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가 겹쳐진 자리

by 아리따


내가 없는 집, 덩그러니 놓인 내 슬리퍼 위에 턱을 괴고 잠든 너의 모습을 화면 너머로 마주했다.


직접 본 적 없는 그 비밀스러운 평화는 짝꿍이 보내준 사진과 홈캠 속에 고요히 멈춰 있다. 내가 집을 비운 사이, 너는 내 체취가 가장 짙게 남은 곳을 찾아 자신의 온기를 겹쳐두고 있었다. 그 평온한 표정을 보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몽글몽글한 안도감이 피어올랐다.


아, 이 아이가 나를 정말 믿고 있었구나.


7년 전 처음 만났을 때, 너는 얼굴을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낯선 나에게 마음을 여는 데만 꼬박 2년이 걸렸다.

그 조심스러운 마음이 이제는 내 발등 위에서 쉬고 있었다.


2026년 1월.

12월의 소란스러움이 끝난 뒤 찾아온 정적은 생각보다 더 시렸다. 바쁜 일에 치여 미처 돌보지 못했던 슬픔이, 별일 없는 1월의 빈 공간에 조용히 번지며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무너뜨렸다.


하늘이는 원래 짝꿍의 고양이였다. 연애 시절부터 너의 마음을 얻으려 조심스레 내밀었던 내 손끝을 너는 끝내 알아주었다. 퇴근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마중해 주던 아이. 묘생의 절반 이상을 우리는 하나의 실로 엮여 살아온 셈이다.


그 시간 동안 함께 지은 신뢰의 짜임은 이제 두껍고 포근한 기억으로 남았다.


하늘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의 조각 중 가장 따뜻한 한 부분을 네 등 위에 덮어줄게. 그 온기를 입고 마음껏 뛰어놀다가, 아주 나중에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 그때 꼭 다시 마중 나와 줘. 밝은 표정으로, 힘찬 고릉거림으로 나를 반겨줘.


잘 지내고 있어, 하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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