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감으로 속옷을 구매한다
여성들은 가슴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2차 성징 때부터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수의 브라를 구매할까?
나만 생각해 봐도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브라를 구매해 왔다. 어렸을 땐 조금은 낯설고 쑥스러웠던 때라 최대한 가슴을 단단하게 잘 가려주는 브라를 사 입었고, 20대에는 한창 연애할 때라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제품을 선택했던 것 같다. 30대부터는 상황에 맞는 브라를 여러 종류를 구비해 놓고 입었고 지금은 착용감이 최우선이라 와이어 있는 제품은 절대 구매하지 않는 편이다.
와이어 있는 제품을 구매할 때는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매우 불편했기에 속옷샵에 가서 직원에게 가슴사이즈를 재서 구매를 했었다. 그런데 노 와이어 제품이나 브라탑 일체형 속옷이 트렌드가 되면서 대충 상의 사이즈에 맞춰서 구매를 하게 됐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내 가슴사이즈를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과거에 비해 속옷브랜드가 다양해졌고 온라인으로도 쉽게 구매가 가능한 요즘, 착용해보지 않고 속옷을 구매한다는 것은 일종의 베팅과도 같다. 브랜드마다 사이즈 차이가 조금씩 있기 때문에 사실은 모두 직접 입어보고 내 몸에 잘 맞는 제품과 사이즈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해서 입어보고 적당히 잘 맞는 것 같으면 남기고 그렇지 않으면 사이즈 교환을 시도한다. 사실 교환하는 것도 번거롭기 때문에 그냥 방치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속옷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더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나도 최근 몇 년 동안은 그런 식으로 구매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정말 편하다고 홍보해서 구매했던 A 제품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늘어나 전혀 브라의 기능을 하지 못했고, 굽은 어깨를 펴주는 기능이 있다고 했던 B 제품은 너무 답답해서 1시간도 채 입고 있기 힘들었다. 어렸을 적 구매해 놨던 예쁘기만 한 브라들은 억지스러운 볼륨감을 만들어내서 가슴이 짐짝처럼 느껴지게 했고 파리 여성들이나 입을법한 올레이스로 만들어진 브라는 입은 건지 안 입은 건지 헷갈려서 자꾸 확인을 해야만 했다.
나는 바디수트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바디수트 디자인을 하기 위해선 속옷 공부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제대로 배운 브라 디자인은 생각보다 굉장히 과학적이었으며 본인의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알게 되었다.
브라 디자인은 여성 가슴에 대해 굉장히 많은 부분을 고려한다. 여성들의 가슴의 모양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생겼지만 크게 몇 가지 분류를 나눈 후 평균적으로 잘 받쳐줄 수 있는 디자인으로 컵이 만들어지고 가슴 사이즈와 흉통의 둘레를 고려해서 사이즈가 나뉜다. 가슴의 크기별로 무게도 다르기에 브라끈의 장력도 적절하게 고려되어야 하며 벌어진 형태의 가슴의 경우 모아주기 위한 디자인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그래서 내 가슴의 모양과 사이즈, 특징을 잘 알고 있다면 그만큼 몸에 잘 맞는 속옷을 선택할 수 있다. 모든 브랜드가 이런 디테일을 반영한 다양한 사이즈를 출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 브랜드마다 타깃하고 있는 고객이 있는데 이런 것도 유심히 잘 살펴보면 좋다. 특히 평균에서 벗어난 사이즈(매우 크거나 매우 작거나)를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라면 더욱 잘 맞는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 좋다. 본인이 선호하는 착용감도 소재와 디자인에 따라 매우 달라지기 때문에 잘 알고 있으면 좋다.
마치 맞춤속옷샵에서 진행하듯 내 신체 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한 다음 내 몸에 딱 맞는 속옷을 직접 만들어 봤다. 내 가슴사이즈는 그동안 입어왔던 사이즈와 다르게 한 컵이 더 컸고 가슴둘레는 한 사이즈 더 적었다. 이는 아마도 내가 답답한 걸 싫어해서 조이는 제품을 피해왔기에 잘못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부유방(가슴과 겨드랑이 사이의 살)도 조금 있는 편이라 커버할 수 있도록 브라 어깨끈을 조금씩 옆으로 빼서 디자인했다. 와이어는 싫어하기에 뺐고 대신 안정감 있게 잡아줄 수 있도록 넓은 밴드로 뒷면을 만들었다. 덕분에 후크 고리의 개수가 3개에서 5개로 늘어났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패턴과 원단을 보낸 후 얼마 뒤 받은 제품을 입어보곤 정말 놀랐다. 소재가 레이스라 엄청난 착용감은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이즈가 맞으니까 단단하게 몸을 받쳐주는 데도 일말의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와이어 없이도 충분히 가슴을 받쳐줬고 부유방이 커버되니까 미적으로도 훨씬 더 깔끔해 보였다.
아, 이거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맞춤속옷샵에 가는구나.
속옷이 불편하면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인다. 나도 모르게 지속적으로 손이 가고 매무새를 고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완벽히 피팅되는 속옷을 입고 나니 마치 내 몸인양 오랜 시간을 입고 있어도 한 번도 손을 델 필요가 없었다. 정말 신세계를 맛본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매번 속옷을 만들어 입기도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비싼 맞춤속옷샵에서 매번 구매를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들 중 가장 잘 맞는 브랜드를 골라 가장 적절한 사이즈를 선택해서 입는 방법이 있다.
내 몸에 딱 맞는 사이즈가 있다면 정말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그래서 브랜드에서 갖고 있는 사이즈에서 그나마 내 몸에 가까운 사이즈를 골라야 하는데 브라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면 좀 더 정확한 선택을 할 수가 있다.
여기서 고려하면 좋은 브라 사이즈 선택 팁은 다음 글에서 이어서 올려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