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외로움

by 아리따


돌이켜보면 내 마음의 방에는 기억의 가장 먼 곳에서부터, 늘 혼자 앉아있는 어린 내가 있었다. 외로움은 코끝에 닿는 차가운 새벽 공기처럼, 혹은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 항상 그 자리에 머물렀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따뜻한 털실이 아닌 시린 금속 실로 짜인 사람인 것만 같아 괜히 혼자 마음이 찡해졌다.


북적이는 친구들 틈에서도, 다정한 가족의 식탁에서도,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 곁에서도 그 서늘함은 가시지 않았다. 마음의 구멍은 누군가의 존재로 메워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람 형체의 흙을 빚다 만 빈 공간처럼 그게 내 본연의 모습인 듯했다.


그래서 어린 날의 나는 나의 어딘가가 고장 난 줄로만 알았다. 그저 텅 빈 구멍을 들키기 싫어서 웃음을 두껍게 덧칠했고, 일부러 분주하게 도망을 쳤다. 외로움은 감추고 지워야 할, 부끄러운 얼룩이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안다. 이건 지워지지 않는 어딘가에서 잘못 묻은 얼룩이 아니라, 오직 나만이 가진 고유하고 아름다운 무늬라는 것을. 거칠고 투박한 손맛이 담긴 도자기처럼, 이 외로움 또한 나라는 사람을 완성하는 소중한 결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지금이라고 그 서늘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마음 한구석에 밀어 두었던 나의 외로움을 포근하게 안아주려 한다. 억지로 '고독'이나 '혼자만의 시간' 같은 있어 보이는 포장지를 씌우지 않고, '외로움'이라는 본래의 이름 그대로를 불러주며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볼 생각이다.


안녕, 나의 오랜 외로움아.

이제 우리, 사이좋게 뚜벅뚜벅 함께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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