 풍경(오른쪽)

 겨울이어도 남쪽은 서울에 비하여 따뜻했다. 봄볕 같았던 남쪽의 따스한 햇살이 떠오른다. 겨울에도 달콤 로맨틱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남쪽 바다의 도시.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생각나게 했던 여행.



추천 맛집

ㅁ 곱돌이 곱창  추천 메뉴: 곱돌이 곱창   055) 544. 7080

ㅁ 언양각    추천 메뉴: 소불고기    055) 266. 8050

ㅁ 거북집    추천 메뉴: 생선국      055) 24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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