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소매 한쪽이 통째로 풀어졌다.
소매 끝을 마무리하려던 순간, 바늘 끝에 코 하나가 애매하게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차피 나만 아는 실수니 모른 척 슬쩍 줄여버릴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뜨고 있는 가디건은 정해진 양의 실로 완성해야 하는 패키지였고, 사이즈에 따라 실이 모자랄 수 있다는 작은 경고문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억지로 단추를 채우듯 계속 가다가는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 심지만 남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한 단, 한 단.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코 수를 세며 풀기 시작했다. 투득, 투득. 실이 풀려나가는 소리가 고요한 방안을 채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생각보다 많이 돌아와 있었고, 소매 하나가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원인은 단순했다. 한 번에 떠야 할 두 코를 나눠 뜨는 바람에 코가 하나 늘어난 것이었다. 실수하지 않으려 단수링까지 꼼꼼히 달아두었는데,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틀 동안 책상 위에는 꼬불꼬불 메밀면처럼 엉켜 있는 실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애써 지키려던 나의 노력이 가볍게 부정당한 기분이라, 방문을 열 때마다 그 실 뭉치들을 못 본 척 외면하며 며칠을 보냈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떠야 한다. 실을 무덤처럼 쌓아둘 수는 없으니까. 조심스레 첫 코를 다시 잡았다.
이상하게도 두 번째 뜨는 소매는 처음보다 훨씬 빨리, 가지런하게 자라났다. 이미 한 번 지나온 길이라 손은 더 익숙했고, 실수의 기억은 오히려 '여기서는 코를 늘리지 말아야지'라고 일러주는 작은 지도가 되어주었다. 풀었던 만큼 다시 뜨고 나니 실이 제법 넉넉하게 남았다.
그제야 인정했다. 잘 풀었다고.
삶에도 그런 순간이 있다. 잘못 끼워진 코를 알면서도 아까운 마음에 계속 가고 싶은 때. 지금 쌓아온 시간이 아까워 돌아가기가 두렵기도 하지만, 풀지 않으면 끝내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혹시 당신의 마음에도 눈에 거슬리는 코 하나가 있다면, 잠시 눈을 감고 조금 돌아가는 선택을 해도 좋겠다. 풀어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 것은 대개 처음보다 고르고 반듯하게 자라나니까.
실제로 그랬다. 소매를 다시 뜨고 완성한 가디건 옆에는, 모자랄까 봐 걱정했던 여분의 실이 아주 포근하고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