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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Dec 10. 2018

광주여, 십자가여, 빛의 땅이여...

전라남도 광주

 #1

 1982년 2월의 겨울로 기억한다. 방학을 이용해 광주에 살고 있는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갔다. 광주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내린 나는 그곳으로 마중 나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게 되었다. 길지 않은 기다리는 시간이었지만 당시 터미널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무엇인지 모를 살벌함이 느껴졌다. 친구를 기다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복을 입은 경찰이 나를 불심검문하였다. ‘여기에 왜 왔는지, 누구를 만나러 왔는지’ 등을 묻던 경찰은 때 맞춰 친구가 나타나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거지? 잘못한 것이 없다면 국민들을 이렇게 감시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그날 광주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생겼던 의문이었다.


 #2

 “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학교에서 떠도는 이야기들 사실이야?”

 “엉…...”

 “그런데 왜 광주 사람들 가만히 있어? 한 명 한 명이 가까운 주변부터 사실을 이야기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가만히 있는 거 아니야. 가슴에 담아 놓고 있는 거야.”

 태어나 광주의 하늘 밑에서 처음으로 잠을 자게 된 날 밤 친구의 집 이불속에서 잠들기 전에 나눈 친구와의 대화였다.  


 #3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직장 일로 광주에 출장을 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제대로 광주를 볼 수가 없었다. 비록 38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였지만 이제 광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KTX를 타니 서울에서 광주송정역까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제일 먼저 ‘광주송정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문화의 전당역’에서 내려 “5.18 민주 광장”으로 갔다. 전남 경찰국의 대공분실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민주의 종각”과 옛 전남도청 건물이 보이는 광장의 가운데에 서니 여행의 첫걸음부터 무엇인지 모를 숙연함이 생겨났다. 


 광장 한 부분에 있는 시계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화 “택시”의 실제 주인공 ‘독일 공영방송 NDR의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1980년 5월에 5.18 참상을 처음 보도한)의 “시계탑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계속 전승되어야 합니다. 시계탑은 자유의 기념품이자 한국의 민주주의의 시작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라는 설명이 우리나라 역사발전에서 ‘광주와 5.18 민주화 운동’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생각하게 하였다. 


 그렇다. 해방 이후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채 많은 희생과 시행착오 등의 역사 과정을 거치며 진행되고 있는 인간 존엄의 가치를 구현하는 진정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다. 

5.18 민주화 운동의 최후 저항지 옛 전남도청
5.18 민주 광장에 있는 '민주의 종각' '시계탑' '전일빌딩'

 #4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 1980년 5월에는 광주 시민군이 최후 항전을 하였던 옛 전남도청 3층 건물을 둘러보았다. 건물 내부를 돌아보는데 마음의 빚이 가슴을 짓눌러 왔다. 광장으로 나와 ‘5.18 민주화 운동 기록관’으로 가는 길에 ‘전일빌딩’이 보였다. 그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건물. 헬기의 기총소사를 받았던 건물. 가슴속에서 불길 같은 뜨거운 무엇이 치밀어 올랐다.


 금남로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니 ‘5.18 민주화 운동 기록관’이 나타났다. 당시의 처절했던 상황을 상징하는 유품, 증거물들과 각종 취재 수첩, 방대한 자료를 포함한 기록물들을 전시해 놓은 기록관이었다. 


 1층부터 3층까지 구성되어 있는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왜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역사 평가를 못하는 근현대사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명백한 사실 앞에서 허구와 기만으로 혹세무민 하는 무리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있다는 사실에 이제는 헛웃음이 나왔다. 죄 없는 수많은 희생을 밟고도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있으면서 29만 원밖에 없다고 버젓이 코미디를 하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구 마음대로 사람을 죽인 살인범들을 용서하는지…


 이토록 답답한 현실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사 평가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역사 전체를 보아도 제대로 된 역사 평가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민족과 국가에게서 인간 중심으로 발전하는 미래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광주는 한 부분에서 분명 우리에게 아프고 무거운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와 우리들의 후손들은 피하지 말고 반드시 보아야 될 역사의 현장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역사의식과 소양을 갖춘 시민의식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우리의 역사는 발전하고, 우리 사회가 인간 존중의 공동체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십자가 광주에 빚진 우리의 가슴을 조금은 가볍게 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독일 사회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평가하고 단죄하는지 우리는 냉철하게 보고 배워야 한다.

