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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스타장 Jan 28. 2024

값싼 취미, 비싼 취미

퇴직 후의 취미 활동에 대한 생각

    취미 활동은 분명 삶의 활력소가 된다. 사람마다 삶의 방향이 다르고, 취향이 다양한 것처럼 취미를 선택하는 것도 다양하다. 때로는 주변의 권유로 취미를 갖게 되는 경우가 있고, 다른 경로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는 경우도 있다. 취미가 무엇이든 자신이 선택하여 즐겁게 유지한다면 지루한 삶에 활력을 주는 요소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오래전에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이력서를 쓰거나 어떤 단체에 소속되기 위해 자기소개를 할 때 빠짐없이 들어 있던 항목이 '특기'와 '취미'였다. 이걸 쓸 때면 늘 고민이 됐다. 사실 특별히 특기라고 할 것도, 취미도 없었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취미 칸에는 '등산' 혹은 '독서'를 쓸 때가 많았다. 그러나 특기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등산'과 '독서'를 취미로 적기는 했지만, '등산'은 1년에 기껏해야 10번을 넘지 못했고, '독서'도 마찬가지로 1년 동안에 읽는 책의 권수가 두 손으로 꼽을 정도였으니 부끄러운 일이었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나도 좀 제대로 된 취미를 가져 보자는 생각에 '사진'을 배우기로 했다. 입문용 DSLR카메라와 렌즈를 사고, 온라인 사진 카페에 가입해서 주말이면 사진을 배우러 다녔다. 그런데 사진을 배우다 보면 카메라 장비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은근히 돈이 많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고급 카메라와 렌즈를 보면, 늘지 않는 내 사진 실력이 마치 장비 때문인 것으로 치부하게 되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카메라와 렌즈를 업그레이드하게 되는 것이 이 취미의 수순이었다.


    코로나19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게 되면서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나가던 사진 출사를 나가기 어렵게 됐다. 혼자서 카메라 들고 사진 찍으러 나가는 것까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혼자 다니는 사진 출사는 어딘가 김 빠지고, 재미가 적었다. 그즈음 시작하게 된 '독서'가 자연스럽게 '사진' 취미를 대신하게 됐다. '독서' 취미는 '사진'에 하면 초기 비용이 드는 취미는 아니다. 그러나 '독서'를 열심히 하고 '독서 모임'에 참여하다 보면, '책'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표지가 이쁜 책, 한정판으로 나온 책 같은 것에 욕심이 생겨서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을 사 모으는 것이다.



    회사를 퇴직한 후에는 취미 활동에 드는 비용도 은근히 부담이 됐다. 그래서 비싼 취미는 점점 멀리하게 되고, 값싼 취미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퇴직 후에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과거의 인간관계나 자신의 지위, 그리고 돈 씀씀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도 조금씩 유지하고 있는 '사진' 취미의 경우는 이미 갖고 있는 카메라 장비를 활용하고 더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를 했고, 책을 사는 것도 적절히 조절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종이책으로 사지 않고, 전자책 플랫폼에 월 회비를 내고 책을 보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퇴직이라는 관문은 조금은 허세에 가깝게 살아온 지난 삶을 규모 있는 삶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수입이 많을 때는 크게 부담되지 않던 비용이지만, 퇴직 후 수입이 줄고 나면 당연히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 이후에는 취미 활동에서도 효율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취미는 삶에 활력을 주기 위한 것인데, 비싼 취미는 더 가치 있고, 값싼 취미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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