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이 하루하루 악화되었던 큰아빠는 결국 며칠 전 별세하셨고, 나는 아이들과 장례식부터 발인까지 함께했다. 별다른 스케줄도 없었거니와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습득할 거리와 느낄 감정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행사가 끝났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나가서 놀고 책을 읽는 등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인데, 오늘 저녁에 문득 2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재미있는 만화 영상을 보면서도 두 눈이 벌게져 설거지하고 있는 나의 치맛자락을 잡고 서있다. “엄마, 엄마도 죽어? 안 죽을 수는 없어? 죽기 싫어, 헤어지기 싫어”
“누가 죽는 게 싫어?” 내가 물었다.
“엄마, 나, 그리고 아빠”
형아랑 동생은 매일 괴롭히고 싸우니 싫단다.
“2호야, 세상의 모든 것은 태어났으면 죽음도 있어. 우린 누구나 죽어. 죽기 싫다고 우는 사람도, 건강한 사람도, 행복한 사람도, 모든 생명은 꼭 죽어. 엄마도 죽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죽으면 영혼들은 하늘로 올라간데. 구름 마을에, 좋아하는 영혼들과 같은 구름 마을에 살 수 있데. 이런 말도 있어.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 우리 형아랑 동생이랑 모두 우리 가족 미워하는 마음 버리고 좋아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만 갖고 살자. 죽으면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 산데.”
결국, 2호는 울다가 잠들었다. 생각해 보니, 1호도 지금의 2호 나이 즈음에 그랬었다. 어스름한 저녁 빛이면 눈물 방울이 똑똑 떨어지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언젠가 올 이별 때문에 잠들 때까지 슬퍼했다. 한동안, 한참을 그랬어서 처음엔 달래다가 나도 지치기도 했고 그러한 1호의 행동이 지나친 것 같아 고민도 되었었다. 한 번 겪어봤다고 2호의 오늘 행동은 귀엽기도 하고 신기했다. 5-7살 무렵이면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나 보다, 성장 과정 중 하나구나 하며….
엄마랑 헤어지는 것이 싫어서 죽는 게 싫다는 2호가 너무너무 귀여운 밤이다.
그 마음이 예뻐서 2호를 품에 포옥 안았다.
그 예쁘고도 순수한 마음은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나도 이번 장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죽음에 대하여 많이도 생각했지만, 아직은 나와 내 주변에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직접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상상만으로도 두렵고, 슬픈 죽음을 내 주변부로 겪게 된다면, 큰아빠의 직계 가족들처럼 참담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 슬픔을 덜어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일상에서 베푸는 사랑일 것이다. 내 모든 사람에게 모진 말과 미움들은 넣어 두고, 늘 덕과 사랑을 베푸는 것. 잊지 않고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