5.18민주화 운동 기록관 과 안에 전시되어 있는 유품, 증거물들

 #5

 옛 전남도청이 있던 자리에 전체 면적 약 134,800㎡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해 있었다. 이곳은 재미 건축가 ‘우 규승’이 지하로 설계하고 건축한 독특한 건축물로 아시아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그 규모가 실로 커서 전시, 공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거점이었던 자리에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어린이문화원, 예술극장, 아시아문화광장, 열린마당, 하늘마당, 옥상공원, 아시아창작스튜디오 등 다양한 문화 시설이 모인 세계적인 복합 문화기관을 설립한 것이다. 5.18 민주화 운동의 인권과 평화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승화한다는 배경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아마 남도 특유의 높은 예술 수준과 5.18의 이념을 혼합하여 만든 사업 콘셉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과 ‘5.18민주화 운동 기록관’ ‘5.18 민주 광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통해 다른 곳을 여행할 때 느낄 수 없었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브란덴부르크문이 독일 통일의 상징이 되는 관광명소가 된 것처럼 ‘5.18 민주광장’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이 한국의 나아가 세계적인 민주화의 성지로 상징되었을 때 우리의 역사발전은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옛 전남 도청 건물 옆 계단으로 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 광장에서 본 풍경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외관과 내부 공간들

 #6

 광주 시내 중심 금남로에 160년 된 한옥으로 ‘오가헌’이 있다. 1,785㎡의 공간에 1864년에 지어진 한옥 호텔 겸 전통문화 공간이다. 이곳에서 숙박은 물론 결혼식, 돌잔치, 문화 행사 등의 대관 행사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광주의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조금 더 걸어가면 금호그룹 박인천 회장의 저택을 시민들을 위하여 개방한 ‘금오시민 문화관’’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잠시 여행의 발길을 쉬었다 가는 여유를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들의 살림살이 옛 물건들을 모아 그리움에 빠지게 하는 개인이 개관한 박물관 ‘비움박물관’을 들렸다. 지나온 시간과 가난을 추억으로 만들어버린 설립자의 시와 철학에 빠져 구경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를 정도였다. 물음표, 쉼표, 느낌표를 가슴에 담고 나올 수 있었다.

'오가헌'의 모습들
'금오시민문화관' 풍경
비움 박물관 외관과 내부 모습

 #7

 광주의 대표거리인 ‘예술의 거리’는 서화, 도자기, 공예품 등을 집산하여 전시, 판매하고 있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거리다. 이곳에 들르면 한국화, 서예, 남도창을 중심으로 한 남도 예술의 진수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주말이면 풍물장터가 열려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단다.


 여행 중 시간이 된다면 독특하고 개성 있는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카페의 거리인 ‘동명동 카페의 거리’에 들러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광주에서 새로운 전략적 육성 문화거리로 공을 들이고 있는 거리는 ‘아시아음식문화거리’이다. 아시아 문화전당과 광주 남도음식문화를 연계한 음식문화 테마 관광지로 육성하려고 한다.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는 않았으나 거리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에술의 거리 가게 풍경
동명동 카페의 거리 가게 풍경

 #8 추천 식당

 - 화랑궁 회관: 대표 음식 육회비빔밥

 - 그릴 더 보라카이: 아시아 음식문화거리의 필리핀 요리 전문 식당

화랑궁회관 과 그릴더 보라카이 외관과 대표 음식

 O 5.18 민주화 운동 기록관  061-613-8294    www.518archives.go.kr

 O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1899-5566      www.acc.go.kr

 O 오가헌      062-227-5557

 O 금호시민문화관  금남로5가 212   

 O 비움박물관   061-222-6668   http://biummuseum.com

 O 화랑궁 회관   062-224-1800

 O 그릴더 보라카이   010-4758-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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