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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Mar 12. 2021

코로나 시국에 세계일주까지 하며 찾아온 선물과 응원

부제: 선물 덕분에 정한 우리의 여행지, 남아공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 17회 가작 수상작입니다. :)


분명 어제 생일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생일이 지난 지 2달이 다 되었다. 요즘따라 유난히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만큼 나 자신도 시간과 정비례하게 함께 성장하면 좋으련만 슬프게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이 흘러가지는 않는 것 같다. 그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더 지쳐가던 중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왼쪽: 3달치 우체국 배송 조회 / 중간: 배송이 잘못돼서 슬픈 내 친구 / 오른쪽: 드디어 배송 온다는 우체국 문자

다름이 아니라 우체국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메시지에는 오늘 국제우편물이 도착한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요즘 내가 집으로 배달시키는 것이라곤 반찬인 총각김치나 입이 심심할 때 먹는 젤리뿐인데 무슨 국제우편이란 말인가? 생각해봤더니 저번에 미국에 있던 친구가 생일선물을 보냈다고 했는데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한국으로 보내져야 할 내 선물이 남아공으로 가버린 것이다. 그 상황을 우체국에서 전해 듣고는 내 친구는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선물을 제 때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메시지까지 보내주었다. 친구의 사과를 듣고 나니 오히려 내가 더 미안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바쁜 와중에도 나를 위해 선물을 고르고, SNS와 이메일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펜을 들고 한 글자씩 편지지에 눌러 적은 친구의 정성이 누군가에 실수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 나를 속상하게 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잊고 있었던 선물이 이 3월에 도착한다니. 우체국이 내 선물을 남아공에서 잃어버렸다고 확신했는데 막상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받으니 오히려 생일날 받는 것보다 나에게 더 큰 기쁨과 설렘을 가져다주었다.


"띵동"


인터폰을 체크하니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집배원이 내 선물을 전달해주셨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로 왔으면 태평양만 건넜을 선물과 편지였지만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대서양을 건너 남아공까지 거쳐 거의 세계일주를 하고 나에게 도착하였다. 그렇게 힘들게 받은 선물과 편지에는 생일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주옥같은 응원들이 적혀 있었다.


'...지금은 많이 불안하기도 하고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그 과정을 믿으며 한 발 한 발 나아가자.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나도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나 한없이 우울해질 때가 있더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 너만의 아름다움이 있단 걸 잊지 않길 바라…'
(프라이버시를 위해 모자이크 한 부분 있음) 친구가 나에게 적어준 소중한 편지

편지에 적힌 친구의 응원을 읽다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들은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나는 노를 저어도 왜 저만큼 나아가지 못하나, 지금까지 밤새가며 공부한 노력들이 헛고생이었던 것은 아닌 걸까 라는 의심이 들던 차에 친구의 편지를 읽다 보니 왜 또 내가 좌절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다른 속도로 나아간다고 해서 나 자신이 못나지는 건 절대 아닌데 말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친구가 보내준 이 편지가 뜻하지 않게 세계일주를 하느니라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오히려 제시간에 도착한 것보다 지금 나에게 왔기 때문에 나에게 더 큰 힘이 된 것처럼 말이다. 나 또한, 이 편지처럼 나에게 언젠간 찾아올 그 "때"가 올 때까지 좌절하기보다는 차분히, 묵묵히,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친구의 응원 덕분에 정신 차린 나는 내 친구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대박! 선물하고 편지 도착했어! 절대 못 받을 줄 알았는데… 너무 고마워.. 지금 받아서 오히려 더 위로됐어..ㅠ”

“진짜?! 다행이다! 남아공한테 오히려 고마워해야겠네 ㅋㅋ 코로나 끝나면 우리 남아공이라도 가야 하는 거 아냐?!”

“ㅋㅋ그런가? 가서 뭐하지?”

“몰라 ㅋㅋ 그래도 가보자!”

“ㅋㅋ그래! 이것도 인연인데 한 번쯤 가보자!”


아마도 코로나가 끝난 후에 우리가 갈 다음 여행지는 남아공이 될 것 같다. 가서 무엇을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알맞을 때에 나에게 응원을 보내준 남아공이니 분명 가서도 친구와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김신회 작가님의 심사평 :)

<선물 덕분에 정한 우리의 여행지, 남아공>을 읽으며 글쓴이의 우정이 참 부러웠습니다. 지쳐있는 시기에 가장 힘이 되는 위로를 전해주는 친구의 이야기와 그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글쓴이의 모습에 제 마음마저 촉촉해졌어요.  

글에서 친구에 대한 고마움과 선물에 대한 설렘이 가득 느껴졌는데요. 그래서인지 문장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 보였습니다. 먼저 두 번째 문단은 조금 컴팩트하게 줄이면 더욱 전달력 있는 글이 되었을 것 같아요.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이나 가독성을 위해 문장의 길이를 줄이고 긴 문장은 두 문장으로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밤새가며 공부한 노력들이~ 좌절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문장은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로 두 문장으로 나누면 훨씬 명료하겠지요!


이 글은 예스 24 공모전에 응모한 글입니다.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channy0103&Gcode=011_3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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