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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ook Essay

노동자가 아닌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

<미래의 교육, 올린> 서평

by 아리스

농부가 흙은 부드러운지, 거름은 부족하지 않은지, 비뚤어지게 자라는 것은 아닌지 살펴서 흙을 갈아 주고 거름도 주고, 나무 기둥도 세우는 것처럼 학생 한 명 한 명을 키워야 한다. 학생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독특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 기관의 역할이어야 한다.

_<미래의 교육, 올린> 중




우리가 받아온 교육 제도는 사회의 인재를 찍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개인의 독창성, 창의성, 무한한 상상력은 교육의 산업화에는 엄청난 걸림돌과 같다. 뛰어놀고, 까르르 웃고, 멍하니 관찰하고, 그저 "놀이"에만 여념이 없던 아이들은 교육 제도를 밟으면서 언뜻 성숙해진 것처럼 비친다. 더 이상 놀지 않으며 잘 웃지 않는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과제와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 피곤해하는 아이들의 삶은 어른이 된 노동자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제 노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말한다. 선행 교육을 넘어선 조기 교육으로 그 나이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으며, 목적을 잃어버린 교육은 아이들을 교실과 학원으로 내몬다. 인재를 대량 생산해야 하는 공교육에서 학교와 교사들은 아이들을 일렬로 세워놓는다. 경쟁구조에 놓인 아이들은 교육산업에 더욱 파고든다. 친구와 우정을 쌓고 긍정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기도 부족한 성장기 아이들은 바로 옆자리의 친구를 경쟁자로 여기며 치열하게 교육 제도 안에서 고군분투한다.



학교 수업과 시험은 사고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외우면 된다. 풍부한 상상력과 비판적 태도를 보이는 학생은 낙오자가 될지언정 부정행위로 얻은 상위 성적표는 칭송받는다. 시험은 다섯 개의 보기 중에서 정답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아이들은 정답이 없는 세상에 갈 곳을 잃는다. 꼭 정답이 있었던 시험과는 정반대인 삶에서 아이들은 길을 잃는다. 사고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현실과 세상 앞에서 보기를 찾느라, 정답을 찾느라 분주하다.



<미래의 교육, 올린>에서는 학교, 특히 교육자의 교수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온전한 사람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교육의 본질인 배움에 집중해야 한다. 교육자는 늘 학생들의 내적 동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며 교육자는 학생들의 배움의 의미를 깨닫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결국 진정한 배움을 위해서는 교육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키워 줘야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역량과 능력이다.



LG전자에서 빅데이터 조직을 이끌고 있는 저자는 전 세계의 수많은 대학을 탐색했다. 인간이 지닌 모든 가능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대학교는 미국의 올린 공대에 있었다. 현존하는 교육 기관 중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교육을 실현해 가고 있는 곳이 올린 공대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지식이 아닌 역량을 키워 주는 것, 이것이 올린의 교육 방식이며 때문에 미국 최고의 인재들이 올린으로 몰린다.



올린 공대의 첫 학기 평가 제도는 학점이 없는 pass와 non-pass로 나뉜다. 학생들은 학점이 없는 평가 제도에 능력에 비해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었다. 대부분 패스를 받을 정도로만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참여도 또한 저조해서 자칫 실패로 남을 뻔한 이 제도의 효과는 상당히 놀라웠다. 학점을 없애니 점수를 올리는데 급급하지 않았던 학생들은 깊이 있게 배우기 시작했으며 스스로 공부하며 배움의 재미를 느꼈다. 내가 만족하는 공부를 한 학생들의 내적 동기가 발현된 것이다. 첫 학기에 내면에 자리 잡은 내적 동기는 이후 학점제가 도입되어도 졸업할 때까지 배움에 대한 흥미도를 높여주었다.



50년 만의 근대화를 이뤄낸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제도적으로 꿈틀대는 변화는 있지만 큰 틀은 변화지 않았다. 제자리걸음이 아닌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공교육의 문제점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가는 대안 학교를 인정하고 허가해야 한다. 대안 학교는 학교마다 교육 이념과 가치관은 분명 다르고 장단점도 존재하지만 더 이상 대안 교육이 아니다. 대안 학교의 교육은 미래 교육이다.


교육자 그리고 학교의 제도가 변화해야 한다. 꿈이 있고, 생각할 줄 아는, 그리고 행복한 아이들이 자라날 것이다.




교육은 학생들의 머리에 정보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지식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_Vinoba Bhave(비노바 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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