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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Feb 16. 2022

고요 속에 울려 퍼진 소리가 가져다준 아픔

혹시 당신은 누군가에게 첫 악플을 선사하고 있지는 않나요?

오늘도 다른 날처럼 내 나름대로 그저 열심히 살고 있는 하루였다.

'지잉'


문자메시지나 카톡을 무음으로 해놨는데도 불구하고 폰이 지잉 하고 종종 울리길래 봤더니 브런치에 쓴 내 글 (제목: '당신은 나 너무 사랑하지 말아')이 메인에 뜨기라도 했는지 조회수가 폭발 중이었다.


'우왕~오랜만에 조회수 많다~'


조회수에 비해 라이크는 별로 늘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회수가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게 기분이 좋은 법이다.







'지잉'


다시 한번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덮어놓고 할 일을 마저 하려 했지만 한번 깨져버린 집중력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기에 핸드폰을 제대로 들고 핸드폰을 하기 시작했다.



'오예~이번엔 댓글~'


종종 조회수가 많이 올라가기도 하고 라이크가 올라가기도 하지만 댓글은 오랜만에 달린 터라 더 신바람이 났다.



'답글 달아야지!'


브런치의 경우 따로 가입까지 해가며 라이크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기꺼이 댓글을 달아줬다면? 당연히 그분은 답글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분이 댓글에 뭐라고 썼는지 기대하며 클릭했다.


그런데, 댓글에는 이렇게 한 줄이 적혀있었다.


'ㅉㅉ이런 글 쓰면 안 창피하냐?'

...... 두근거리며 클릭한 댓글에는 신랄한 악플이 달려있었다.


'.. 욕을 안 했으니 악플이 아닌가? 그래도 저런 말은 기분이 나쁜데? 아니 왜 굳이 이런 댓글을?'


내 글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리라고는 애초에 생각해본 적 없다. 모든 사람이 내 글을 꼭 좋아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 정도는 나도 인지하고 있는바였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저런 댓글을 받을 만큼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글을 쓰던 나는 나의 진심이 최대한 드러 날 수 있도록 몇 번씩 검토하고 난 후에야 올리는데 저런 악플이라니. 심지어 어떤 부분에서 저런 생각이 들었는지 설명도 안 해준 채 저렇게 두서없는 모진 말은 내 기분을 훅 망가트리는데 충분했다.


'Prt Sc'


자판 위에 있는 스크린 캡처 버튼을 누른 뒤 그림판으로 캡처 화면을 저장했다.


그러곤 초록창에 '악플 고소 범위'라고 적었다.


그렇게 검색을 하니 블로그마다 자세하게 악플 고소 범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다시 창을 닫고 내 글에 들어가서 그분의 악플을 삭제한 뒤, 내 글의 댓글창을 닫아버렸다.


겨우 몇 단어, 겨우 한 줄인데, 아까까지만 해도 좋았던 내 기분이 거지 같아졌다. 그리고선 침대에 털썩 누워 생각했다.


'아니, 니가 뭔데? 니가 뭔데?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 말이나 해대고 난리야?'


그냥 고소해버릴까라는 생각이 다시 들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내 삶에 중요한 일, 행복한 일도 훨씬 많은 데 굳이 이 한 문장으로 내 감정을 망가트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릿속에 여러 질문이 가득 떠올랐다.


'왜 저렇게 살까? 저렇게 살면 기분이 좋아지나? 와.. 연예인들은 저것보다 심한 댓글을 막 하루에도 몇천 개 몇만 개씩 받는 거 아냐...? 와 진짜.. 어떻게 참지... 와...'


꼭 대놓고 욕을 해야지만 악플이 아니다. 아무 이유나 설명도 없이 무자비하게든 간단하게든 신랄한 말을 다는 것도 악플이고, 상대방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 수 있다.


이건 비단 인터넷상에서만 해당되는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툭 뱉었던 그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상처가 되기도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처음엔 그저 내 글에 달린 악플을 보며 기분이 나빴지만, 이를 통해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봤다.


나는 무심코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내진 않았을까?

내가 그저 한말이 누군가에겐 평생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그럼 여러분은 어떤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그냥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비판, 비난, 비방은 분명히 다르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도, 서로 간의 지켜야 하는 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나도, 여러분도 그 선이 모호해지지 않길 바라며,


내일은 우리 모두가 좀 더 성숙한 서로를 마주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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