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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golian May 03. 2023

눈먼자들의 세상

언젠가는 나도 당할수 있다

    출간한 지 꽤 된 소설로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라는 책을 몹시 흥미롭게 읽었다. 몇 개월 사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눈이 보이는 세상, 스릴러에 가까운 현실과 괴리가 있는 이야기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으며 회사와 빗대어 생각하기에도 괜찮을 듯하여 큰 틀에서 비교하여 보기로 한다. 


    간단히 소설 속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여주인공은 눈이 멀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눈이 멀게 되고 수용소로 강제 이주하게 되면서 주인공은 눈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숨기고 남편과 함께 눈먼 자들의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된다. 수용소는 머지않아 힘과 폭력, 갖은 강압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으로 변하게 된다. 이 수용소에서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여주인공은 모든 것을 목격하고 또 폭거에 의해 갖은 피해를 당하면서도 눈이 보인다는 사실을 숨기고 남편을 돌보며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숨죽여 살아가게 된다. 이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되고 수용소는 방치되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으로 다시 나온 주인공은 신곡에 나오는 식탐지옥과 같이 변한 세상 속에서 같이 수용소를 나온 사람들을 돌보다 다시 다른 사람들이 눈이 보이게 되면서 마지막에 본인만이 눈이 멀게 된다. 극단적인 소재로 현실 속에서 딱 들어맞는 비교 상황을 찾기 힘든 내용이지만,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마주치는 몇 가지 상황과 프레임의 유사성은 상당하다 할 수 있다. 특히 회사에서의 생활이 지옥과 같다고 느껴진 적이 있다면 충분히 공감이 갈 수 있는 소설이다. 


    회사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경우에는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지옥의 케르베로스들이 매일 물어뜯는 것처럼 나를 괴롭게 만들고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게 한다. 이러한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결국 왕따 피해자는 극단적 결정이나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이런 상황을 미리 인지하고 어떤 사고나 사건이 발행하기 전에 예방하는 프로그램들이 시행되어야 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런 활동이나 프로그램은 거의 기초 수준의 교육을 제외하고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는 왜 이런 왕따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거나 상황이 나아지도록 조치를 취하는데 소극적인 것일까? 대부분 회사 내 왕따 예방활동과 프로그램은 특정부서(대부분 인사부서)에서 담당하는데 기초교육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 없이 1-2명의 담당자 혹은 소속 부서나 그 부서장에게 일임하고 예방보다는 사후조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이들 담당자들과 부서장들도 모두 회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사람들이고 무의식적 방조자가 될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 


    종종 회사 내에서 왕따 문제에 대해 임직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원천적 원인을 그 피해자에게서 찾는 경우도 다분하다. 소극적이고 이기적이다.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해 동료들에게 피해가 온다 등등 그 이유도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어떤 이유도 왕따를 시키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일을 잘 못하는 경우 인사평가나 업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되어 회사에서 정해진 룰에 의해 불이익을 줄 수 있고, 소극적이거나 이기적인 성향으로 인해 팀워크를 해치는 동료 또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회사와 임직원은 계약관계에 있고 임직원들 간의 관계는 그 계약관계에 기반한 동료일 뿐이다. 이러한 관계에서 동료들 사이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비도덕적 행위이자 회사와의 계약위반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만약에 내가 왕따를 당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본인의 성향이나 행동으로 다른 동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개인적 성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성적인 판단은 힘들기 마련이다. 이에 부서장 아니면 인사부서와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드라마틱한 문제해결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당신은 추가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부서이동이나 업무 변경을 요청할 수 도 있고 아니면 일정의 보상금을 받고 이직을 시도할 수 있다. 제일 좋지 않은 상황은 이 문제를 본인 혼자서 안고 가는 것이다. 회사와 당신은 계약관계에 있기에 회사에 당신이 마주친 계약과 무관한 문제에 대해 이슈를 제기하고 일정한 금전적 혹은 시간적 보상을 얻는 것이 당연하다. 이보다 나은 직장을 구하지 못할 까봐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 대응으로 여기서 탈출하자. 그러한 두려움이 바로 당신을 스스로 지옥 속에 묶어 놓는 오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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