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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golian May 03. 2023

자기기만 vs 자존감

확증편항적 사고

   자기기만은 사실이 아닌 일에 대하여 혹은 반대되는 증거가 충분히 있는 일에 대하여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자신을 합리화하고 믿고자 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러한 경향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발견되는데 그 정도에 따라 좋은 쪽과 나쁜 쪽으로 진행된다. 그와 달리 자존감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라 보기 어려운 주관적인 느낌이다. 두 개념이 유사하면서도 그 차이가 있는데 간단히 다른 말로 정리한다면, ‘자기 합리화’와 ‘자기애’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명확하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예를 들어 보는 것이 좋을 듯하여 아래와 같이 직장 내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유형에 대해 예를 들어보았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김대리와 이대리는 같은 해에 입사하여 4년째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었다. 모두 연말 과장 진급에 기대를 크게 가지고 있으며 서로 경쟁관계에 놓여 있으면서도 팀워크를 이루어 같은 Task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해당 팀에 과장 진급 TO는 1명으로 미리 정해져 있었으며 사실 그동안 다른 팀 및 팀 내 다른 구성원들과 유대감과 협업이 보다 원활하다고 선후배 및 팀장으로부터 평가받아온 김대리가 이미 낙점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대리는 이를 부정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팀 내 선배 및 팀장으로부터 사전에 언질을 몇 차례 받았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급자 발표 당일 이대리는 본인의 과장 진급 누락에 크게 실망하고 분노하며 퇴사까지 생각하고 팀장과 면담을 신청하여 본인의 억울함을 토로하였다. 팀장은 이대리를 달래려 애쓰고 내년을 기약해 보자는 말로 설득하려 하였지만 그의 분노는 더욱 증폭되기만 하였다. 회사 동료들은 술자리에서 회사가 이대리에게 이런 처우를 해서는 안되는데TO가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팀장에게 그동안 아부를 많이 해온 김대리가 진급하게 된 것이라며, 팀장과 김대리를 같이 욕해 주었다. 이대리는 회사 내에서의 불공정과 사내 정치세력화가 너무 만연하다며 더욱 분노하고 스스로를 선한 피해자로 분류하였다. 


    하지만 이대리는 다음 해엔 후배에게 또다시 과장 자리를 내주게 되면서 스스로 퇴사를 하게 되었다. 여기서 이대리에게 닥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이대리는 과연 업무성과 및 역량 측면에서 김대리에게 뒤지지 않았을까? 피상적인 문제는 이대리는 팀장 및 팀원들과의 관계, 더 나아가 타부서 구성원들과 관계가 김대리 보다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 이런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회사는 유기체로 구성된 무기체임에 더 말할 필요가 없이 이대리와 같이 일하는 그리고 업무상 관련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로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회사에서 이대리에게 내린 평가는 바로 그 사람들의 평가가 투영된 결과이다. 이대리도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있었으리라 본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부정하고 자신이 부당한 처우를 받는다고 스스로의 문제점을 외부의 문제점으로 돌려 자기 합리화하고 높은 자기기만에 빠져버렸다. 김대리와의 경쟁에서 밀린 이후 본인의 배려와 소통이 부족했던 사람과의 관계 부분을 점차적으로 개선했다면 후배에게 다음 해에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 내에서 자기기만의 예는 또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정과장은 전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으며 사뭇 다른 프리세일즈 롤로 이직하였다. 입사 과정 및 면접에서 경쟁자들보다 자신감 있고 똑 부러지는 언변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그녀는 연봉도 20% 이상 올리며 본인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입사 이후 교육 과정에서 선임자와의 마찰로 인해 시작하였다. 사뭇 다른 업무를 맡아서 해야 했기에 회사에서는 그녀에게 밀착 교육을 계획했으며 이에 선임자가 직접 업무과정 전반에 대한 교육을 맡게 되었다. 어느 날 회사의 제품 및 기술 전반에 대한 셀프스터디 이후 선임자 및 관련 구성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그녀는 질의응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선임자에게 심한 질타를 듣게 되었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그녀는 많은 부분에서 본인의 교육을 맡아준 선임자와 온오프라인으로 언쟁을 펼치며 팀 내 불란의 핵심이 되고야 말았다. 


