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의 추억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by 북스타장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냥 시골이 아니라, 산골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거의 10리(4km)가 되고,

어린아이의 걸음으로는 1시간이 훨씬 더 걸리는 거리였다.


이른 아침밥을 먹고, 학교 시작종이 울리기 전에 가려면 빠른 걸음으로 걷다가 반은 뛰어야 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질퍽거리는 흙길, 눈 덮여 미끄러운 산길

학교까지 가는 길이 더 막막했다.


겨울은 왜 또 그리 추웠던가?

산고개를 넘어 벌판을 지나 학교에 가는 동안에

손발은 꽁꽁 얼고, 얼굴은 찬바람에 트기 일쑤였다.


그래도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은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 좋은 것만 추억해서 그럴 수도 있다.


더운 여름, 친구들과 개울에서 목욕하며 놀았던 일이나 배가 고파서 남의 밭에서 당근을 몰래 뽑아 먹던 일, 철 따라 나무 열매를 따먹던 일도 그때는 재미였다.


지금은 인근 동네 아이들 숫자가 많이 줄어서

그때 다니던 학교가 폐교가 되었다.

500명이 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고, 내 어릴 적 추억도 함께 삼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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