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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ook Essay

선생님 공부는 왜 해야 돼요?

<철학하는 교사 사유하는 교육과정> 서평

by 아리스

우리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공부를 하기 위해 10년이 넘는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학교에 가면 교단 위에 서 있는 교사의 주입식 가르침에 따라 학생들은 의자에 앉아서 수동적으로 강의를 듣는다.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것인가. 교사는 어떤 존재인가. 학교란 무엇인가. 의구심 한 번 품지 않았던,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질문을 갖는다. 근원적인 질문의 답은 선뜻 나오지 않을 정도로 심오하고 철학적이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잘 살기 위해서", "좋은 대학에 가려고"와 같은 답은 상투적이며 현문우답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가르친 것처럼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는 인간에게 좋은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세계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야 하며 이러한 삶의 태도는 자신의 삶 전반에 드리워야 한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때 비로소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역으로 돌아가 보자.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나 자신을 알려고 해야 한다. 그 과정이 바로 우리가 질문했던 공부라고 할 수 있다. 기성세대에 이끌려 진행된 타율적인 방식인 공부는 지극히 수동적이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짐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함께 자아실현을 위한 기초를 다지게 된다. 비로소 공부는 참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참된 교육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역시 무지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교사는 지식에 대한 전문성 외에도 학생들과 탐구하고 질문을 던지면서 학생들의 사고를 촉진시켜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지식을 이해하게 하는 원인이 되어야 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교사와 학생들을 전통적인 평가 제도가 옭아맨다.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독려하고 유의미한 대화가 오고 가야 할 학교에서 선택형 문제로 학생의 학습 결과를 측정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평가는 사색의 틈이 없다. 공교육은 기술적인 정답 찾기로 정답을 잘 찾은 학생을 인재라며 선발한다.


그럼에도 교단 위의 교사들은 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애를 쓴다. <철학하는 교사 사유하는 교육과정>은 교육의 성찰과 연구를 통하여 현직 초등 교사 6인이 출간했다. 교사는 자신이 실행하는 교육과정과 수업, 그리고 평가가 전문성과 자율성의 소산물인지 아니면 교육적 독단에 불과한지를 성찰해야 한다. 교사가 자신의 교육과정을 검토하지 않는다면 교사의 책무를 잃어버린 것이다. 마치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와서 물의 존재를 관조해야 하듯, 교사는 교실 안에서만이 아니라, 교실 너머에서 자신의 교육과정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자라나는 세 아이가 있어 교육에 다분한 관심으로 고른 책은 교사가 교사에게 건네는 책이었다. 교사들은 많은 에너지를 들여 수업을 준비한다. 하지만 학교의 현장은 교사들이 화장실에 갈 틈도 없이 정신없이 돌아간다. 교육 이론은 다소 추상적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실행하는 교사들에게는 직관적이지 못하다. 저서는 교사가 기댈 수 있는 교육 성찰의 수단을 위해 현직 교사들은 저서를 집필했다. 학부모로서 교실의 생생한 이야기와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성찰을 알게 되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획일화된 채 단단히 굳어져 있다. 수업은 사람과 사람, 즉 교사와 학생 둘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어느 하나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업은 창조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은 교사의 기호에서 비롯되는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교실에 들어섰을 때 자신의 눈앞에 있는 다양한 학생들을 편견과 편애 없이 맞이하여야 한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의 능력과 관심, 그리고 습관 등에 대한 통찰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아이와 교사의 올바른 관계 맺기부터가 시작이다. 교사의 지도에 대한 학생의 이해 여부를 떠나 아이가 교사의 말을 신뢰하고 집중해서 듣게 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선생님 간 신뢰가 바탕되어야 한다. 학생과 교사의 사회적 관계가 발달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여태껏 나는 학부모로서 공교육의 제도 탓만 하며 오늘날 교육을 비판해 왔다. 현장에서 올바른 교육을 위해 연구와 실천에 애쓰는 교사들의 존재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교사는 제도에 순종하며 암기한 교육 과정을 암송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내 생각은 한참은 잘못되었다. 빛바랜 제도 안에서 한 명의 교사가 깨어 있다면 그 교사의 학습자는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교감하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따뜻한 눈빛을 건네며 매일을 성찰하고 바른 교육을 위해 노력한다면 학생과 교사 간에는 깊은 신뢰의 축이 생길 것이다. 표상이 된 교사는 학생들의 신뢰를 자양분으로 더욱 질 높은 수업을 연구하고 실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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