    이후 인사권사와의 면담에서 교육담당자 교체와 단독 업무수행을 요구한 그녀는 인사권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역량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며 한달 반만에 단독 업무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단독 업무수행 한달만에 원래부터 성과를 내기 어려운 업무만 맡았다고 불만을 갖게 되었으며, 이에 인사권자에게 업무 변경을 요청하게 된다. 결과는 너무나 자명하다. 인사권자는 현 업무가 그녀의 역량과 잘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었으며 이를 입사 과정에서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자신의 책임을 통탄하며 헤드헌터를 통해 다른 곳으로 이직하도록 도와주었다. 딱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면담에서 그녀는 자신의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하였으나 이는 본인의 평가에 너무나 관대한 이유로 자기기만을 자존감이라 잘 못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미흡했으며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좋지 못했다. 당연히 고객 및 파트너들과의 관계는 좋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스스로 업무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판단을 너무 빨리 내려버렸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모두 외부에서 찾았다. 주변의 구성원들이 이에 대한 조언들을 짧은 기간 많이 해주었으나 그녀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모두 고객 및 파트너들이 편파적이며 폐쇄적이라 믿어 버렸다.  


    지나친 자존감은 바로 자기기만이 되어 버리며 객관적인 사실들을 스스로 왜곡하게 만든다. 요즘 코딩이 인기인데 SW 개발자들이 경력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처우를 받고 스카우트되고 있다. 이에,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한 대학 졸업 준비생이나 일반직군으로 일하고 있는 경력자들에게 코딩을 배우는 것이 트렌드처럼 인기를 얻고 있다. 어느 정도 코딩에 능숙해지고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공한 개발자들처럼 사업이 나 회사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이 점점 심화되는 상황에서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SW 개발자들이 좋은 연봉과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며, 사실 이 업계야 말로 1%의 천재가 90% 이상의 사업을 드라이브해 만들어 내는 핵심인재 위주의 산업이다. 99%의 SW 업계 종사자들은 수많은 밤샘 작업과 수만 줄에 달하는 코딩 입력에 투입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투여 시간 대비 수입을 따진다면 결코 장밋빛이 아니란 뜻이다. 본인의 능력에 대해 정말 냉철하게 평가하여야 하며, 보다 성공확률이 높은 쪽에 시간 투자를 하는 것이 보다 현명할 것이다.


확증 편향적 사고의 위험성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견해, 주장 혹은 신념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그것의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말하는데, 다른 말로 자기중심적 왜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편협한 현상이다. 이렇게 정리된 의미만으로도 이것이 얼마나 스스로에게 위험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다. 몇몇 유명인사들의 말을 빌려 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존 스튜어트 밀’ 은 그의 저서 ‘자유론’에서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 이들 보통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권위에 대한 믿음이 어찌나 단단한지, 다른 시대나 국가, 다른 집단이나 교회, 계급 그리고 정당 등이 자기 집단과 정반대로 생각해왔고 심지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 집단이 오류에 빠진 사람들을 바르게 이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렇게 설명했다.

- 인간의 지성은 일단 어떤 의견을 채택한 뒤에는... 모든 얘기를 끌어들여 그 견해를 뒷받침하거나 동의한다. 설사 정반대를 가리키는 중요한 증거가 훨씬 더 많다고 해도 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하며... 미리 결정한 내용에 죽어라고 매달려 이미 내린 결론의 정당성을 지키려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그들의 과격한 지지자들을 너무나 적절하게 일컫는 것 같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스스로는 이런 편향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례로 ‘거봐 내가 한 말이 맞았지’라는 말을 자주하는 사람은 확증편향적 사고에 기대어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에서의 이런 확증편항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스크립트가 있는 세상에서도 자신의 선택에 따라 그 스크립트가 다른 것으로 변경된다. 그러나 확증편향은 당신의 스크립트를 비극으로 이끌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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