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듣기 여행-95일 차(호주 케언즈)
오세아니아의 마지막엔 스카이다이빙을 할까 했다. 남은 돈을 헤아리며 내내 미루기만 하던 일이었다. 케언즈엔 액티비티도, 투어도 많았으나 고민 끝에 스카이다이빙은 또다시 다음으로 미루었다. 고른 것은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스노클링. 스카이다이빙은 어디서고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세계유산이기까지 한 산호초 지역은 꼭 보고 싶었다. 이번 여행 중 물에 놀라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는 물이 좋았고, 물속 아름다운 세계를 볼 수 있는 스노클링은 더더 좋았다.
선착장에서 세 시간쯤 배를 타고 도착한 대산호초 지역은 사진이나 영상에서 보던 그대로 투명했고 수많은 산호초와 물고기로 가득했다. 스노클을 끼고 누가 듣지도 못할 텐데 "우우우우(입을 벌릴 수 없어 '우와 아아 아'는 대신으로)" 소리를 지르며, 머리가 띵하도록 헤엄쳤다. 어쩜. 이런 빛깔의 물고기라니. 각종 형광색, 검정, 노랑, 파랑, 초록, 주황 등 선명한 원색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역시 색색의 산호 사이를 오가며, 먹이를 쪼아 먹었다. 바닥엔 거북이도! 다른 장소로도 한 시간을 내려줬고, 그곳엔 또 다른 종류의 물고기들이 있었다. 1500종의 어류라는데 내가 못 본 것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바닥이 보이는 투명 배나 스쿠버다이빙을 추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지만, 스노클링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심지어 배 위에서도 물고기들이 보이는 데야, 물 안에서는 어떠하랴. 아쉬운 것은 프리다이빙(산소통 장비 없이 스노클만 끼고 물아래로 다이빙하는 것)을 시도하지 못한 것. 수영장에서 연습하던 것과 달리 바다라 좀 겁이 나기도 했지만, 몸 상태가 사실 말이 아니었던 탓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즐겼으나, 실은 배 안에서 거의 초주검 상태였다. 지난밤 집주인이 밤늦게 문을 쾅쾅 닫으며 다니는 소리와 이웃집 어딘가에서 드릴을 박는 듯한 소리에 여러 번 깨고 새벽에 나오느라 비몽사몽인 데다 멀미가 심했다. 배에서는 아침에는 각종 과일과 점심땐 햄버거와 핫도그를, 돌아가는 길엔 와인과 치즈, 비스킷을 제공했다. 집에서 물만 마시고 나왔기에 배는 고파서 조금씩 집어먹긴 했는데, 먹은 것들이 급하게 도로 튀어나왔다. 내내 누워 있다 물속에 들어가니 울렁거려서 게워내고, 두 번째 스노클링을 하던 중간에도 다시 배위로 올라와 화장실로 뛰어갔다. 와인을 먹고도 마찬가지. 멀미가 이 정도 까진 아니었는데, 긴 여행에 몸이 약해진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최고였다. 그레이트 베이어 리프만을 위해서 케언즈에 오는 이도 적지 않다더니 과연 그럴 만했다. 언제고 다시 산호초와 열대어를 볼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않으리라. 여행 자체가 선물이었지만,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방문이야말로 여행의 큰 선물이었다.