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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Jun 28. 2024

법의 테두리

전업맘의 스마트 스토어 이야기 3 

 떳떳하게 장사를 했다. 적어도 스마트 스토어 내에서는 그랬다. 그 어두운 시장을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후로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 법규를 지키는 나는 그럭저럭 돈을 벌어가는데 그늘 속에 드리운 그들은 위법을 함에도 속속들이 챙겨 자산을 증식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미 오래전 품절 사태가 난 상품에는 잊을만하면 문의글이 올라왔다. 상품을 구입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재입고 문의'였다. 물론 내 상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 수도 있었지만 고객의 니즈를 그냥 지나치자니 아쉬움이 컸다. 나름 꾀를 낸 것은 다름 아닌 '중고 시장'이었다.


 중국 시장은 국내 도매처와 차원이 달랐다. 국내 도매 시장에 100개의 제품 군이 있다면 중국 도매 시장에는 1만 개는 넘는 제품이 있었다. 그러나 가전제품과 더불어 내가 타깃 한 어린이 용품은 'KC 인증'이라는 막대한 비용 지출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은 사업자가 필요 없는 중고 장터였다. '중고'라 함은 이미 개봉하여 구매자가 사용한 흔적이 만연한 물건이었다. 그 시장에서 나는 개봉하지 않은 새것의 중국 물건을 싼 값에 팔았다. 더군다나 쇼핑몰에서 꽤나 에너지가 사용되는 CS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니 중고 시장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낸 것 같은 뿌듯함과 감탄사가 매일 아침 새어 나왔다.


 기존에 하던 쇼핑몰은 문득 아이템을 바꿨다. 오래전부터 관심 있었던 '여성복'에 뛰어든 것이다. 여성복 쇼핑몰 또한 아동 용품을 했을 때처럼 제품을 소싱하고 사진을 찍고 상품 상세 페이지를 올리고 제품을 발송하고 CS까지 모든 것을 나 혼자 했다. 주문량이 많지 않아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광고' 한 번 하지 않고 소소하게 주문이 들어오는 것에 혼자 놀라고 그것으로 만족했다. 지난 '만들기 KIT' 상품의 경우 하루에 5-10건 정도로 주문이 들어왔는데 여성복은 일주일에 한 건 주문으로도 지난 상점에 비해 매출과 마진이 좋았다. 몇 천 원 팔아서 몇 백 원 남기던 장사에서 '0'이 하나 더 붙은 단가로 더욱 먹고살만해졌다. '부업'이라는 전제 안에서는 그랬다.


 나는 감사와 만족을 혼동했다. 내 삶에 감사는 하되 만족하지 않아야 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광고를 돌리고 더 큰 수익을 기대하며 성장을 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그러지 못했다. 아이 셋을 가정 보육 하며 호기롭게 시작했던 사업을 그저 하루 걸러 하루 들어오는 주문 한 건에 만족했던 것. 만족은 성장을 멈추게 만들었다. 당시에는 몰랐던 것들이 지나고 보니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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