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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스 Jun 21. 2024

아이템 발굴을 향한 여정

전업맘의 스마트 스토어 이야기 2

 반짝이는 시간은 별안간이었다. 행복하면서도 버거웠던 시간들은 지나고 보니 고작 3개월이었다. 스마트 스토어를 오픈하면 네이버 측에서 상단에 노출해 주는 선심을 보여줬던 것이다. 소위 '오픈 빨'이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다시금 새 도매처를 찾아 헤맸다. 내가 알고 있는 도매처와 아이템들은 인기가 많았다. 다시 말해서 누구나 살 수도 팔 수도 있는 흔한 물건이었다. 시장에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희소성 있는 가치와 더불어 신박한 아이템이 필요했다. 지금보다 대중화되지 않았던 중국 도매 시장은 2020년 당시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중국 도매처에서 알게 된 물건은 국내에 전무한 것들이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샘플로 각 30개씩을 주문했다. 상품은 포장된 박스에 비하여 질이 떨어졌지만 아이템이 아주 좋았다. 품질만큼 싸게 팔았다. 상품을 상점에 게시함과 동시에 여러 가지 물건들을 100개씩 재주문했다.


 게시하자마자 물건은 품절 상태가 되었고 그러던 중 '032' 지역번호가 찍힌 전화가 걸려 왔다. 다름 아닌 인천 세관이었다. 세관에서는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에 그 물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싸게 사서 싸게 파는 물건에 세금을 내게 되면 물건의 값이 두 배는 거뜬하게 오를 처세였다. 수량은 100개 씩이었지만 물건 값이 얼마 하지 않았던 터라 '측근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어쭙잖은 소명서를 제출하고 물건을 겨우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받은 물건들은 그 언제보다 불티나게 팔렸다. 욕심이 생겼다. 중국 도매상인들에게 세관에 걸리지 않게 물건을 50개씩 소분하여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500개씩을 추가로 구매했고 그들은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며칠이 지났을까. 수신 전화에는 몇 달 전 받은 싸늘한 번호가 찍혀 있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욕심을 부리다 보기 좋게 걸려든 것이다. 500개의 수량씩 세 가지 아이템이었으니 그 양은 1,500개가 넘어갔다. 수입에 대한 세금과 더불어 키즈 용품은 별도 KC 인증을 받아야 했다. KC 인증은 그 절차가 까다롭다고 악명이 난 터라 자신이 없었다. 예를 들어 곰인형에 대해 KC 인증을 받는다고 하면 검은색 곰인형, 하얀색 곰인형, 분홍색 곰인형, 파란색 곰인형처럼 색깔 별로 인증을 받아야 하며 수입을 할 때마다 이와 같은 절차를 밟아야 했다. 또한 인증 절차를 거친다고 해서 꼭 한 번에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인증 비용도 물건 값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비싸서 모든 절차를 마치고 물건을 판매한다고 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가 처음 물건을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는 '나만' 알고 있던 아이템들이 여러 상점에서 팔기 시작했다. 심지어 쿠팡에서도 내 물건을 내가 공급받는 금액에 팔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KC 인증을 받아 물건을 팔면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 뻔했다. 1,500개의 물건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과의 타협이었다.


 물건을 단순히 '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폐기물 처리 비용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 나는 내가 물건을 구입한 금액 450만 원과 더불어 100만 원의 폐기물 처리 비용을 납부해야 했다. 벌었던 돈을 오롯이 지출한 셈이었다.


   소비자를 위해 법은 제 구실을 다하지만 다양한 꼼수로 많은 악덕업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음알음 알아갔다. 버젓이 아이들을 위한 용품이 건데 사용 연령을 14세 이상이라고 표기하면서 KC 인증을 피한 물건이 만연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 당당하지 못한 물건을 팔고 싶지 않았다. 소비자를 우롱하며 한몫 챙기는 상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포기한 아이템 또한 다른 사람들은 번듯이 팔고 있었다. 쿠팡이라는 큰 기업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공급가에 판매하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마음이 쓰라려 더 이상 찾아보진 않았다. 억울했지만 나 또한 법을 위반하려던 악한 상인임에는 틀림없었으니.


 직수입을 그만두고 국내에서 KC 인증을 받은 아이템을 다시 찾아 나섰다.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동안 자라나 집안 놀이보다 바깥 놀이에 활약을 펼쳤다. 아이들이 잘 갖고 놀았기에 선택한 ‘만들기 Kit’ 였기에 아이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자 내 마음에서도 멀어져 갔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포부의 유통 기한은 치킨 장사처럼 고작 3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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