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서평
동물들은 이 농장이 구석구석까지 모두 자기들의 것임을 기억해 내고는 조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언덕의 내리막길을 내려다보는 클로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오래전 인간들을 쫓아내려고 나섰을 때 그들의 목표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 만약 그때 그녀에게 미래의 꿈같은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굶주림과 채찍에서 자유로워진 동물들이 각자 자신의 능력에 맞게 일하고,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면서 모두 동등하게 살아가는 사회였을 것이다.
_<동물농장> 중
과학적 근거, 역사, 숫자를 앞세운 데이터 모두 왜곡될 수 있다.
농장 동물들은 존스의 시대보다 더 지독하게 노동을 착취당했으며, 마지막 순간에도 그들은 존엄한 죽음 대신 처참한 도살을 당하거나 개들에게 물려 살해당했다. 같은 동물인 돼지에 의해서. 동물들이 의심할 때마다 돼지는 "과학적 근거"와 "숫자"로 기록된 "증거"들을 보여주며 의심이 증폭되기 전에 그들을 잠재웠다. 동물들의 기억은 흐려지고 새로운 동물들은 알파벳을 배우지 못해서 기록된 사실과 전해 들은 이야기가 세상의 진실이 된다. 동물들은 용맹함을 넘어선 충성심과 복종으로 돼지들을 떠받든다.
한 시대를 풍자한 우화에 비롯되지 않고 민주주의 시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실상이 비쳐서 놀라울 따름이다. 안타깝고 비통한 현실이지만, 이 우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시대에도 일어나고 있다. 민주주의 시대에서도 어떤 검은 세력에 의해 언론은 조작되고, 조작된 기록과 보도를 보고 우리는 현실이라고 받아들인다. 똑똑한 국민들은 공교육에서 받은 수동적이고 세뇌적인 교육을 통해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이라고 알고 있는 역사조차 승자의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그 어떤 사실이든 우리는 좀 더 면밀하고 비판적으로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이 책을 출판하는 것이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 듭니다. 만약 이 우화가 일반적인 독재자와 독재체제를 다룬 것이라면 출판해도 괜찮겠지만, 지금 보니 소련과 그 나라의 두 독재자가 걸은 길을 너무나 완벽하게 따라간 작품이라서 다른 독재국가들은 모두 배제한 채 오로지 소련에만 해당되겠습니다. 한 가지 더. 이 우화의 지배계급이 돼지가 아니었다면 덜 거슬렸을 겁니다."
1943년 말에 집필을 시작한 <동물농장>은 네 곳의 출판사에서 원고를 거절당한다. 정치적 색채가 없었던 출판사도, 반소련 서적을 출판하던 출판사에서도 거절당한 저자는 정보부에 문의해 봤으나, 위와 같은 답변을 받았다. 정부 자체 내 검열에 걸렸다.
조지 오웰은 5년간의 버마에서 복무 중에 제국주의 식민 통치에 혐오를 느끼고 경찰을 사직했다. 이후 다양한 일을 하며 영국의 대표 작가로 활약한다. 오웰의 700여 편 작품들은 장르에 상관없이 오웰만의 정치적 신념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존스의 농장에는 미들 화이트 품종의 훌륭하지만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있다. 메이저 영감은 자신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며 농장의 동무들을 불러 모은다. 인간을 위해 일하는 농장 동물들은 늘 굶주리고 태어나서 숨이 끊어질 때까지 인간을 위해 살다가 끝내는 잔인하게 도살되는 농장 동물들의 처참한 삶을 지적한다. 메이저는 밤새 동물들에게 연설을 퍼부으며 봉기의 반향을 일으킨다.
곧 메이저는 노쇠로 숨을 거둔다. 그러나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에 따라 동물들은 봉기를 준비한다. 동물들 중 가장 영리하다고 인정받는 돼지들이 다른 동물들을 지도하고 감독하게 된다. 모두 돼지들이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했고,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세 마리의 돼지는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을 그들만의 완전한 사상 체계로 다듬었다. 덩치가 크고 사납게 생긴 버크셔 품종의 나폴레옹, 쾌활하고 창의적인 스노볼 그리고 말솜씨가 눈이 부신 스퀼러, 이렇게 세 돼지가 농장 봉기에 주축이었다.
예상보다 빠르고 쉽게 봉기가 시작된 농장에서 동물들은 승리했다. 존스와 일꾼들은 걷잡을 수 없는 동물들의 소란에 혼비백산해서 농장을 순식간에 도망쳤다. 인간이 도망간 농장에서 동물들은 존스 시대의 흔적들을 깡그리 치워버렸다. 재갈, 코뚜레, 개의 목줄, 동물을 거세할 때 사용한 잔혹한 칼 등을 우물에 던져버렸다.
동물들은 버릇대로 일찍 일어나 맑은 아침에 자유를 느꼈다. 믿을 수 없는 행복감이었다. 곧 돼지들은 그들이 많은 일곱 계명의 규율과 일거리들을 가져왔다. 돼지들의 지시에 맞추어 동물들은 새로운 노동을 시작했다. 돼지들은 머리를 쓰는 일을 하고, 다른 동물들은 일을 했다. 동물들은 인간이 없는 농장에서도 늘 굶주렸지만, 돼지들은 우유와 사과라는 특식을 먹었다. 머리를 쓰는 일에는 특식이 필요하다고 돼지들은 설명했다.
스노볼과 나폴레옹은 의견이 늘 충동했다. 어느 날, 사라진 스노볼은 반역자가 되어서 스스로 농장을 떠났다고 나폴레옹은 얘기한다. 나폴레옹은 이제 혼자서 동물들에게 명령을 하고 지시한다. 동물들은 매일 열심히 일하지만 늘 고되고 굶주림에 시달린다. 돼지들과 개들은 점점 살이 쪄가고, 그 수도 늘어간다.
돼지들은 존스가 사용하던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동물들보다 한 시간 늦게 일어나며, 존스가 사용하던 침대까지 사용한다. 점점 변해가는 돼지들의 생활에 동물들은 일곱 계명을 되새기며 의아해하지만, 일곱 계명은 늘 돼지들의 바뀐 생활에 맞추어 조금씩 변해있었다. 순종과 신뢰에 깊이 새겨진 동물들은 돼지들을 여전히 따랐다.
덩치가 크고 힘이 아주 센 복서는 동물들 중 누구보다 용맹하면서도 돼지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돼지들이 농장이 어려워 식량 배급이 줄어든다는 말을 할 때면, 한 시간 먼저 채석장으로 나가 풍차 재건 사업에 나섰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던 복서는 농장에서 부상을 당하지만 끝내 가죽 공장 도살 차에 오른다. 돼지들은 복서에게 최고의 의료 시술을 했지만 끝내 숨졌으며, 평온하게 잠들었다고 둘러댄다. 동물들은 순간마다 의심하지만 스퀼러의 현란한 말솜씨에 그가 읊는 말들은 사실이 되고, 이내 믿게 된다.
돼지들은 새로운 규율을 어기는 동물을 사살했고, 인간을 집에 초대하기도 하였으며, 점점 살이 찌고, 개들이 돼지들을 호위했다. 사람의 집에서 생활하고 침대에서 자던 돼지들은 술을 마시기도 했으며 끝내 두 발로 걷게 된다.
가끔 나이 많은 동물들은 희미한 기억을 헤집어, 봉기 초기, 그러니까 존스가 쫓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생활이 지금보다 좋았는지 나빴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의 생활과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 스퀼러가 줄줄 읊어대는 숫자들 외에는 기준으로 삼을 것이 없었다.
_<동물농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