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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ook Essay

생명이 다해서 먹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 서평

by 아리스
인간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좀 더 오래 사시게 했으면 바람이 있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역시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것이 천수였다고 생각하게 되는군요.
_<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 중



이시토비 고조는 게이오 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후 독일에서 혈관 외과의사로 근무했다. 그는 40년 넘게 외과의사로 일하면서 '환자가 꼽는 외과 부문 좋은 의사'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따뜻한 의사이다.

도쿄의 구립 노인 요양 시설인 로카 홈에서 상근의사로 재직 중인 저자는 무분별한 연명치료가 만연하면서 생명력이 다한 고령자조차도 평온한 죽음에 이를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먹지 않아서 죽는 게 아니라 생명력이 다하여 먹지 않는 것'으로 자연에 흐름에 따르는 마지막 케어의 구체적인 방법을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에서 제안한다.


살아있는 존재는
언젠가는 생명의 숨결이 꺼진다.

이 사실은 열외자 없이 그 누구에게나 다가올 미래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30대 중반인 나에게도 그 노쇠는 나타나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에 감춰져 잘 보이지 않아도 파헤쳐 보면 듬성듬성 보이는 흰 머리카락, 눈 아래에서 볼 전체로 퍼지는 기미와 주근깨 그리고 점점 깊어지는 주름들이 그것을 증명해 준다. 노화 현상을 미의 기준과 멀어진다고만 생각했었다. 나에게 나타나고 있었던 현상은 자연의 이치와도 같았던 것이다. 아직 아프지 않음에 감사해야 한다. 더 노쇠해지면 체력도 하강할 것이며 맛있는 음식을 씹기 힘들 수도 있으며 허리가 욱신거리고 팔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노쇠 그리고 죽음.

나와 내 주변으로 오지 않을 것 같지만 우리는 천천히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 속도가 더뎌서 실감 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자연스러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몸이 노쇠해져 죽음의 문 앞에 다다랐을 즈음에는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식음을 전폐한다.

이때 억지로 음식물을 흡입하게 되면 흡인성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번질 수 있다.


두려운 치매

건강할 때는 누구나 치매는 나에게 오지 않기를 바란다. 치매라는 질환은 가장 무서운 질환 중 하나다. 육신은 살아있으나, 그 육신이 가졌던 좋은 기억과 추억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앗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들의 보호자들은 괴롭다.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잊고, 사랑했던 그 육신으로 모진 말들을 내뱉고 끝내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게 된다. 건강은 정말 건강할 때 챙겨야 하는데, 건강한 현재 운동을 게을리하고 있는 요즘의 나를 반성도 해본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온전히 걸어 다니고 나의 뒤처리를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이 이승의 삶을 즐기고 싶다.


H 씨의 죽음은 내게 봉인되어 있었던 죽음의 문을 살그머니 열고 죽음의 평안을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한다. 죽음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가르는 이원론이 아니라 삶과 죽음은 같은 장소에 존재하는 것이고 명확하게 드러내 준 것이다.
_<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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