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의 반전
해바라기의 계절이다.
전국 곳곳에서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고,
철따라 꽃을 찾아다니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해바라기를 향해 분주하다.
학창 시절에 집에서 학교를 오가는 길목에 해바라기를 많이 심어 놓은 밭이 있었다.
수백 그루도 더 되는 해바라기들이 어린 모종에서부터 사람 키보다 더 크게 자라고,
달덩이처럼 큰 꽃을 피울 때까지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재미가 좋았다.
나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
등하교 때마다 굳이 해바라기를 볼 수 있는 길을 오가곤 했다.
'해바라기'
이름에 이미 '해를 향해 언제나 얼굴을 들고 있는 꽃'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꽃이 피기 전에는 '정말 해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꽃이 따라 움직일까?' 궁금했다.
그걸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 해바라기 꽃이 피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다.
하나, 둘 해바라기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나의 궁금증은 풀렸다.
그 많은 해바라기들이 일사불란하게
마치 군인들이 사열을 할 때, 단상을 향해 '우로 봐!'를 하는 듯이
해바라기들이 해를 향해 얼굴을 들고 있었다.
아침에 학교로 갈 때는 집이 있는 동쪽을 향해 해바라기가 고개를 들고 있고,
하교하여 집으로 갈 때는 학교가 있는 서쪽을 향해 해바라기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해바라기는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냥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구나!
대개의 꽃들이 그렇듯이 '해바라기'에 관해 전해 오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
여기저기 검색을 해 봤다.
그리스의 어느 연못에 바다를 관장하는 신의 두 딸이 살았다. 이 자매에게는 해가 진 후부터 동이 틀 때까지만 연못 위에서 놀 수 있었다. 그러나 자매는 노는 데 정신이 팔려서 이 규율을 어기게 되었다. 동이 트고 태양의 신 아폴로가 빛을 발하면서 그 황홀한 빛에 두 자매는 넋을 잃고 말았다.
자매는 아폴로를 보고 사랑에 빠졌고, 서로 아폴로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싸우기 시작했다.
언니는 아폴로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동생이 규율을 어겼다고 말했다. 결국 동생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러나 아폴로는 언니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았다.
그녀는 며칠간 아폴로의 사랑을 애원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한 포기의 꽃으로 변했는데 그 꽃이 바로 해바라기라고 한다.
역시나 신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이걸 검색하다가 발견한 또 한 가지 사실은,
'해바라기'에 대해 정보를 수록하고 있는 '백과사전'들이
'해바라기'라는 이름이 '해를 따라 도는 것으로 오인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무어라 내가 증명해 줄 수는 없지만, 괜히 내가 억울한 생각이 든다.
그러던 차에 최근에 한 인터넷 신문에 게재된 기사는,
'역시 그랬구나!'하며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해바라기가 왜 '해바라기'인지 어느 정도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버지니아대 공동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해바라기는 줄기의 비대칭 성장 때문에 꽃이 태양을 쫓는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
어린 해바라기의 줄기는 햇빛의 반대면이 더 빨리 자란다. 그래서 동쪽에 태양이 있다면 줄기의 서쪽면이 길어져 자연스럽게 꽃은 동쪽을 보게 된다. 태양이 서쪽으로 이동하면 줄기의 동쪽면이 길어져 꽃은 서쪽을 향한다. 그러다가 태양이 지면 다시 서쪽면이 길어져 꽃은 동쪽을 향해 있게 된다. 이 상태로 아침에 뜨는 태양을 맞이하며 같은 원리로 하루하루 반복해 성장하는 원리다.
장성한 해바라기는 이제부터 종족 번식에 나선다. 방법은 꽃 온도를 높여 벌에게 잘 보이는 것이다. 꽃가루의 매개자인 곤충은 온도가 높은 꽃에 잘 이끌린다. 그래서 해바라기는 태양 쪽으로 고개를 돌려 햇빛을 받아 따뜻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바라기는 하루 24시간 주기로 빛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지녔기 때문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육하고 번성한다.
[기사 원문 링크]
http://www.fnnews.com/news/201608101940031802
어린 시절에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던 해바라기에 대한 신비로움은
이렇게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증명이 되었다.
전설은 전설로, 이야기는 이야기로 남는 것이 아름다운데,
그걸 과학적으로 증명했다고 하니 어째 좀 씁쓸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